소련시절부터 유명한 아르메니아의 대표 휴양지
제르묵은 아르메니아 남부 지역에 위치한 아름다운 휴양도시이다. 그림 같은 산, 무성한 녹지, 미네랄이 풍부한 온천이 유명해서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제르묵은 평화로운 자연환경 속에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목적지이다.
제르묵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들른 곳은 인어의 머리카락 폭포이다. 이곳은 해발 2000미터 높이의 작은 마을 제르묵에서 가장 유명한 폭포다. 저 폭포물이 고산지대에서 나오는 온천수라고 한다. '인어의 머리카락 폭포'라는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이름이다. 자연스럽게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과거 이 폭포의 꼭대기에는 지방의 영주가 살았는데 그 영주에게는 아름다운 딸이 있었다. 그 딸은 한 양치기와 사랑에 빠졌는데 이를 알게 된 영주는 천한 신분의 사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청혼을 거절했고 딸을 성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가두었다. 하지만 딸은 밤마다 이 폭포 아래로 긴 밧줄을 내려보냈고 양치기는 그 밧줄을 잡고 성으로 올라와 몰래 만났다. 어느 날 그들이 몰래 만나는 것을 알게 된 영주는 딸에게 화를 내며 다시 그 양치기를 만났다가는 인어가 되어서 물속에서 영원히 살게 될 것이라고 저주하였다. 하지만 딸은 아버지의 말을 또 어기고 밧줄 대신 길게 기른 그녀의 머리카락을 폭포 아래로 내렸다. 그 순간 아버지의 말 대로 영주의 딸은 인어가 되어 물속으로 들어가 버렸다고 한다. 그때 이후로 이 폭포의 물줄기가 마치 여인의 머리카락 같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폭포 구경을 마치고 제르묵의 국영 약수터를 찾았다. 누구나 약수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물은 30도에서 53도 사이의 온도로 나뉘며 약간 짠맛이 났다. 거리 예술가들은 약수터 근처에서 그들의 그림을 전시하고 있었다.
제르묵은 구소련 시대부터 휴양지로 인기를 끌었던 곳이다. 1960년대 제르묵에 호텔, 리조트, 공항, 스파가 건설되면서 휴양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요즘에도 온천 스파와 호텔을 즐기기 위해 전 세계에서 많은 방문객이 찾아온다. 어떤 사람들은 장기 요양을 위해 머물기도 하는데 장기요양객들을 위한 시설도 잘 마련되어 있다.
나도 나중에 기회가 있다면 이곳에서 오랫동안 머무르며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행을 갈 때마다 언제나 여기 다시 언제 올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주어진 시간 내에서 구석구석 돌아보는 편이다. 하지만 제르묵에서는 그런 긴박감을 내려놓고 느긋하게 구경했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