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는 서유럽에서 널리 쓰이는 로마 알파벳이나 동유럽의 키릴 알파벳이 아닌 독자적인 문자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스 문자를 참조해서 만들었다고 하나 내가 보기에는 그리스 문자와는 많이 달라 보인다.
아르메니아 문자는 아르메니아인들의 자존심이다. 우리 한국인들이 한글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처럼 아르메니아 사람들은 아르메니아 문자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아르메니아 문자와 고대 아르메니아 문서들이 보관되어 있는 곳을 찾아가 보았다.
이곳은 마테나다란 이라고 부른다. 아르메니아어로 책을 의미하는 '마테나'와 저장소를 의미하는 '다란'에서 이름을 따온 것인데 한마디로 도서관이다. 이곳은 서기 405년에 성 메슈로프가 만든 아르메니아 문자와 그와 관련된 고문서가 보관되어 있는 곳이다. 입구의 성 메슈로프 동상과 그 뒤에 여섯 제자의 작은 동상이 서 있다.
마테나다란 은 아르메니아뿐만 아니라 조지아, 페르시아, 그리스의 고문서 14,000개가 보관되어 있다. 이 보물들 중 가장 오래된 책은 5세기경에 제작된 책이라고 한다. 도서관을 둘러보며 고문서에 그려진 글과 그림을 통해 아르메니아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이곳은 단순한 문서 저장소의 기능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마테나다란은 언어학연구 기관이기도 하다. 도서관 내부에는 원고를 담당하는 연구원들이 상주하고 있는데 그들은 문서를 보존하고 손상된 것들을 복원한다. 연구원들이 보존 및 복원작업을 위한 보존실이 따로 있다. 그들의 세심한 노력으로 이 귀중한 아르메니아 유산이 계속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마테나다란 은 아르메니아 문화, 언어 및 역사에 대한 국제적인 이해를 더욱 강화하고 연구하고 협력하기 위한 학술 연구의 중심지이다. 이따금 외국에서 온 문서들을 전시하는 특별전을 하기도 한다.
고대 문서들로 장식된 홀을 둘러보면서 나는 여러 시대에 걸쳐 지식을 보존하고 전수하는 데의 문자 언어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차별화되는 것이 바로 문자를 기록하고 그것을 후대에 전하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