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국민들의 신앙의 상징
조지아 트빌리시의 중심부에는 이 나라의 뿌리 깊은 기독교 전통과 흔들리지 않는 신앙의 증거가 있다. 황금빛 건물의 조지아 정교회 대성당인 츠민다 사메바 교회가 그곳이다. 이곳은 정교회 신자뿐만 아니라 조지아 국민에게 있어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곳을 보며 나는 건축물의 화려함뿐만 아니라 조지아 국민들의 신앙과 정교회 부흥의 이야기를 발견했다.
츠민다 사메바는 조지아어로 성 삼위일체를 의미한다. 이곳은 조지아 정교회의 대주교가 있는 곳으로 조지아 정교회의 중심지이다. 1996년에 완공되어 2004년에 비로소 축성되었는데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이고운 대성당은 조지아 사람들에게 큰 의미가 있는 곳이다. 독특한 황금 돔과 트빌리시 시내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데 그리 크지는 않지만 시내 어디에서도 쉽게 이곳을 찾아볼 수 있는 트빌리시의 명실상부한 랜드마크가 되었다.
츠민다 사메바 교회에 들어서자 교회의 예배당에는 의자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국 교회나 다른 기독교 종파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었다. 조지아 정교회에서는 약 3시간 동안 예배가 진행되는데 성직자와 교인들 모두 서 있는 것이 원칙이다. 노인이나 어린아이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종교적 전통에 대한 조지아 사람들의 깊은 경외심과 헌신을 보여준다.
조지아 정교회는 소련 시절 많은 탄압을 받았다. 종교가 인민의 아편이라고 하며 국가적으로 종교를 금지하던 시절 많은 교회가 문을 닫거나 무신론 박물관으로 용도 변경되며 고난을 겪었다. 츠민다 사메바 교회도 마찬가지로 그 시기에 폐쇄되어 종교적인 가르침이 단절되었다. 그러나 소련 후기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 정책과 그리고 총 대주교 일리야 2세가 취임하며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일리야 2세의 교회는 과거의 어두운 탄압의 역사를 벗어나 점차 정교회의 기틀을 세우기 시작했다.
문을 닫았던 교회를 다시 열고 신학교와 교육시설을 신설하여 신자들의 신앙을 키웠다. 더 나아가 소련이 해체되기 직전에는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주교가 조지아 교회의 독립을 인정하였다. 이것은 교회의 자율성을 되찾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조지아 정교회는 조지아의 문화의 핵심이다. 조지아인의 약 80%가 정교회를 믿는다고 하는데 법적으로 국교가 지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조지아의 사실상 국교라고 할 수 있다.
역사를 통틀어 수많은 갈등과 투쟁에도 불구하고 조지아 사람들은 그들의 문화적, 종교적 정체성을 보존해 왔다. 조지아 정교회는 신자들 사이에 자긍심과 회복력을 심어주는 힘이다.
츠민다 사메바 교회에서 나는 웅장한 건물에서 느껴지는 놀라움뿐만 아니라 조지아의 흔들리지 않는 신앙, 문화적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수많은 고난을 이겨내고 종교적 유산과 그들의 정체성을 지켜낸 조지아 인들의 정신에 대해 깊은 경의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