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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준 Jun 23. 2023

백만 송이 장미 화가 니코 피로스마니의 집

가난한 한 화가의 고난의 삶, 슬픈 사랑이야기

숨 막히는 산맥 속에 자리 잡은 나라 조지아에서 천재 예술가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흔적이 있다. 조지아의 국민 화가로 칭송받는 니코 피로스마니가 그 주인공이다. 전 세계 예술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피로스마니는 그 명성에 걸맞지 않게 아직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부분이 많다. 나는 그 위대한 예술가의 발자취를 따라 그의 삶의 고난과 예술적인 유산을 찾아보고자 한다. 

 

위대한 화가가 살았던 허름한 집


 

조지아의 수도인 트빌리시의 중심부. 항상 붐비는 기차역 근처에 허름한 집의 간판이 있다. 이 소박한 집은 니코 피로스마니의 마지막 거주지이자 그의 그림이 전시된 박물관이다. 이곳은 피로스마니가 느낀 삶의 고난 자체이면서 한편으로는 위안을 찾았던 안식처였던 곳이다. 조지아어와 러시아어로 된 흐릿한 간판을 보며 안으로 들어간다. 위대한 화가의 마지막 삶은 어땠을까? 나는 박물관 안의 계단 아래에 자리 잡은 작은 단칸방으로 들어갔다. 니코 피로스마니가 예술 작품을 탄생시킨 공간이 나타났다.



 

니코피로스마니의 고난의 삶



 위대한 화가가 살았다고 하기에는 이곳은 너무 좁고 허름해 보인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피부로 느껴지는 거 같아 슬펐다. 피로스마니는 가난한 집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설상가상으로 어릴 때 부모님을 여의고 고아가 되었다. 그 이후에 그의 인생은 고난과 역경의 삶이었다.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젊은 피로스마니는 그림을 그리며 위안을 느끼고 그것이 곧 삶의 목적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가 실제로 앉아서 작업했다는 엉덩이 부분이 다 떨어진 낡은 의자를 보며 나는 그의 집념이 그대로 느껴져서 소름이 돋았다. 피로스마니는 기차역의 잡역부로 일하면서 생계를 유지해 나갔다. 그리고 상점의 간판을 만드는 것을 부업으로 삼아 돈을 벌고 남은 물감을 활용하여 자신의 그림을 그렸다. 단칸방 속의 자신의 빈약한 존재를 예술로써 승화시켰던 것이다.  




전 세계를 울린 가난한 화가의 슬픈 사랑 이야기 : 백만 송이 장미 이야기의 주인공



 피로스마니의 화실 구석에는 어떤 한 여인의 사진이 걸려있다. 다른 작품보다 더 신경 써서 그린듯한 이 그림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이 여인은 피로스마니의 마음에 불을 붙인 가수 마르가리타의 그림이다. 어느 날 프랑스에서 온 마르가리타라는 배우에게 피로스마니는 한눈에 반하였다.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가난한 화가는 수중의 모든 돈을 털어 선물로 온 거리를 장미로 뒤덮었다. 하지만 그녀는 가난한 화가가 준 선물인지 모르고 그렇게 떠나갔고 가난한 화가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슬픈 이야기다.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었는지에 대한 진위에 대한 논란은 잠시 내려두고, 이 비극적인 이야기는 조지아 국경 너머까지 울려 퍼지며 시인과 음악가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그렇게 이 사랑이야기는 소련시절 메가 히트곡 '백만 송이 장미' 가사의 모티브가 되었고 한국어를 포함한 다양한 언어로 번역 및 번안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한 화가가 살았네 홀로 살고 있었지

작은 집과 캔버스를 가지고 있었네

그러나 그는 꽃을 사랑하는 여배우를 사랑했다네

그래서 자신의 집을 팔고, 자신의 그림과 피도 팔아

그 돈으로 완전한 장미의 바다를 샀다네

백만 송이 백만 송이 백만 송이 붉은 장미

창가에서 창가에서 창가에서 그대가 보겠지

사랑에 빠진 사랑에 빠진 사랑에 빠진

누군가가 그대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꽃으로 바꿔놓았다오

아침에 그대가 창문 앞에 서 있으면 정신이 이상해질지도 몰라

마치 꿈의 연장인 것처럼 광장이 꽃으로 넘쳐날 테니까

정신을 차리면 궁금해하겠지 어떤 부호가 여기다 꽃을 두었을까 하고

창 밑에는 가난한 화가가 숨도 멈춘 채 서 있는데 말이야

만남은 너무 짧았고 밤이 되자 기차가 그녀를 멀리 데려가 버렸지

하지만 그녀의 인생에는 넋을 빼앗길 듯한 장미의 노래가 함께 했다네

화가는 혼자서 불행한 삶을 살았지만

그의 삶에도 꽃으로 가득 찬 광장이 함께 했다네


알라 푸가초바 -백만 송이 장미- (https://www.youtube.com/watch?v=4yEeT6Swh5s)



피로스마니의 예술 세계



피로스마니의 단칸방을 나와 옆에 마련된 작은 갤러리로 발길을 옮겼다. 니코 피로스마니는 조지아 인들의 일상생활을 그림으로 그렸다. 그의 그림은 평범한 사람들의 희로애락, 농촌의 활기찬 모습, 인간과 자연의 조화에 대해서 그려냈다. 피로스마니의 캔버스 안에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무언가가 느껴지는 기분이다. 비록 살아있을 때는 주목받지 못한 화가였으나 그의 그림이 피카소 같은 거장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하니 그의 재능은 확실히 빛나는 것이었다. 



피로스마니의 그림은 그의 삶의 고난에서 탄생했다. 이것은 문화적 경계를 넘은 인간이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가난한 이 화가가 남긴 작품은 사람들의 마음에 창의력의 불을 지피며 여러 세대에 걸쳐 영감을 주고 있다. 진정한 천재성은 당시에는 인정받지 못할 수 있지만 그것은 언젠가는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피로스마니의 집을 둘러보고 마음속에 영원히 그의 예술성을 간직한 채 피로스마니의 거처에 작별인사를 하고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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