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가 깃든 곳에서 들리는 프로메테우스의 목소리
그리스와 로마 신화는 서양 문화의 중심축 중 하나이다. 그 이야기는 단순한 고대 신화가 아니라 현대에도 관용적 표현으로 언급되고 있다. 판도라의 상자, 파리스의 선택, 아킬레우스건, 프로메테우스의 형벌과 같은 관용어들은 현대 담론에서도 자주 인용된다. 나는 이 시대를 초월한 신화의 이야기가 담긴 장소가 조지아에 있다고 해서 길을 나섰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프로메테우스이다. 신화 속의 프로메테우스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예지력을 가진 신이다. 그는 당시 신의 전유물이었던 불을 훔쳐다가 인간에게 가져다준 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 벌로 조지아 카즈베기 산 어딘가에 묶여서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형벌을 받게 되었다. 그는 신의 육체를 가지고 있었기에 독수리에 간이 쪼이더라도 바로 회복이 되었기에 죽지도 못하고 영원한 고통을 받게 되었다.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있었던 그는 불을 훔치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분명히 알고 있었을 텐데도 그 형벌을 감수하고 인간을 위해서 불을 훔쳐다 준 이야기는 후대에도 많은 영감을 주었다. 이것은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타인을 위해서 나서는 영웅 서사시의 원조가 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윤동주 시인도 이 신화를 주제로 시를 쓰기도 했다.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하는 프로메테우스.
윤동주의 '간' 中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장소는 어떤 곳일지 잔뜩 기대하며 카즈베기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카즈베기 산이 위치해 있는 스테판츠민다는 트빌리시에서 편도로 대략 3시간 정도 걸린다. 꽤나 먼 거리이다. 도로가 처음에는 평탄하게 가다가 점점 고도가 높아지고 도로도 험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해발고도 대략 1700미터가 넘는 지역이라 약간 날씨가 쌀쌀하게 느껴진다. 여름에도 얇은 외투를 챙겨가는 것을 추천한다.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수도원이다. 트빌리시에 있는 츠민다 사메바 수도원과 함께 조지아를 대표하는 수도 원 중 하나다. 이곳은 해발고도 2300m 지역에 있는 성당이다. 과거 조지아가 전란에 휩싸였을 때 조지아 교회의 성물들을 이곳에 대피시킨 곳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독수리가 정말 많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프로메테우스의 신화가 사실로 느껴진다.
주차장에는 택시들이 대기하고 있다. 참고로 여기까지 올라오는 데는 미니 밴 같은 택시를 타고 올라와야 한다.
실제로 보면 정말 아찔하기 그지없는 산맥이 절벽 아래로 펼쳐져 있다. 이 사진 바로 앞으로 거의 수직에 가까운 절벽이 있다. 아무런 위험 표시가 없으니 이곳에서 가게 된다면 발밑을 항상 확인하고 조심하도록 하자.
이곳에서 오랫동안 형벌을 받던 프로메테우스는 영웅의 과업을 수행하러 가던 헤라클레스에 의해서 잠시 풀려나게 되었고 헤라클레스의 과업을 도와준 공으로 형벌에서 마침내 해방되었다. 하지만 몸은 자유가 되었지만 형벌을 계속 수행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이곳의 돌을 깎아 반지로 만들어서 끼고 다녔다. 이 이야기 때문에 반지가 속박을 의미하게 되었다고 한다.
넓게 펼쳐져 있는 대자연 그리고 신화의 이야기를 같이 겹쳐서 보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경외감이 드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