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을까?

내 역할이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만 존재 하는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by 선영

그냥 어느 날 문득 든 생각이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을까?


내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생각해 봤다. 아침에 눈떠서 부터 생각해 보면, 아이를 케어 하는 일을 시작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아침에 씻겨서 아침 간단하게 먹여서 유치원 등원 시키면 오전 일과는 끝이 난다. 주야로 일하는 신랑이 야간일 때는 엄마로써의 오전 일과를 마친 후 아내로써의 오전 일과가 시작된다. 신랑 아침을 챙겨주는 일. 신랑이 주간일 때는 대충 챙겨먹는 아침이 야간일 때에는 뭐라도 해서 먹는다. 그렇게 아내로써의 오전 일과도 끝이 난다. 신랑은 잠을 자고 오후 아이가 하원할 때쯤 맞춰 일어나 아이 하원을 같이 시킨다.


둘째를 임신하기 전에 내 시간들을 돌아보면, 아이를 낳고 복직해서 워킹맘으로 지낸 시절이 너무 힘들어 보상받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쉬었다. 보고 싶은 프로도 보고 낮잠도 늘어지게 자보고 그러면서 코로나에 걸리고, 무기력증이 찾아왔다. 그러던 중 신랑이 둘째준비를 해보자고 해서 시술을 통해 아이를 임신했고, 초기 안정이 필요한 피고임으로 누워 지낸 시간들이 늘었었다. 3주가량 누워만 지내다보니 무기력증은 더해갔고, 입덧으로 먹는 것도 힘들어지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었다. 게다가 입덧도 사라지고 생활이 좀 편해질 때쯤 환도서는 증상이 나타나 나를 또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낮 시간에 많이 움직이면 저녁에 잠이 들기 힘들었고,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호르몬일지 모르겠지만 자꾸 화가 났고, 억울한 생각이 계속 들었다. 나만 희생하는 것 같고, 나만 고생하는 것 같고, 신랑은 전혀 타격이 없는 모습이 더 힘들었다. 그래서 얘기를 했고, 신랑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신체적 변화만 없는 거지 경제적인 부분이나 그런 것에 대한 부담으로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드러나지 않은 것 뿐 나의 신체적 고통과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듣고 보니 둘 중 누구의 고통이 더 무겁고, 누가 더 희생이고 희생이 아니고를 따질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남편은 신체적 고통을 겪는 나를 배려해 주말에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키즈 카페를 다녀오고, 놀이동산을 다녀오기도 했다. 둘만 나가는 일이 없었던 터라 걱정도 됐지만, 아이가 아빠와의 시간을 잘 보내는 것 같다 마음이 놓였었고, 한편으로는 내가 못미더워 다 내가 하려는 성격에 내가 나를 힘들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생각해 보기로 했다.

친정엄마를 봤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나는 엄마가 된다고 해도 저렇게는 안해야지. 저 정도 까지 안 해도 되지 않나? 너무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내가 엄마가 되어보니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그런 모습이 보였다.

아이가 아프면 다 내 탓 이라고 자책하게 되었고, 어느 누가 나를 질책하지 않는데 나 스스로 나를 질책하며, 채찍질하며 나 스스로를 힘들게 했다. 그렇게 나는 없는 시간을 보내면서 자꾸 허탈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가족들이 각자의 역할로 돌아가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왜 저러지 못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커졌다. 그러면서 나의 역할과 나를 분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아내의 역할과 엄마의 역할, 그리고 나를 분리 하고 싶다.

남편과의 관계에서 아내의 역할을 해낼 때는 아무문제가 없다. 수월하게 지나갈 수 있다. 엄마의 역할 또한 마찬가지 이다. 이 역할들을 해낼 때에 힘든 일도 분명 있지만, 성취감이 들기도 했었다. 그 이유는 아이와 남편의 안정적인 모습을 보면 잘 해냈다는 안도감에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내 역할이 끝이 나고 나를 돌아봤을 때 나를 찾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내 역할이 끝이 나면 나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의 차이 일까? 해야 하는 일들은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들지만, 하고 싶은 일은 안했다고 생각이 들어서 일까? 그렇다면,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생각하다 글쓰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시간만큼은 나를 위한 시간이고, 나에게 남을 글들이 그냥 내 모습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내 글들이 나를 보여준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많은 글을 남겨놓고 내 글들을 내가 읽을 때에 비로소 나를 찾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글을 쓰면서 나를 찾는 시간이라고 여기며 글쓰기에 집중해볼 생각이다.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일 인 것 같다. 내 역할들이 해내야하는 일들이면, 나를 찾는 일은 하고 싶은 일이겠지. 아이를 키우면서 내 모습을 잃어가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그 누구도 찾아주지 않는 모습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힘든 마음을 갖게 되는 원인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해내는 일이 있다면, 하고 싶은 일도 찾아봤으면 좋겠다. 나 또한 이런 마음이 들게 된 시기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금이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았다는 것에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해내야 하는 아내와 엄마의 역할을 잘 해냈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일 한가지 쯤 생각해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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