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나의 양육 기록 : 아이와 함께하는 특별한 기억들
나는 아이에게 세상은 넓고, 재미있고, 무한히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집 안에서 해줄 수 없는 것들, 아이의 오감을 자극하고 눈을 반짝이게 만드는 특별한 순간들을 하나씩, 함께 쌓아가고 싶었다. 그 중 하나가 ‘가루놀이’였다. 처음에는 조금 망설였었다. 밀가루를 바닥에 뿌리고 손으로 마음껏 흩트리고 채반으로 눈처럼 흩날리는 장면을 상상하며 ‘집에서는 절대 못 하는 일인데…’ 하고 웃음이 났다. 아이의 손이 밀가루 속을 스윽 지나가며 조심스럽게 그림을 그리고, 눈처럼 내리는 가루를 바라보며 입을 벌려 웃는 그 모습을 보았을 때 나는 문득 생각했다. 이런 경험이, 아이의 세계를 넓혀주는 거구나.
정해진 틀 안이 아니라 자유롭게 만지고, 흩뜨리고, 느낄 수 있는 순간. 그걸 허락해주는 시간이 아이에게 얼마나 특별한 기억이 될지를.
또 하루는,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전시회를 보러 갔었다. 처음 타보는 교통수단에 신기해하며 창밖을 내다보는 아이의 눈빛, 승차벨을 누르고 싶어 손을 높이 들던 작은 손, 그 모든 것이 나에게도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해줬다. “엄마, 다음에도 또 타자!” “우리 지하철 타고 또 전시회 보러 가자!” 그 말 한마디가
그날의 모든 수고로움을 녹여줬다. 무겁던 가방, 잦은 화장실 찾기, 계단에서 들쳐 안고 오르내렸던 그 순간들까지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반짝이게 만들었다.
아이의 ‘처음’에 함께 있다는 것. 그건 생각보다 훨씬 더 벅차고, 예상보다 훨씬 더 깊은 감동을 주었다.
그런 하루하루가 내게도 특별한 기억이 되어 아이와 함께 자라가는 ‘나의 오늘’을 채워주고 있다.
언젠가 아이가 자라서 이런 순간들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기억할 거야.
가루를 뿌리며 깔깔 웃던 그 모습, 버스 안에서 손을 꼭 잡고 앉아 있던 따스한 온기, 모래 목걸이를 만들며 집중하던 눈빛. 그 모든 게 아이와 내가 함께 만든 세상에서 가장 작은 여행이자 가장 커다란 추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