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갖고 싶은 엄마이고 싶었다.

제5장 완벽한 엄마는 없다 : 완벽함에 대한 강박과 죄책감.

by 선영

나는 어릴 적부터 마음속에 작게 쌓인 결핍이 있었다. 친정엄마는 늘 바쁘셨다. 아침 일찍 장사준비 하시고, 해가 저물 무렵 피곤한 얼굴로 돌아오셨다.

나는 그 시간을 기다리면서, 종종 외로움을 느끼곤 했다. '엄마가 나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내줬으면 좋겠어.' 그 작은 바람이, 내 안에 조용히 쌓였다.


그래서 결심했다. 나중에 내가 엄마가 되면, 우리 엄마보다 더 완벽한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아이에게는 외로움이나 서운함 대신, 늘 따뜻한 손길과 다정한 말들만 남겨주고 싶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라면, 나는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막상 엄마가 되어보니,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 나는 일을 해야 했고, 아이도 키워야 했다.

생각처럼 모든 걸 다 해낼 수 있는 힘은 내게 없었다. 아침이면 정신없이 아이를 챙기고, 하루 종일 일하고, 퇴근 후에는 지친 몸을 이끌고 아이를 픽업했다.

"오늘은 아이에게 웃으며 인사해야지." "오늘은 아이와 눈 맞추며 따뜻한 저녁을 보내야지." 수없이 다짐했지만, 막상 현실은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아이를 데리러 가는 길, 운전대를 잡은 손이 떨릴 만큼 피곤했던 날이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한참 동안 내려갈 수 없었다. 몸도, 마음도, 다 무너질 것 같아서.

아이 앞에서는 밝게 웃으려 했지만, 어느새 짜증 섞인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아이의 사소한 말에 버럭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러고 나면, 미친 듯한 죄책감이 몰려왔다. "나는 엄마로서 실패하고 있어." "아이에게도 결핍을 주고 말았어." "나도 결국 우리 엄마처럼 밖에 안 되는 건가." 그렇게 매일 마음속에 죄책감이 켜켜이 쌓였다.

아이를 위해 가장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현실의 나는 늘 부족하고, 조급하고, 엉망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주 조금씩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릴 적 내가 기억하는 엄마는, 바쁘고 힘든 와중에도 늘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셨던 분이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엄마도 아마 같은 죄책감과 괴리감을 견디며, 매일매일을 버텨내셨던 거겠지.

그리고 나도 지금, 완벽할 수는 없지만, 내 아이를 위해 매일 최선을 다하고 있다. 부족한 시간을 대신하려고 아이를 안아주고, 눈을 바라봐주고, 가끔은 서툰 미안함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한다.

그게 바로 엄마로서의 사랑이라는 걸,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완벽한 엄마는 없다. 내가 어릴 때 기대했던 것처럼 하루 24시간을 다 쏟아붓는 엄마도, 항상 웃는 얼굴로 아이를 대하는 엄마도, 모든 순간을 이해하고 감싸주는 엄마도, 세상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매일 실수하고 넘어지면서도, 다시 아이 곁으로 돌아오는 엄마.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를 위해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엄마. 그게 진짜 엄마였다.

나는 이제,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다. 내 안에 있는 '완벽한 엄마'의 허상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나만의 기준을 새로 세운다.


내게 좋은 엄마란, 실수할 수 있지만, 포기하지 않는 사람. 서툴지만, 매일 다시 사랑을 선택하는 사람. 그래서 오늘도 나는 아이에게 다가간다. 조금 엉성한 손길로 아이를 안고, 이렇게 속삭인다.

"엄마도 매일 배우고 있어. 너를 사랑하는 방법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완벽한 엄마가 아닌, 내 아이에게 맞는 완벽한 엄마가 되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는 내가 갖고 싶었던 엄마 이고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