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놓치는 순간에 나를 발견하다.
첫째아이의 질문으로 시작된 틈이었다.
매일 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나보다는 아이들, 남편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나는 늘 맨 끝에 있었다.
어느 날, 유치원을 다녀온 아이가 그림을 그리며 내게 물었다.
“엄마는 무슨 색깔이 제일 좋아? 서준이는 초록색이 제일 좋은데~”
그 질문에 나는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머릿속에서는 우당탕탕, 전쟁이라도 난 듯 소리만 가득했고
‘나는… 무슨 색을 좋아하지? 좋아했던 색이 있었던가?’
그 단순한 질문 앞에서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하는 내 모습이 낯설었다.
분명 있었을 텐데, 분명 좋아했던 색이 있었을 텐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니, 생각해보니 나는 오랫동안 나를 위한 질문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 순간 나는 멍해졌고, 마음 한쪽에 조용히 금이 생겼다.
그리고 그 작은 금이 바로 ‘나의 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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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40이 되면 글을 써보고 싶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도 아니었고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도 없었지만,
‘나만의 책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런데 아이 둘을 낳고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어느새 마흔한 살,
그 꿈은 어느 순간 잊혀져 있었다.
그러다 아이의 질문으로 생긴 그 틈을 발견한 순간,
‘지금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어느 날 신랑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 글을 쓰고 싶어서 노트북에 끄적였었는데… 고장이 났어.
손글씨는 한계가 있을것 같아서, 탭을 사고 싶은데… 어떡하지?”
놀랍게도 신랑은 준비라도 하고 있었던 사람처럼 말했다.
“그래? 바로 주문할게. 내일 올 거야. 하고 싶은 거 해봐.”
그 말을 듣고 깨달았다.
어쩌면 ‘틈’은 이미 내 곁에 있었는데,
내가 그것을 발견할 시간이 지금이었던 게 아닐까.
그날 이후로 나는 아이들이 잠든 시간마다 조금씩 끄적이기 시작했다.
브런치에 올려 두고 발행하지 못했던 글들도 다시 꺼내 보았다.
예전엔 자신이 없어서 못눌렀던 ‘발행’ 버튼이,
이제는 조금씩 나를 향한 용기를 주는 버튼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결심했다.
그동안 써왔던 글들과,
이 틈을 통해 앞으로 내가 어떻게 성장하고 변화하고 싶은지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보자고.
이 책은 그렇게 시작된 **‘나를 발견하기’**의 기록이다.
지금도 육아 속에서 자신의 색을 잊은 채 하루를 버티고 있는 엄마들에게,
조금이라도 용기와 위로가 닿기를 바라며
나는 다시 나를 쓰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