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 꽂혀 책을 써보다가 멈추게 되었다.
' 나는 내가 갖고 싶은 엄마이고 싶었다. '라는 제목으로 책을 쓰고 싶어서 목차별로 내용을 브런치에 기록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이들한테 하는 제 모습을 보니 제가 책에 쓰고 있는 내용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대하고 있더라고요. 마치 내가 싫다고 했던 우리 엄마의 모습이 보였어요. 그래서 책 쓰는 걸 멈췄어요. 멈추고 아이들을 대할 때 왜 그런 모습이 보이는지 생각하게 되었어요.
종일 엄마에 대한 생각을 하고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내 육아가치관을 흐리고 있었어요. 그래서 마음이 너무 힘들고 책에 담고 싶었던 내용들이 흐려졌어요. 또 나는 없는 사람처럼 엄마와 아내역할에 몰두되어 있는 나를 발견했어요. 아이들 등원시간에 맞춰 헐레벌떡 움직이고, 아이들 보내놓고 나면 미뤄뒀던 살림을 했지요. 그리고 나면 아이들이 돌아오는 하원시간이 돼요. 보내놓고 뒤돌아서면 올시간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러다 보면 저녁을 준비하고, 퇴근한 신랑과 아이들도 함께 저녁을 먹고 대충 정리만 하고 아이들 잘 준비를 합니다. 아이들 씻기고 재우는 건 남편이 같이 해줘서 좀 수월하게 지나가요. 그렇지만, 아이들이 잠이 들면 설거지를 하고, 내일 아이들 준비물을 준비해 두죠. 그러면 시간이 11시를 훌쩍 넘어요. 그러다 보면 또 잠이 들기 싫어져요. 나를 위해 보낸 시간이 없거든요. 낮에 잠깐 앉아 밥 먹을 때 본 영상 한편이 전부였죠. 그래서 글을 쓸까 자리에 앉으면 집중이 안되고, 그냥 끼적일까 하고 낙서를 하려고 하면 멍해졌어요. 내가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을 때 잠이 들어요. 그리곤 다음날 아침도 반복이 되지요.
그런데 이런 일상을 만든 건 그 누구도 아닌, 저였어요. 제가 저를 이렇게 만들고 있었어요. 나를 갉아먹으며 스스로 괴로워하고 있더라고요. 아이들의 육아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힘들어했고,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도 힘들어했죠.
그런데 이런 것들을 깨 달을 수 있는 계기가 있었어요. 큰아이는 종종 저에게 질문을 던져요. 전에 브런치에도 적었었는데..'엄마는 어떤 색이 좋아?' '엄마는 어떤 음식이 제일 좋아?' '엄마는 누가 제일 좋아?' '엄마가 좋아하는 건 뭐야?'라는 질문들을 종종 던져요. 이번엔 아이가 저에게 ' 엄마는 어떤 걸 할 때 제일 좋아?'라고 물었어요. 전 대답을 못했어요. 그냥 우리 쭈니랑 후랑 같이 시간 보낼 때?라고 하면서 대충 넘겼어요. 이 또한 거짓말은 아니니까요. ^^;;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뭘까? 뭐였지? 어떤 거였지? 있었나? 아이가 종종 하는 질문들이라 나를 좀 생각해 보고 나를 좀 알아보자 했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나? 내가? 하는 생각일 뿐 디테일하게 생각을 못하더라고요.
그런데 얼마 전 친구한테 전화를 했어요. 쌍둥이 딸을 육아 중이거든요. 그것도 혼자 육아 중이에요. 남편이 퇴근 후에 많이 도와주긴 하지만요.. 그 친구는 항상 밝은 목소리로 이름을 불러줘요. 내 이름. 내 이름 세 글자. 그래서 그 친구한테 전화를 하는 건가 싶기도 하네요. 둘째가 육아로 너무 지쳐있던 상태였는데, 그 친구는 더 힘들 거라는 생각이었는데 너무나 밝았어요. 그 통화목소리에 전 제가 부끄러워졌어요. 나는 7살 아이랑 이제 23개월 되는 아들을 키우는데도 이렇게 힘든데 아이 둘을 동시에 육아하면서 이렇게 밝을 수 있나? 싶으면서, 반면 나는 왜 이렇게 힘들어할까? 내 힘듦은 뭘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힘들게만 생각을 했을까? 나는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리곤 그 친구가 책도 선물해 줬어요. 그 친구는 책도 읽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둥이들한테 한 장씩 두장씩 읽어주는 형식으로 책을 보고 있다고 하면서요. 전 이 친구의 말을 들으면서 생각의 전환이 바로 되더라고요.
왜 아이들이 등원하고 나면 집안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그러면서 왜 힘들다고만 했을까? 나만의 시간을 정해두고 나만의 쉼을 정해뒀으면 어땠을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왜 힘들게만 만들었을까?
이게 엄마의 삶이라고 어느 누가 말하지 않았는데 왜 그 틀 안에 나를 가두고 힘들게만 생각하고 힘들게만 생활했을까? 왜 그랬을까? 이제라도 알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친구가 준 책을 읽었어요. 많이 읽으려고 하지 않고 나도 두세 장부터 시작하자. 그래서 그 책을 읽었어요. 생각보다 술술 읽혔고, 육아를 하는 부부가 쓴 글이더라고요. 그래서 또 한 번의 육아 번아웃을 넘기는 중이에요.
바로 옆에서 남편이 주는 긍정의 신호를 무시하고 있었고, 아이들이 주는 긍정의 행복을 차단하고 있었던 저를 발견했어요. 어느 누구도 엄마의 삶이라고 정해주지 않았는데.. 나 스스로 를 가둬뒀었어요. 그래서 이제 그 틀을 좀 꺠보려구 해요.
하나하나 나를 좀 보니까 나에게 주는 긍정의 신호들도 들리기 시작하더라고요. 진짜 작은 건데 그게 왜 이리 힘든 일이었는지 모르겠어요. 이제 힘들게만 생각하지 않고, 그 틀에서 벗어나 보려고요.
왜냐하면, 난 분명 아이를 갖고 싶어 했고, 아이로 인해서 행복이 배가 되는 순간을 경험했어요. 행복하려고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어요. 엄마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내가 만든 틀 안에 나를 가둬 그 모든 것들을 보지도 느끼지도 못하고 지낸 시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다시 한번 나를 정비하고 글도 쓰려고요. 조금씩 적어둔 메모장을 정리해서 글을 써야겠어요. 그래도 생각나는 건 메모장에 남겨놔서 너무 다행인 것 같아요. 이런 경험도 제가 글을 쓸 수 있는 요소들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려고요. 또 이것저것 고민하고 따지면서 작성하면 올리지 못할까 봐 오늘은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어서 올려봐요. ^^;;
어떤 번아웃을 어떤 방법으로 이겨내고 계신가요? 어떤 계기로 번아웃을 이겨내고 계신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