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갖고 싶은 엄마이고 싶었다.

제7장 아이와함께 성장하기 : 부모 - 자녀 관계의 변화

by 선영

우리는 ‘부모’라는 단어에 무언가 고정된 이미지를 떠올린다. 아이를 이끌고, 가르치고, 보호하고, 때로는 꾸짖는 존재. 하지만 아이가 성장할수록 그 단단해 보이던 틀이 조금씩 금이 간다. 관계는 변하고, 역할도 바뀌고, 마음의 거리도 달라진다. 부모-자녀 관계는 생물처럼 진화한다.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한다.

처음엔 일방적인 관계였다. 아이는 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나는 아이의 하루를 24시간 지켜봐야 했다. 사랑은 깊었지만, 경계는 없었다. 내 품이 아이의 세상이고, 나의 마음이 아이의 마음이었다.

하지만 관계는 그렇게만 머물 수 없었다. 아이의 자율성이 자라나기 시작하면서, 관계는 ‘붙어 있음’에서 ‘조율’로 변했다. 아이는 ‘나’를 주장했고, 나는 처음으로 ‘나와 너는 다르다’는 사실을 배워야 했다.

이 시기의 갈등은 종종 아이 때문이 아니라, 내 안의 낡은 관계 기대 때문이었다. 나는 여전히 '엄마니까 알아야 한다', '엄마니까 해줘야 한다', '엄마니까 옳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관계를 지탱하기보다, 무겁게 만들었다.

부모와 자녀는 관계 속에서 함께 자란다. 내가 아이를 이해하려는 만큼, 아이도 나를 바라본다. 내가 말하는 방식, 감정을 다루는 태도, 실수를 대하는 자세, 그 모든 것들이 결국 아이가 ‘관계’를 어떻게 맺을지에 대한 모델이 된다. 어느 날,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내가 말 안 해도 다 알지?” 그 말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네가 말해줘야 알아. 너랑 나는 다르니까.” 그날 우리는 한 뼘 더 떨어졌고, 동시에 한 뼘 더 가까워졌다. 관계는 이해하려는 노력 속에서 자란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통제하는 엄마’에서 ‘소통하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지시보다는 질문을, 가르침보다는 공감을, 평가보다는 지지를 선택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 말이 통하지 않을 때, 아이가 반항할 때, 화를 내고 방문을 쾅 닫을 때—나는 여전히 본능처럼 통제하고 싶을것 같다. 하지만 그런 순간마다 마음속에서 이렇게 물을것이다. “이 관계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사랑은 변하지 않지만, 표현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 없으면, 가까운 관계일수록 더 쉽게 망가진다. 그래서 나는 아이와의 관계에서도 '선'을 배워야 했고, '거리'를 존중해야 했다.

이제는 다 안다고 착각하지 않고, 아이가 주는 단서를 놓치지 않으려 귀를 기울인다. 부모 자녀 사이는 혈연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그것은 살아 있는, 끊임없이 진화하는 ‘관계’다.

그 관계 안에서 나는 부모로서 성장했고, 아이는 나와 더불어 자라났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 나는 어떤 관계를 만들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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