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아이와 함께 성장하기 : 아이성장에 따른 엄마역할의 변화
처음 아이를 품에 안았을 때, 나는 ‘엄마’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매 순간이 낯설고, 어렵고, 두려웠다. 아기가 울면 내가 잘못한 건 아닐까, 열이 나면 나 때문인 것 같고, 잠을 못 자는 밤이 반복되면 나란 사람도 점점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 시기의 나에게 ‘엄마’는 모든 것을 책임지고, 모든 것을 해내야 하는 존재였다. 아이가 무사히 하루를 보내게 하는 것만으로도 벅찼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쌓아 올리다 보니, 어느새 아이는 내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말을 하고, 감정을 표현하고, 세상과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아이만 크는 게 아니구나. 아이의 성장에 따라 엄마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아이가 처음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 나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다. 넘어지지 않게, 다치지 않게.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아이는 내 손을 뿌리치고 자기 발로 일어섰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힘을 스스로 갖게 되었을 때, 나는 그제야 조금 물러서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아이가 자율성을 찾아갈수록, 나는 조력자이자 관찰자로서의 역할을 익혀야 했다. 모든 것을 대신해 주는 엄마가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해볼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엄마로 바뀌어야 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아이보다 내 불안이 먼저였다. ‘이걸 혼자 할 수 있을까?’ ‘실패하면 상처받지 않을까?’ 그때마다 나는 마음속에서 수없이 되뇌었다. “내가 아이를 믿어줘야, 아이도 자기를 믿게 된다.”
아이의 언어가 자라면서 감정도 함께 커졌다. 떼쓰고, 화내고, 속상해하고, 설명하려 해도 말이 통하지 않을 때마다, 나는 나 자신이 아이 같아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럴 때마다 내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다시 배워야 했다. 아이의 거울이 되기 위해, 내 안의 감정도 자라야 했던 것이다.
아이의 세상이 넓어질수록, 나는 덜 개입하고, 더 신뢰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어린이집, 학교, 친구 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돌아오는 아이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건 해결이 아니라 위로였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대신, '괜찮아, 네 마음 이해해'라고 말하는 엄마가 되기까지, 나도 참 많은 실패를 겪었다.
어쩌면 아이의 성장보다 더 어려운 건, 엄마의 역할이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매일 새로운 장면 앞에서, 나는 또 다른 방식으로 엄마가 되어야 했다. 매뉴얼도 없고, 정답도 없는 그 역할을 수행하며, 나도 조금씩 자랐다.
이제는 안다. 아이와 함께 성장한다는 건, 아이가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나도 한 걸음 물러서야 한다는 뜻이라는 걸. 그리고 그 물러섬이야말로, 진짜 엄마로서의 성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