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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인 Mar 29. 2022

리뷰는 1점부터?

신뢰의 배제

 '평가'에 대한 이야기를 던졌습니다. 그리고 심사위원과 평가의 기준에 관한 이야기도 했죠. 그 연장선 상에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리뷰'에 대해서요.


 저의 관심사에 '평가'가 있다 보니 '리뷰'역시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원래는 리뷰 채널을 운영하는 게 어떨까 하는 고민도 꽤 오래 했죠. 4차 산업이나 IT 쪽에 민감한 것도 그런 이유기도 했고요. 유튜브가 포털 메인보다 더 익숙한 현시대에는 그런 크리에이터로서의 리뷰도 가치가 있지만 쇼핑몰의 '상품 리뷰'도 그에 밀리지 않는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세상은 이미 수많은 리뷰 전문가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파워블로거'가 그렇고, '리뷰 채널'들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우리는 이러한 리뷰 전문가들을 불신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파워블로거지'라는 표현이 있기도 하고, '뒷 광고'논란도 있었죠.


 우리에게 평가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 '판단의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러한 평가에 있어서 공정함을 원하는 것이고, 신뢰도라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번에 삼성 갤럭시의 GOS 논란처럼 어떠한 극명한 단점이 드러날 때, 돈 받고 입막음을 하는 게 예전만큼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상품평은 조금 얘기가 다르죠.




애증의 로켓 배송... 육아에는 피해 갈 수 없는 유혹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쿠팡이지만, 여전히 쇼핑몰로서의 점유율은 높습니다. 무엇보다도 '로켓 배송'의 편리함은 독자적 운송체계를 구축한 쿠팡'만'이 가능한 독점적 우위이기에 확실한 차별화를 가지고 있죠. 아무리 기업에 대해서 여러 가지 사회적 평가가 있다 하더라도 '독점적 우위'는 그것을 어느 정도 상쇄하는 면이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안드로이드 폰을 쓰고 싶으면 삼성 이외에 선택지가 없고, 애플은 애플 이외의 선택지가 없는 독점적 우위 상황이라서 서로 어느 정도 억지를 부릴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 쿠팡에는 '쿠팡체험단'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쿠팡 리뷰를 많이 쓴 사람들 중에서 선발된 인원들에게 무료로 제품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게 하는 거죠. 그리고 업체는 제품 무료 제공뿐 아니라 쿠팡에게도 수수료를 내게 됩니다. '질 좋은 리뷰어'들을 제공하는 대가로 쿠팡이 돈을 받는 셈이죠. 


 그럼 실제로 '쿠팡체험단이 무료로 제품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를 보는 소비자의 입장은 어떨까요. 장문의 사진이 포함된 후기를 보는 것은 도움이 되긴 하지만, '제품을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라는 것을 보는 순간 이것은 '대가'를 받고 작성한 것이라는 감정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필터'가 생기면 아무리 나름 길고 정성 들인 리뷰다 하더라도 그 리뷰 이외의 리뷰를 따로 찾아서 보게 되는 거죠. 




 뒷 광고 논란 이후로 많은 유튜버들은 '앞 광고'를 합니다. 물건 또는 금액을 제공받아서 만드는 영상임을 표기하는 거죠. 물론 '유튜버에 대한 신뢰성'이 '앞 광고'의 '신뢰성에 대한 필터'를 넘어서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마음 한편에는 미심쩍은 불편함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수많은 경험 속에서 '세상에 진짜 공짜는 없다'라는 것을 배웠거든요. '팔은 안으로 굽는다'라는 진리도 알고 있고 말이죠. 


신뢰를 잃기로는 이분들도 둘째가라면 서럽죠...


 그래서 '내돈내산'이라는 리뷰나 후기들이 한동안 대세이기도 했습니다. '내가 돈 내고 내가 산' 제품 리뷰라면 솔직하지 않겠냐는 거죠. 하지만 크리에이터들도 경쟁이 심하기도 하고, 계속 내돈내산만 하면 뭘 먹고 사냐는 불만이 조금씩 쌓이면서 점점 앞광고의 비중이 더 높아져가고 있긴 합니다. 돈 받고 하는 거지만 최대한 사실대로 리뷰하겠다고 '유튜버 자신에 대한 신뢰'를 파는 거죠. 그게 사실일지 아닐지는 결국 언젠가 논란이 터지기 전까지는 그저 믿는 방향이 소비자로서도 마음이 편하기 때문에 대부분 그렇게 흘러가죠.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오면, 그렇게 돈이나 물질을 받고 쓰는 후기들이 많아지면 우리는 그 리뷰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됩니다. 우스갯소리처럼 후기를 볼 때는 파워블로거를 걸러야 한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죠. 심지어는 파워블로거를 하고 있는 사람이 직접 그런 말 하는 걸 봤... 아무튼 그런 이유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리뷰는 낮은 점수부터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적어도 불만이 있어서 낮은 점수를 준 사람은 가감 없이 불편한 점을 이야기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물론 '블랙컨슈머'일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요.


 이러한 리뷰는 배달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별점이 높고 후기가 많이 달린 식당에 대해서 선호하는 경향은 당연한 것이다 보니 '리뷰 이벤트'를 하는 업체도 많죠. 그런 리뷰 이벤트로 달린 댓글과 별점 때문에 배달앱의 신뢰도 역시 흔들리긴 합니다. 그래서 배달앱 리뷰 역시 낮은 별점부터 찾아보는 경우가 많은 거죠. 나중에 점점 익숙해지다 보면 어떤 리뷰가 '진심'인지 보는 눈이 생기기도 합니다. 요기요 같은 경우는 '식후감'이벤트로 선플을 장려하는 건 좋지만 그와 동시에 식후감 이벤트 리뷰는 너무 꾸며진 리뷰라 선택에 참고하기 어렵다는 점이 위의 쇼핑몰 리뷰들과 비슷한 지점이 있죠.




 누구나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심사위원'은 더 이상 권위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성행하고, 전 국민이 직접 심사위원이라는 어필이 먹혀들어가면서 아이돌 서바이버 프로그램이 크게 성공했죠. 그리고 결국 조작으로 대형 사건이 터졌음에도 여전히 서바이버 기획은 '돈이 되는 먹히는 기획'입니다. '리플'이나 '후기'보다 더 적극적인 연결고리를 만들어서 시청자를 옭아매는 판단은 마케팅적으로는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나이 든 시청연령층을 공략한 트로트 서바이버 역시 마찬가지죠. 결국 '되는 장사'이기 때문에 조작이 있든, 다른 논란이 터지든 계속적으로 굴러가고 있습니다.


'아이돌'은 우상을 의미합니다. 아. 여기가 아니라고요? 


 리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쿠팡이 쿠팡체험단을 돈 받아가며 굴리는 것도, 유튜버들이 앞광고를 할 수 있는 것도, 서비스가 아닌 '리뷰 이벤트'로 배달앱 평가를 올리는 것도 결국 그러한 방식이 우리의 선택에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너무도 많은 선택지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하나의 선택에 기울일 수 있는 노력은 그 정도가 보통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끊임없이 배신당하면서도 그런 선택을 반복하게 되고, 그것이 유의미한 '돈이 되는' 순간이 발생하는 것이죠. 


 그래서 포털사이트, 쇼핑몰, 배달앱 이런 것들이 서로 달라 보이지만 결국 비슷합니다. '선택의 자유'를 제공하는 것처럼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쏟아내고서는 마치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처럼 그런 선택을 돈 받고 파는 방식을 취하는 거죠. 그리고 그 안에서 파워블로거, 유튜버, 리뷰어들이 작동하는 것이죠. 




 항상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제가 다루는 주제들은 어느 정도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정보의 자유를 얻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정보의 과잉도 발생했죠. 그러한 정보의 과잉은 우리에게 선택 장애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검색과 색인의 편리함으로 지배하던 포털사이트는 이제 구독 경제로 넘어가는 중이고, 신뢰의 경계는 매우 옅어졌습니다. '가능성'과 '자유'라는 달콤함으로 포장해서 신뢰의 유무와 관련 없이 정보를 과도하게 풀어버린 사회는 개인을 흩어놓았고, 그 안에서 익명성은 게임뿐 아니라 삶의 전반에 걸쳐 '트롤'을 만들어냈습니다. 트롤의 선택은 책임감의 둔화를 의미합니다. 책임이 없기에 악플도 가능하고 돈을 받고 양심을 파는 것도 편해졌습니다. 심지어는 정치마저 신념보다 '개인의 재산과 권력의 증식'이 더 중요한 결정 요소로 자리잡기 시작했죠. 


 사회는 존재합니다. 개인도 존재하죠. 하지만 신뢰가 깨진 사회에서는 사회는 '언제든 없어질 수 있는 존재'입니다. 가정도 이혼으로 없어질 수 있고, 학교도 전학뿐 아니라 홈스쿨링 같은 선택지도 존재하죠. 직장은 '평생직장'같은 개념은 없어진 지 오래고 '이직이 능력'이라든가 '화려한 프리랜서'를 꿈꾸기도 합니다. 그래서 유튜버, 인플루언서 같은 직업이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소속'은 언제든지 바뀌거나 없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신뢰가 없어진 거죠. 심지어 국적마저도 쉽게 바꾸는 사회가 되었으니까요. 


모여있지만 모여있지 않은 것 같을 수 있습니다. 신뢰가 없으니까요.


 '리뷰 같은 가벼운 이야기 하다가 너무 나가는 거 아니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지만, 제가 '커넥티드인사이드'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입니다. 우리는 한 가지 경험에서 하나만 얻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지점들을 타고 이동할 수 있어야 해요.






 비대면 시대가 점점 끝이 보이고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가족을 코로나가 한번 휩쓸고 지나갔죠. 비대면 시대다 보니 점심만 되면 배달앱을 쳐다보는 일이 늘어났습니다. 한 달에 몇 번은 가던 대형마트도 뜸해지고 나이 드신 어머니마저 인터넷 쇼핑이 익숙해지셨습니다. 그래서 더욱 리뷰와 인터넷을 통한 비대면 평가들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잘된 구매를 기억하는 것보다 실패한 구매를 기억하죠. 


 비대면 시대가 끝나면 사회는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사람의 온기와 호흡이 닿는 거리가 우리에게 믿음을 다시 선물해 줄 수 있을까요? 우리는 다시 '지속 가능한' 사회와 속성들에 몸을 맡기게 될까요? 


 물음으로 끝나기보다 그러한 믿음을 갖는 수밖에 없어서,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타인의 리뷰를 다시 한번 믿어보면서 '주문하기'를 누르고 있습니다.





@게인


커넥티드 인사이드에서는 

4차 산업, 게임, 인문학 그리고 교육에 관해서

가볍거나 무겁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연결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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