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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인 Apr 15. 2022

서평 : 재미의 발견

서평 숙제 1

 길고 긴 숙제를 끝냈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하는 숙제이기도 하고... 사실 디지털이 아닌 텍스트를 이렇게 오래 몰아서 본 것도 오랜만이라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작가님께 선물 받은 책으로 한 숙제지만 가감 없이 느낀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먼저 "재미의 발견"책을 쓰신 김승일 작가님께 감사의 인사와 함께 수고하셨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주제는 "특, 전, 격"입니다.


 특이, 전의, 격변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기반으로 '트렌드'와 '콘텐츠' 위주로 '성공의 요소'를 분석하는 것을 기반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음... 일단 제가 뭔가에 대해서 리뷰를 할 때는 내용을 일일이 스포 하는 타입이 아니라 제 생각을 말하면서 연결되거나 일치하는 부분과 차이점 등을 위주로 설명을 한다는 점을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재미에 대해서는 꽤 오래 고민해왔습니다. 아마 저의 다른 글들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제가 인문학과 재미를 어떠한 방식으로 연결해서 고민해 왔다는 걸 이해해 주실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러한 이유에서 제가 게임과 인문학, 4차 산업과 교육을 연결하는 커뮤니케이터가 되고자 하는 것이죠. 


 '스바루'라는 만화가 있습니다. 상당히 유명한 '소다 마사히토'라는 만화가의 작품으로 꽤나 인기가 있었습니다. 보통 이 '소다 마사히토'라는 작가의 작품에는 꿈과 노력을 동반하는 주인공과 라이벌 등 전형적인 구도를 많이 사용하지만 그럼에도 고난과 역경 등에 대해서 설정하거나 묘사하는 방식이 뛰어나 꽤나 인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전에도 조금씩 천재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천재에 대한 사상과 심리묘사에 대해서 뛰어나게 다뤘죠. 


2부인 문으로 이어졌습니다. 스토리로 꽤나 호평을 받은 작품이죠.


 (*주의 : '스바루' 내용에 대한 약간의 스포가 있습니다.)


 좋아하는 작품이다 보니 설명이 길었네요. 갑자기 좀 뜬금없다고 생각하셨겠지만 이 작품 중간에 그런 장면이 있습니다. 주인공인 스바루가 모든 기회를 던져버리고 미국에 가서 3류 발레극 단과 계약하게 되는데, 그 극단은 실력이 있는 편이지만 다들 희망이 없어 보이는 단원들이었죠. 스바루는 그들에게 '자신에 걸맞은 높은 기준'을 요구하고 자극받은 나머지 단원들은 겨우 그걸 따라잡습니다. 


 다들 자신감도 생기고 실력도 붙었지만 길거리 공연으로 사람들을 끌어보려는 그들의 노력은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합니다. 좌절하고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는데 스바루가 그런 말을 합니다. 이건 실력 이전의 문제라고. 그리고 지하철에서 다 같이 똑같은 발레 동작을 같은 타이밍에 해보라는 주문을 합니다. 그들의 그런 움직임에 모든 지하철의 (심지어 옆칸까지) 시선이 그들에게 모입니다. 




 재미는 사실 주의 깊게 보기 이전에는 판단의 대상조차 되지 못합니다. 무언가 오감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어야 시작이 되는 거죠. 음식점의 냄새든, 강호동의 웃음소리든, 아니면 위의 스바루처럼 시각적인 무엇이든 말입니다. 


 후에 여러 가지 설명이 덧붙여지긴 하지만 특이와 전의와 격변의 핵심은 '자극'이었다고 봅니다. 


 자극이라는 것은 '기본 상황'이라는 것이 존재해야 가능합니다. 일반적인 것이 있어야 특이한 것이 있고, 기본적인 뜻이 있어야 전의가 가능하며, 평상 시라는 것이 존재해야 격변이라는 것이 가능합니다. 흔히 자극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역치'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러한 역치 값이 올라가면 그 자극 상태를 평범하다고 여기고 더 이상 자극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책에서도 중간중간 예시로 처음에 만들어 낸 재미 구조를 반복하다가 실패하는 경우를 들게 된 것이죠.


그런데 실제로 모든 사람이 이탈하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런 차이가 발생하는 건 그들이 어떤 '자극'을 쫓아서 왔는가, 아니면 '재미'를 쫓아서 왔는가에 있습니다. 




 세간에는 '반전'으로 유명한 영화들이 있습니다. '반전'이 있는 영화라는 것을 알기만 해도 스포일러가 되는 슬픈 영화들이기도 하죠. '유주얼 서스펙트'가 그랬고, '식스센스'가 그랬습니다. 그 이외의 작품들도 있었지만 가장 대표적으로 꼽히는 작품들이죠. 워낙 임팩트 있고 잘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보니 말 그대로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 당시의 트렌드 중 하나가 '반전'이었을 정도니 말 다했죠. 사람들은 반전이라는 게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 구조를 따라 하려는 시도도 많았습니다.


일단 뒤집었으면 반전이긴 합니다.


 하지만 반전이라는 것을 아는 반전은 의미가 훨씬 줄어듭니다. 당연히 반전이라는 것은 '보통의 상태'가 존재해야 가능하니까요. 그래서 예측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야 하는데, 그러면서도 그것이 논리적인 연결고리를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반전을 설계하는 것은 창의성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남들이 쉽게 떠올릴 수 없는 논리적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작업이니까요.


 그래서 당시 개그 코드 중에는 반전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반전의 홍수를 유머로 꼬집는 코드도 있었습니다. 모두가 비슷한 자극을 추구한다면 그것이 재미로 작용하기는 어렵죠. 우리가 스포일러를 꺼리는 이유도 그 안에서 재미에 대한 코드를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인 것처럼요.


 이것은 스릴러나 공포영화에서 하는 '긴장감의 고조'와는 좀 다른 영역입니다. 우리는 스릴러나 공포영화에서 무언가 벌어질 것 같은 상황이다 하더라도 긴장을 하면서 보게 됩니다. 거기서 무슨 일이 터지는 것이 꼭 예측 불가능한 영역일 필요는 없죠. 서로 재미로 여기는 영역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콘텐츠에 대해서 다룬 내용이다 보니 중간에 BJ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사실 지금 젊은 세대에게 가장 되고 싶은 직종 중에 하나는 유튜버나 인플루언서, BJ와 같은 직업이죠. 그런데 BJ 같은 경우에 롱런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논란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자극적인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초반에 스바루에서 말했듯이 일단 주의를 끌어야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와 동시에 자극에 끌려서 들어온 시청자나 구독자들은 그 이상의 자극이 계속 나오지 않으면 점점 떨어져 나갑니다. 물론 그 안에서 꾸준히 재미를 발견하거나 매력을 찾아서 정착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초조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죠. 


 이건 흔히 속어로 말하는 '오픈 발' 과도 비슷합니다. 새로운 음식점이나 가게가 생기면 한 번쯤 가보게 되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자극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 개업했을 때는 일단 한번 와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고객에 대한 유인 요소가 시스템적으로 잘 구성된 것인지 아닌지를 바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마치 자극적이거나 대형 게스트를 내세운 방송이 내용과 구성이 재미없으면 처음 몇 회 이후에 시청률이 급감하는 것처럼 말이죠.


 BJ와 같이 거의 매일 콘텐츠를 생산해야 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트렌드'와 '자극'을 찾아서 뛰어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덜 유명할수록 더 열심히 찾아다니게 되고, 그래도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본인들의 메인 콘텐츠의 재미 구조를 지키면서 어떻게 그러한 트렌드를 녹여낼 것인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거기서부터 개인이 혼자서 구성할 수 있는 콘텐츠의 영역을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하죠.


 일부는 '역치 값'이 올라간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참지 못하고 급발진(?) 하기도 합니다. 어떤 플랫폼은 그런 논란을 일부러 이슈화 해서 그런 시청자층을 유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고 있는 플랫폼마다 약간의 성향 차이를 느끼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죠.


 책의 후반부에서 다루고 있는 재미의 '증폭제'들이 사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재미'의 요소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감이라든지 연결성, 창의성 등은 개인의 취향을 탑니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의 취향이라는 것은 공통된 감정이 아닌 개별화된 감정으로 '재미'의 요소가 됩니다.




 자극은 공통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다시 언급하자면 스바루에서 그들이 모두 똑같은 동작을 할 때 모두가 쳐다보게 되는 것은 그것이 일상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일상적이나 예측이 가능하지 않은 것들에는 주의를 기울이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종종 사람들이 '의식적인 것'으로 착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숫자가 써져있는 많은 세모들 사이에 숫자가 써진 동그라미가 있으면 동그라미를 인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각각의 세모들에 무슨 숫자가 써져 있는지는 다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말이죠. 이건 우리의 의식이 아닌 그 밖의 영역입니다. '모두 다 그런 것'이 아니다 하더라도 사회 전반적으로 그런 것이 무의식에 의한 것이라면 이것을 의식의 영역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유튜브의 썸네일들은 항상 자극적입니다. 예고편은 최대한 자극적으로 만들기에 '예고편이 내용의 전부였다'는 콘텐츠도 가끔 나옵니다. 흔히 말하는 '어그로'성 제목이나 영상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자극 자체가 재미의 핵심이면 발생하는 일입니다. 포르노그라피의 발전이 갈수록 '벗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순수하게 학문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내용과 상관없더라도 자극적인 사진이 메인이라면 조회수는? 여러분은 답을 알고 있습니다.




 작가님의 재미에 대한 접근은 조금 더 '방송' 콘텐츠 적인 면이 강했습니다. 그것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것은 작가님이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또 다른 시각이었습니다. 당연하지만 '자극'은 재미를 구성하는 요소입니다. '재미'를 의미하는 게 'fun'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만해도 보통 aesthetic을 더 많이 씁니다. attractive 같은 단어를 쓸 때도 있고요.


 그리고 자극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증폭제'를 이야기하면서 결론적으로는 재미의 대부분의 영역을 다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지속적인 재미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할 수 있었죠.








 제가 평소 콘텐츠를 보면서 느꼈던 부분과 일치하는 부분도 많아서 흥미 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마치 브런치 같았다고 할까요... 글 전체가 흐름이 이어지기보다는 한편 한편 끊어지는 느낌이 있다 보니 한 번에 쭉 읽어내기는 어려운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절대로 제가 숙제를 늦게 해서 변명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작가님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좋은 글을 많이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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