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게인 Sep 29. 2022

인문학을 뭘로 가르친다고 (10)

게임이 거기서 왜 나와?

 교육은 아는 내용을 그저 전달하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교육에도 기획은 존재합니다. 전달해야 할 내용이 있고, 그것을 그냥 전달하면 수업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교육 내용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교육에 대한 기획과 운영입니다. 그리고 게이미피케이션을 교육에 접목한다는 것 역시 교육을 운영하는 방식에 대해서 고민을 동반합니다. 












 게임형 교육을 할 때 난감한 부분 중 하나가 '참여 인원'에 대한 부분입니다. '팀 게임'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이 많다 보니, 참여자 명단이 바뀌면 팀을 바꾸거나 잉여인원이 남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제가 앞에 소개해드렸던 프로그램들도 대부분 4-5인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딱 떨어지지 않는 인원일 때는 어쩔 수 없이 '깍두기'격인 친구가 등장합니다. '관찰자'나 '감독'이라는 나름 의미 있는 역할을 부여하지만 그래도 게임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사실 인원을 딱 맞추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게임에 필요한 교구 따위를 준비할 때 인원의 변동은 크게 영향을 줍니다. 가끔은 교구를 챙겨가서 현장에서 수정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수의 인원이 참여하는 게임형 교육은 그 장점이 뚜렷하지만 동시에 더 많은 운영상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1대 1 교육이 마냥 좋은 것도 아닙니다. 


저는 특정 회사와 아무 연관이 없습니다. 제가 자랄 때만 해도 없었거든요...


 어릴 때 '구몬'이나 '빨간펜'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알 겁니다. 방문학습지는 정해진 내용이 있습니다만 방문하는 선생님의 성향에 따라서 내용이나 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게 대기업에서 규격화시킨 교육 내용조차도 교육 운영에 있어서는 각각 개별 선생님의 교육 운영 및 진행 능력에 따른 격차가 발생합니다. 하물며 일반적인 게이미피케이션이 가미된 인문학이나 문화예술교육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교육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교육 운영자의 능력에 크게 좌우된다'라는 지점입니다. 




 게임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게임도 운영이 엉망이면 망해버리는 사례가 비일비재합니다. 물론 돈을 꽤 벌었으니 망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만, 게임 자체가 가지고 있는 '포텐셜'에 비해서 롱런하지 못하는 게임들이 꽤 많습니다. 일본에서 1조 이상의 매출을 올린 최고의 인기 게임이 한국에서는 운영상의 문제로 최악의 평가를 받고 있다든가, 한국에서 입지전적의 위치를 가진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던 게임이 가장 많은 항의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한 때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갔던 게임이 '핵'을 쓰는 사용자들 관리를 하지 않아서 주저앉는 경우도 많습니다. 


운영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시내에서 두번이나 마차로 시위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죠.


 게이미피케이션을 포함한 교육에서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게임화된 교육에는 규칙이 존재하고 누군가가 그 규칙을 깨고 수업에 참여한다면 밸런스가 무너져 내립니다. 아이들이 활동에 대한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지 않으면 수업은 산으로 갑니다. 심지어는 게임 자체는 재밌게 진행되더라도 교육이 주고자 하는 내용이나 취지와 어긋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어릴 때 '드래곤퀘스트 6'이라는 아주 유명한 게임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게임은 RPG(롤플레잉) 게임의 일종으로 용사인 주인공 일행을 이끌어서 스토리를 진행하고 세상을 구하는 그런 종류의 게임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게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게임 진행에 쓰지 않았습니다. 게임 내에는 슬롯머신과 카드게임을 할 수 있는 도박장이 존재했는데 저는 난생처음 해보는 포커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그래서 스토리 진행을 안 하고 부모님 눈치를 보면서 겨우 몰래몰래 하던 게임시간을 죄다 게임 안에 있는 카드게임을 하는 데 써버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도박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입니다. 그 게임 기억은 안나고 도박한 기억만 납니다...


 게임에서는 기획의도와 다르게 활용되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일부 게임들은 그것을 활용해서 더 인기를 끌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원래의 게임보다 그런 부분이 더 어필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떻게 봤을 때는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긴 합니다. 사실 많은 교육들이 그런 것을 활용하여 인기를 끌기도 합니다. 방과 후 교육에서 요리 프로그램이 가장 인기 있는 이유는 수업에 가면 먹을 게 생기기 때문입니다. 거기 몰려든 모든 학생이 대부분 요리에 관심이 있어서 그 프로그램을 하는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많은 온라인 게임들이 유저를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으로 오픈 초기에 대량의 선물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많이 엽니다. 그리고 '특정 레벨'을 달성한 유저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서 선물을 제공합니다. 한때는 경쟁이 붙어서 외제 자동차를 선물로 주는 게임도 있었을 정도였습니다. 결국은 참여자들이 그 레벨에 도달할 때까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게임 내에서 재미를 느끼거나, 아니면 게임에 투자한 시간이나 캐릭터가 아까워서 계속 플레이하게 되는 것을 기대하는 마케팅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게임은 재미가 없는데 이벤트로만 끌어들여진 유저들이 있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당연히 이벤트가 끝나면 썰물처럼 빠져나갑니다. 실제로 수업에서 어떤 '보상'을 제공하는 것을 신중히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수업을 듣는 목적이 물질적인 보상에 있다면 수업의 효과가 반감하기 때문입니다. 인문학 수업인데 수업 시간에 제공되는 간식을 먹으러 오는 것이라면 수업이 효과적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책을 읽은 만큼 핸드폰을 하게 해준다면 아이들이 책을 읽을까요? 아니면 책을 들고 시간을 보낼까요?


 물론 동기부여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동기부여 또는 강화가 당초의 목적과 어떤 연관성을 맺는가의 문제입니다. 예전에 초기 'TED'강연 주제로 '책을 읽는 것에 대해서 보상을 지급하는 것이 과연 책을 읽는 습관을 만들어주는가'라는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저 역시 교육 이외에도 직접 우리 아이를 가르쳐 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좋지 않습니다. 책 읽기가 '수단'으로 전락하는 순간 책을 '읽는 방법'이 바뀌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즉, 수단화된 교육은 원래의 방식대로 운영되기 어렵습니다. 애초에 경쟁과 보상에 대해서 가르치기 위한 교육이 아닌 이상은 말입니다.




 아이들이 교육에 몰입하지 못하는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 게이미피케이션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그 '게임화된 교육'에 집중하게 하기 위해서 다시 유인 요소를 써야 한다는 것은 사실 아이러니입니다. 게임은 재밌어야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적극적인 유인 요소가 또 따로 필요할까요. 


 물론 적극적 유인 요소가 목적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면 가능합니다. 예전에 처음 책을 만드는 '작은 마을 이야기'프로그램을 했을 때의 유인 요소는 '주변에 나눠줄 수 있을 만큼 책을 만들 수 있다'라는 부분과 '작가로서 출판을 할 때 '출판기념 사인회'를 열어서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책을 나눠주는 행사를 할 수 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다행히도 그런 요소는 잘 먹혀서 꽤나 도움이 됐습니다. 


 최근의 게임을 직접 만드는 '밤의 멋쟁이' 프로그램 같은 경우도 처음부터 등장했던 요소는 아니었지만 게임을 만들어서 '외부 행사 부스에 참가'라는 유인 요소가 생기고 나서는 더욱 참여하는 학생들의 의지가 불타올랐습니다. 이런 목적과 상관관계가 명확한 유인 요소들은 얼마든지 교육에 활용될 여지가 있습니다. 












 재미있는 교육을 한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특히 인문학처럼 아이들에게 생각을 이끌어내는 교육은 더욱 그렇습니다. 아이들이 알고 있는 인문학은 전혀 재밌는 것이 아니니까요. 생각한다는 것은 머리 아픈 것이기만 하기 때문입니다. '생각과 고민의 즐거움'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게이미피케이션과 교육 기획, 그리고 매끄러운 교육 운영이 어우러져야만 가능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인문학은 아이들에게 점수를 잃고 들어가는 학문이다 보니 더 그렇습니다. 


 언젠가 체육고등학교에서 저에게 수업받던 학생이 '인문학 교육'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냐고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너무 뿌듯했습니다. 다만 당장에 제가 그 친구에게 인문학 교육을 하는 사람이 되는 방법을 줄 수는 없어서 그건 안타까웠습니다만. 인문학은 배우는 것도, 가르치는 것도 의미 있고 재미있는 학문이 될 수 있습니다. 꼭 저처럼 게임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고전을 정말 재밌게 풀어주시는 분도 계시고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래도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해서 게임처럼 즐길 수 있는 형태가 된다면 조금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을 가르치기 쉽지 않을까 합니다. 그때 저에게 인문학을 가르치고 싶다고 물어봤던 그 친구도 지금은 20대 중반이 넘었을 텐데 혹시라도 아직도 인문학을 가르쳐보고 싶어서 검색했을 때 저의 글들이 그 친구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게인



커넥티드 인사이드에서는 

4차 산업, 콘텐츠, 인문학 그리고 교육에 관해서

가볍거나 무겁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연결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커넥티드인사이드 #게인 #인문학 #게이미피케이션 #교육기획 #동기부여 #유인 요소 #교육운영

매거진의 이전글 인문학을 뭘로 가르친다고? (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