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 초부터 으슬으슬하고 목이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이미 3월에 코로나에 걸렸긴 하지만 그래도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밥 잘 먹고 잘 자면 낫는다는 주의지만 증상이 느껴지자마자 약을 먹었다. 그런데 약이 전혀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증상이 더 다양해지고 있었다. 일단 병원을 가서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코로나는 아니었지만 이미 목은 엉망이었고 주사와 함께 독한 약을 처방받았다. 먹자마자 기절할 듯이 잠이 몰려오는 약이었다.
문제는 차라리 자는 게 나은 상황이라는 거였다. 깨어 있으면 목이 너무 아파서 기침을 하고, 몸을 눕히면 더 힘들어서 앉아서 쪽잠을 자고 있었다. 애들이 있으니 스스로 격리해서 혼자 자기도 했다. 깨어있지만 깨어있는 것도 아니었고, 쉬고 있지만 쉬는 것도 아니었다. 목소리도 잘 안 나오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나의 일상은 그렇게 일시정지에 들어갔다.
올해 마음먹었던 일 중에 제대로 된 일은 거의 없다.
그중에 그래도 계획했던 대로 한 것이 있다면 유일하게 브런치라고 볼 수 있다. 올해 초에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나름 약간 과하게 목표를 잡았다.
1년간 150개의 글을 쓰는 것.
그것이 목표였다. 오랜만에 글을 쓰는 것이라 어색했지만 그래도 기왕 시작한 거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중간에 우여곡절이 좀 있었지만 그래도 거의 목표에 도달했다. 물론 모든 글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글들 역시 나의 기록의 일부라 받아들이고 쭉 브런치를 써왔다. 물론 수입이 불안정한 측면이 계속 마음에 걸렸지만 그런 불편한 마음속에서도 나 스스로 약속을 지켜나간다는 뿌듯함이 있었다. 어느덧 글은 130개를 넘었다.
문제는 그와 동시에 '번아웃'이 오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끊임없이 내 글에 대해서 자문자답해오고 있었지만 어느새 그것도 막막해졌다. 결국 시를 쓰는 것을 멈추고, 수필과 인문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글을 중단했다. 그럼에도 글을 쓰는 게 힘겨워졌다. '의무감'이 되어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꾸준히 쓰던 걸 멈추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다.
몸이 아프고 나서야 나는 멈춰 섰다. 쉬어야지 마음을 먹어도 머릿속은 언제나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했는데 약기운에 모든 것이 날아가버렸다. 해야만 한다는 모든 압박을 생각조차 못하고 그저 이 아픔이 지나가기를 약기운에 헤매고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몸은 조금 나아졌다. 아직도 약은 먹고 있지만 내성이 생겼는지 몽롱한 기분도 덜 해졌다. 이렇게 오래 브런치의 손을 놓은 것도 오랜만이었다. 무언가 꼭 써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났다는 기분에 후련하기도 했다. 결국 내가 선택해서 손을 놓은 것은 아니지만 아등바등 낫자마자 글을 쓴다고 매달리지 않은 것만 해도 나 스스로 결정한 것과 다름이 없다고 위안하고 있었다. 압박에서 벗어나 선택으로 글을 쓰기 위해서 스스로 결정한 것처럼 그렇게 포장했다.
이제 정말 좀 또렷해진 정신으로 오랜만에 글을 좀 쓰려했다.
컴퓨터를 켜고 잠시 인터넷을 보는데 다음이 먹통이었다. 카카오톡도 갑자기 연결이 끊겨서 처음에는 인터넷 문제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 인터넷은 일제히 다음의 서비스 중단에 관한 뉴스로 도배가 되었다. 요새 아팠던 탓에 카카오톡이고 뭐고 거의 연락도 두절했던 탓에 나는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났던 글을 쓰기 위해 브런치를 눌렀는데 페이지가 열리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당연했다. 브런치도 다음카카오의 서비스였으니까. 그렇게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까 브런치가 문을 닫고 휴업해버렸다.
당황스러웠다. 내가 스스로 안 쓰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쓰려고 하니 쓸 곳이 없어져버렸다. 물론 금방 복구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저녁이 될 때까지 브런치가 열리는 일은 없었다.
뭐 컴퓨터에는 문서 작업할 공간이 없는 건 아니니까 상관없겠지 하고 한글문서 창을 열고 글을 쓰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이 느낌이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나는 이미 브런치에 직접 글을 작성하는 게 익숙해져 있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는데 글을 쓸 기회를 빼앗긴 것 같아서 조금씩 초조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괜히 아픈 걸 핑계로 피하지 말고 브런치 페이지가 열려있을 때 글을 써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잠시나마 글쓰기의 압박을 벗어나 내가 스스로 컨트롤한다던 생각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오늘 오전, 다시 브런치가 열렸다.
모든 기회는 그렇다.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은 없을 때다. 언제나 있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자존심을 부리게 한다. 나는 나에게 허락된 얼마 없는 글을 쓸 시간을 이상한 허세로 없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렇게 '마스터피스'를 만들어 낼 사람도 아니면서.
원래 없는 사람은 가지려 하지만 사실 가졌을 때 어떨지 잘 모른다. 막상 갖게 되면 자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만족하거나 잘 활용하지 못할 때도 많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한다. 익숙하던 것들이 없어지는 것들은 불편함을 떠나서 허전함과 당황함을 선사한다.
누군가는 일부러 있던 것들을 없애고 줄인다는데 나는 '맥시멀리즘' 근처에도 못 가본 사람이라 예외다. 되지도 않는 '컨트롤' 같은 거 신경 쓰지 말고 있을 때 잘하는 게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