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 MS가 그리는 메타버스는?
오늘 오전에 갑작스레 액티비전 블리자드(이하 블리자드)가 MS에 매각되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매각 금액은 무려 82조... 이렇게 말해서는 이게 얼마나 어마어마한 규모인지 감이 안 오실 수 있는데 82조라는 금액은 거의 조그만 나라 하나의 1년 국가 예산에 맞먹는 금액입니다. (우리나라는 생각보다 안 작아요...)
그런데 왜 제목은 저렇게 지었지? 그리고 구독 경제는 왜?
그건 이제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풀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구독 경제와 소프트웨어의 연결 점부터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대부분의 30대~40대의 인터넷과 컴퓨터 세대라면 고의적으로든 아니든 정품이 아닌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기억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확률이 높은 프로그램들은 무엇일까요? 당연히 OS부터겠죠. 윈도우즈에 대한 가품과 정품인증 우회방법 등은 예전부터 악명을 떨쳤으니까요. 그럼 그다음은 뭘까요? 솔직히 엄청나게 많은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가장 많이 언급될 이름 중에는 '어도비'와 'MS office' 그리고 '한글'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복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였든 정당화되기 어렵지만 그 이유 중 하나를 꼽자면, '비싼 가격'과 '버전에 따른 구매'라는 부분이 작용했습니다. 정품 소프트웨어들은 기본적으로 가격이 높았고, 또 가격이 높으니 복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그러한 손해를 메꾸기 위해서 기본적인 가격이 다시 올라가는 악순환 구조가 그 당시의 기본적인 모델과도 같았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Shareware'라고 불리던 무료 프로그램들도 많이 있었습니다만, 아무래도 대부분 전문적인 작업을 위해 만들어진 고급 프로그램들과의 격차가 상당했죠.
당시에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를 한번 구매하면 오래오래 쓰는 수밖에 없었는데 다음 버전이 나오면 호환에 문제가 발생했던 기억도 납니다. 한글 같은 경우도 상위 버전 문서와 하위 버전 문서에서의 문제가 발생했죠. 즉, 당시의 프로그램 개념에는 '업데이트'라는 개념이 생소했다는 거죠. 당연하지만 통신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버전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가장 컸습니다. 그래서 모든 프로그램은 판매되고 나면 그 뒤로 사후 관리를 하기보다는 다음 버전을 출시하고 새로 지우고 다시 까는 형태가 보통이었죠.
그러던 중 결국 인터넷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그리고 앞서 나왔던 비즈니스 모델(BM)은 인터넷의 발달로 강력한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예전에는 복사를 위해서 CD로 주고받아야 했지만 인터넷을 통해 간단하게 다운로드하는 것이 대체하게 된 것이죠. 특히 초기에 유행하던 P2P 서버들은 더욱 그러한 상황을 부추겼습니다. 우리 기억 속에 있는 당나귀나 프루나 같은 것들 말이죠. 그리고 앞서 말한 '업데이트'라는 개념이 생깁니다. 클로즈 베타니 오픈 베타니 하는 개념들도 생기죠. 이러한 격랑 속에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던 회사들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각자의 소프트웨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인터넷 시대에 적응해나가기 시작합니다.
OS의 경우는 결국 인터넷 다운로드를 기본으로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PC 유저가 이미 CD나 DVD와 같은 보조 매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포기했기 때문이었죠. 패키지는 오히려 USB를 중심으로 변경됩니다. 그리고 MS의 기존 CD키를 다음 버전의 윈도우와 공유할 수 있도록 변경하게 됩니다.
위에 나온 어도비와 한컴 같은 경우는 구독 경제를 선택합니다. 다달이 돈을 내고 프로그램을 사용하도록 하는 거죠. 구독 경제 초기에는 사람들이 구독 경제가 익숙하지 않았고, 회사들도 구독 경제를 어떻게 적용할지 갈팡질팡하던 시기라 엄청나게 비싼 가격에 내놓았습니다. 그때 콘텐츠 회사를 하면서 어도비 클라우드에 돈을 엄청 썼던 기억이 나네요...
시간이 지나고, 구독 경제에 대한 시장 전체의 탄력성이 발생하면서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도 구독 경제가 정착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우리는 이미 구독 경제를 다른 의미에서 사용하고 있었지만 그걸 소프트웨어 업계로 넘겨오는 게 힘들었을 뿐이었으니까요. 우리가 쓰던 전기, 수도, 전화 이런 것들부터 어릴 때 풀던 구몬 학습지까지 그 이전에도 사실 구독 경제는 쭉 곁에 있었습니다. 다만 소프트웨어의 기존 BM 때문에 사람들에게 구독 경제가 낯설게 보였던 것뿐이었죠.
게임은 양상이 달랐습니다. 온라인 게임들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어느 순간 게임계는 패키지보다 월 정액이라는 개념이 앞으로 튀어나왔습니다. 물론 그 시절에도 블리자드를 비롯하여 패키지 게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PC로 하는 게임은 온라인이 워낙 대세로 올라서다 보니 아무래도 정액제 시스템이 더 많았습니다.
그런데 게임은 그런 구독 경제 스타일에 제일 가까운 정액제 시스템을 지나칩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나중에 메타버스 이야기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넘어가서 패키지 게임들은 스팀을 비롯하여 게임을 유통해주는 중간 채널을 만들어서 부흥을 도모합니다. 그리고 DLC라는 형태를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블리자드가 내놓던 디아블로 2의 확장팩도 DLC의 일부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의 DLC는 에피소드 하나하나 끊어서 판매할 정도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게임계에는 패키지와 온라인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강력한 시장이 출현한 상황이었습니다. 그건 바로 모바일 게임 시장이죠. 초창기 피쳐폰 용 패키지 게임에서부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발전해 온 모바일 게임 시장의 매출은 PC 시장의 매출과 견주어도 손상이 없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게임 3 대장처럼 군림하는 3N이라 불리는 회사들의 BM은 극악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죠. '가챠'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BM의 근원 시스템은 일본에서 건너왔지만 실제로는 우리나라 게임들의 악명의 대명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네. 지금 이래저래 말이 많은 확률형 뽑기 아이템 구조 말입니다.
여하튼 그래서 게임계는 구독 경제라고 보기에 애매한 구조가 혼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구독 경제의 활성화 혜택을 받는 곳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바로 콘텐츠 시장입니다.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와 같은 OTT 사업자들부터 유튜버나 아프리카 BJ와 같은 개인 콘텐츠 제작자들까지 대부분의 시장이 구독 경제와 광고 노출 수익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우리가 아는 쇼핑몰들도 '스마일클럽'이니 '쿠팡 와우'니 하는 구독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구글도 '구글 프리미엄'이라는 구독 경제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고요. 덕분에 우리의 통장에 스치는 돈들은 내가 구경해보기도 전에 각각의 구독처로 날아갑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인지조차 잘 못하죠. 그게 구독 경제의 장점입니다. 비즈니스 쪽 입장에서는 말이죠. 정수기든 인터넷이든 일단 가입만 시키고 보려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죠.
엄청 멀리 왔네요.
다시 돌아와서, 오늘 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82조에 인수했습니다. 그만큼 블리자드에 대한 가치가 높다는 것이죠. 뭐 다들 잘 아는 스타크래프트, WOW(world of warcraft), 디아블로, 오버워치 등의 블리자드에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만들어왔던 액티비전 까지. 수많은 변신을 거듭하면서도 최소한 중박은 무조건 해내면서 장시간 해왔던 거겠죠. MS는 최근 지속적으로 게임사를 인수해 왔습니다. 마인크래프트로 유명한 모장을 2.5조, 그리고 제니맥스를 8.7조 정도에 이미 인수했죠.
MS, 그러니까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즈라는 과점에 가까운 생태계 하나만으로도 여전히 공룡기업입니다. 그런 MS의 아픈 손가락이면서도 절대 포기 못하던 분야가 바로 Xbox 쪽이죠. 그런 MS가 어디처럼 회사 이름을 '메타'로 바꾸진 않았지만 준비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메타버스였습니다. 그리고 그 메타버스가 너도 나도 말하는 그런 메타버스가 아니라, VR과 AR '홀로렌즈'를 활용해서 게임을 기반으로 만드는 메타버스일 가능성이 높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습니다. 정말로 저번 메타버스 글에서 이야기 한 레디 플레이어 원 시대가 오는 걸 수도 있죠.
계속 메타버스의 핵심처럼 이름이 오르내리던 두 가지 축이 있었죠? 가상화폐와 게임입니다. 그런데 MS는 사실 계속 가상화폐에 대해서 부정적인 메시지를 내 왔습니다. 페이스북이나 테슬라 같은 기업들이 가상화폐로 재미도 보고 적극 밀어붙일 때 아주 이상한 행보를 보였죠. 그중 하나가 2021년에 MS에서 내놓은 가상화폐 채굴에 대한 특허입니다.
아니 가상화폐 반대했다더니 웬 채굴이냐고요? 아, 이건 끝까지 들어보셔야 해요.
MS가 내놓은 특허는 우리의 뇌파를 활용한 채굴 시스템이었습니다. 인간이 내놓은 에너지로 암호화폐 채굴을 시도하려고 한 자체가 최초는 아니었습니다만, 특허까지 신청했다는 것은 이야기가 다르죠. 그리고 이것은 MS가 그동안 가상화폐에 부정적이었던 원인과도 닿아있습니다. MS 뿐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이 가상화폐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가, 그들이 채굴에 들어가는 에너지는 쓸데없는 디지털 쪼가리를 만들 뿐이지만 엄청나게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환경파괴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채굴을 인간의 뇌파로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단지 광고를 보거나 몸을 움직일 때 발산하는 뇌파로만 채굴이 된다면 그러한 부담은 엄청나게 줄어들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이 미쳐 돌아가는 컴퓨터 주변기기의 가격도 잡을 수 있겠죠. 그리고 진짜 핵심은 말 그대로 '우리의 가상세계 활동이 가상경제와 연결될 수 있다'라는 점이죠. 그냥 온라인 게임인데 월드 돌아다니면서 사냥만 돌리는 그런 P2E(Play 2 Earn)가 아니라 가상세계의 활동이 정말로 P2E가 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거죠.
이쯤 되면 눈치채셨을 겁니다. 뇌파를 활용할 수 있는 가상화폐와 MS사가 보유하고 있는 VR, AR 기기인 홀로렌즈가 결합하고, 메타버스를 구현하고 운영할 수 있는 다양한 매체를 소화할 수 있는 게임사들까지... 누가 봐도 메타버스, 그것도 우리가 상상으로만 그리던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경제활동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메타버스 시스템을 구현할 가능성이 조금은 엿보이는 거죠.
그럼 구독 경제 얘기는 왜 그렇게 길게 한 거야?
아. MS에서 모으고 있는 이 드래곤볼들로 봤을 때, 경향상 DLC나 가챠 월드 형태가 BM이 될 가능성이 낮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이 메타버스를 서비스를 한다면 아마도 게임 형태지만 구독 경제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위에서 MS가 인수한 회사들이 대부분 그런 성향이기도 하지만, 일단 MS가 구독 경제의 형태를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까요. MS office도 그렇고 xbox 게임 패스 쪽도 구독 경제를 통해서 반전을 이뤄냈습니다.
위에서 잠시 이야기하던 게임업계에서 정액제 서비스라는 구독 경제가 밀려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어이없게도 몰입이었습니다. 정액제에 묶이면 우리는 그 시간을 고스란히 그 게임을 하지 않으면 아까운 상황인 거죠. 이건 패키지를 구매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구독 경제는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형태의 가치니까요. 그러한 몰입이 기존의 온라인게임이 모바일 게임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거의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접근성을 늘리고, 그 접근성 안에서 돈 있는 사람들은 돈을 쏟아붓게 만드는 쪽이 BM으로서는 더 성공적이었다는 거죠. 돈과 상관없이 누구나 정액제만 지불하면 시간을 들여서 누릴 수 있는 그런 게임보다는 말입니다. 결국 BM의 논리가 정액제를 밀어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걸 당연하게 여기게 된 것이죠.
만일 메타버스도 그러한 형태라면 과연 사람들이 납득하고 받아들일까요?
처음 메타버스라는 이름이 붙은 출발 자체가 스노우 크래쉬 소설 속이었지만, 지금도 메타버스가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곳은 아마 게임 판타지 웹소설 속일 겁니다. 그런 소설 속에서 다루는 가상현실 게임의 대부분은 메타버스를 가정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물론 소설마다 설정이 다릅니디만, 가장 흔한 형태가 구독 경제와 공정한 경쟁을 강조하게 되는 이유가 있는 것이죠. 그렇지 않다면 우리에게 메타버스는 몰입의 대상이 되기 힘드니까요. 돈 많다고 리그 오브 레전드 티어가 올라갔다면 지금의 롤 게이머들이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음... 네가 그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냐!라고 한다면 거기까지 제가 단언해 드릴 수는 없습니다. 뭐 그런 부분을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그 구독 경제의 기반 금액을 돌려서 (그거 아니어도 MS는 돈 많지만) 위에서 나온 두뇌활동 기반 가상화폐를 보정한다면 충분히 MS의 메타버스 경제를 돌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러한 균형이 지금의 불안정성과 도박의 위험성을 지고 있는 가상화폐와 메타버스를 연결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기사 접하고 너무 바로 쓴 감이 있어서 논리의 도약과 내용의 빈약함이 좀 마음에 걸립니다만, 게이머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가상화폐와 P2E에 부정적이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메타버스에 어느 정도 회의감을 가지고 있던 한 사람으로서는 가슴이 뛰는 상상이 아닐까 합니다.
레디 플레이어 원의 시대. 진짜로 오는 걸까요?
@ 게인
커넥티드 인사이드에서는
4차 산업, 콘텐츠, 인문학 그리고 교육에 관해서
가볍거나 무겁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연결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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