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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인 Nov 15. 2022

비 사회인들의 축제 '지스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게이머는 사회인과 다르다"


 오는 2022년 11월 17일부터 20일까지 4일간 부산 BEXCO에서 '지스타 2022'가 열립니다. 한국에서 열리는 가장 큰 게이머들의 축제입니다. 최근 몇 년간 확률형 게임 아이템, 일명 '가챠' 문제로 게이머들과 꽤나 긴장상태를 이어오고 있는 게임산업 협회지만 '지스타'만큼은 항상 성공적이기를 원합니다. 물론 이번에도 '가상화폐'의 영향 등으로 꽤나 불안한 점이 보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적어도 코로나가 한참이던 시절보다는 더 성황리에 개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몇 번의 게임사와 게이머들 간의 충돌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게임법은 2006년에 제정된 이후에 멈춰서 아직도 메이플, 던파를 하는 초등학생들이라고 생각하고 제정되어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2006년에 그걸 즐기던 그 친구들조차도 자라서 성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게임 매출의 대부분은 대부분 성인들에게서 나오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게이머를 만만하게 보던 게임사들이 트럭시위를 넘어서 마차 시위를 겪고, 심지어 국민청원조차 놀라운 속도로 청원 기준을 채워내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결국 대선 전에 게임 관련 유튜버와 대선 후보가 영상을 찍을 정도로 게이머들의 영향력은 올라왔습니다. 그들이 예전의 기준처럼 '미성년자가 대부분'이라고 판단했다면 그런 일이 없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표심에 영향이 없으니 오히려 게임 규제를 외치는 편이 부모들의 표를 얻기 좋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적어도 그렇게 되지 않았다는 것은 정치적 판단이라도 게이머들을 성인 위주라고 판단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최근 게이머들은 '비사회인'이 되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제가 아이디로 쓰고 있는 '게인'은 그 자체로도 뜻이 있지만 원래 '게임 인사이드'라는 뜻입니다. 저는 6살 때 아무것도 모르고 형이 하던 8비트 겜보이를 처음 접했던 시점부터 게이머였습니다. 벌써 30년도 전 일입니다. 패밀리, 슈퍼패미컴, 메가드라이브, 새턴을 거쳐 플스까지 컴퓨터 이전에 콘솔 게임을 꽤나 오래 거쳐왔던 게이머입니다. 그리고 그때의 저는 그들의 판단처럼 미성년자였던 시절이었습니다. 물론 시대적으로도 1990년대였죠.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이 발달하고 서서히 PC방이 생기던 무렵까지도 대부분의 게이머는 청소년이었습니다. 어른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청소년만큼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 2라는 블리자드의 대형 게임들이 말 그대로 '블리자드(눈보라)'처럼 한국을 강타했습니다. 지금은 민속놀이라고 불리는 스타크래프트는 그 당시의 청소년들이었던 지금의 40대들의 상당수를 게이머로 끌어들였습니다. 


 콘솔 게임을 즐기지 않았던 친구들도 실시간 전략 게임으로 친구들과 즐기는 스타에 빠졌고, '득템'의 기쁨을 알게 해 준 디아 2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대로 자라서 성인이 되었습니다. 피시방의 주축은 더 이상 고등학생이 아니었습니다. 기껏해야 고등학생들이 오는 시간은 방과 후부터 저녁 남짓. 대부분의 피시방은 대학생들로 가득 찼습니다. 그렇게 게이머의 주축 세대는 청소년에서 서서히 성인으로 옮겨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여전히 게이머들은 미성년자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실제로 대학생들을 제외하면 성인들은 게임을 즐길 시간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대부분은 미성년자와 갓 성인이 된 대학생들이었습니다. 당시 인기 게임이던 '바람의 나라'라든지 '퀴즈퀴즈'같은 게임들을 보면 더욱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메이플 스토리'와 '던전 앤 파이터'는 거기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물론 같은 시기에 '리니지 2'나 '뮤'처럼 성인 중심의 온라인 게임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게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습니다. 애초에 '게임위'라는 게 등장한 가장 큰 이유는 '바다이야기'사태였고, 사행성 아케이드 게임에 관한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같은 게임'이라는 이유로 게임위가 나머지 모든 게임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것이죠. 그 근거는 2006년, 그러니까 위에 말한 메이플과 던전 앤 파이터, 서든어택과 같은 게임이 한창이던 시절에 만들어진 '게임법'이었습니다.




 그 시점에도 성인 게이머가 꽤나 늘어 있었지만 지금처럼 주축으로 목소리를 낼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랬기에 게이머들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미성년자 위주로 몰려있었습니다. 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서 그 모든 틀을 바꿔버리는 일이 생깁니다. 스마트폰의 등장이었죠. 


 직장을 다니고 자신들의 일에 치여 시간이 없는 직장인들은 게임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이야 결혼도 늦어지고 30대에도 퇴근 후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시절에는 아니었습니다. 결혼하고 직장을 다니고 육아하고 하다 보면 게임에서 멀어지는 게 정상이었습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스마트폰은 오래지 않아 사람들의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직장인들에게는 더욱 필수적인 물건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중 한 가지 용도는 이동시에 즐기는 게임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은 콘솔과 PC 온라인 게임의 시장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국내의 게임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일명 '3N'이라 불리는 국내의 대형 게임사들도 모바일로 자사의 유명 IP를 옮겼습니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적 제약으로 게임을 멀리해야 했던 옛 게이머들에게서 엄청난 수익을 올렸습니다. '성인 게이머'들의 귀환이었습니다.




 그들이 올릴 수 있는 엄청난 수익은 초등학생의 코 묻은 '문화상품권'이 아니었습니다. 성인 게이머들의 구매력이었습니다. 그동안 돈은 있지만 게임을 즐길 수 없었던 수많은 게이머들이 '페이 투 윈'을 받아들이더라도 게임에 속속 돌아왔습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은 온라인 게임 시장을 넘볼 만큼 거대한 시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의미하는 것은 게이머의 중심이 더 이상 미성년자가 아니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최근에 트럭과 마차 시위가 일어났던 게임들 역시 모바일 게임이었습니다. 대형 모바일 게임은 출시 몇 달만에 몇백억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모바일 게임 시장만 변화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스팀으로 서비스된 '배틀 그라운드'의 성공은 국내 게임 관계자들에게 또 다른 충격을 주었습니다. 배틀 그라운드를 제작한 '크래프톤'을 그 게임 하나만으로 대한민국의 100위권 안쪽의 '대기업'의 반열에 올려놨습니다. 


 이처럼 게임업계의 정신없는 변화가 일어나는 동안 국내 게임위나 정치적인 움직임은 오히려 '셧다운'같은 청소년 위주의 정책 이외에 하는 게 없었습니다. 오히려 게임이 '마약과 같은 중독'이라는 망언을 내뱉거나 매출의 일정 퍼센트를 '여가부'에서 걷어가겠다는 어이없는 정책들만 시도했습니다. 결국 점점 이어지는 정책과 게이머들의 현실 사이의 갭은 게이머들을 뭉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유튜브의 성장과 함께 그들의 목소리도 '채널링'되면서 커지게 되었습니다. 




 '게임물 관리 위원회' 일명 '게관위'와의 갈등은 아주 오래되었습니다. 성인 게이머가 늘었는데 게관위의 기준은 여전히 2006년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갈등이 이번에 몇 가지 상황과 맞물려 터져 나왔습니다. 


 마차 시위로 유명해진 '우마무스메'간담회에서 게이머들은 카카오 게임즈라는 거대 기업이 게임 담당자들 대부분이 게임을 해보지도 않았다는 사실에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게이머를 대하는 책임감 없는 태도에서 더욱 분노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게관위의 기자간담회 발언은 게이머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게임에 대한 과도한 규제에 대해서는 '게이머들이 사회인과 기준이 다르다. 우리는 사회의 기준에서 평가한다'라는 발언뿐 아니라 '스팀에 올라오는 게임들은 포르노 수준이라 역겹다' '우리는 공공기관이 아니다'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면 일제시대로 돌아간다'라는 등등 발언 전체가 주옥같으니 한 번쯤 찾아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더 이상 게임은 우리에게 '극소수의 일부만' 즐기는 취미생활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시장 규모로 보나 영향력으로 보나 게임은 더 이상 '어린이 청소년이 즐기는 전자오락'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게관위' 역시 부랴부랴 과거에 비해서 게임이 대중화되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고 했지만 진짜로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사실 성인에 대한 규제 문제는 '게관위'만의 문제는 아니고 '영등위(영상물 등급 위원회)'역시 오랜 기간 논란에 휩싸여 있는 만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로 불붙을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논란 이후에 게관위는 성명문을 내놨지만 여론은 가라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불붙고 있는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 성명문에서 게이머가 비 사회인이라는 비난에 대한 게관위의 해명(?)을 적어드리고 글을 끝내겠습니다. 여러분은 저 해명(?)이 어떻게 해석이 되시나요? 


 "게이머와 사회 간의 시각 차이에 대한 것은 게이머들의 이해도와 그 외 사람들의 이해도에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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