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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인 Nov 30. 2022

물 반 고기 반이면

그렇게 낚시꾼이 멸망했다

 옛말 중에 물고기를 잡아 주지 말고 낚시하는 법을 가르치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에게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주지 않고 베풀지 말라는 이야기다. 의존도가 올라가면 자립이 힘들기 때문이다. 꽤나 자주 나오던 이야기지만 지금 시대에는 한편으로는 잘 나오지 않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급자족'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시대니까. 어떤 방식으로든 고기를 팔아서 돈을 벌었다는 것에 집중되어 있지 실제로 고기를 잡는 법에 관심이 줄어들었다.


 그와 반대로 '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영상은 세간에 엄청나게 늘었다. 예전 같으면 돈을 주고 엄청난 시간을 들여서 배워야 했을 기술들이 인터넷에서 무료로 공유된다. 자격증과 관련된 기술들도 마찬가지다. 조금만 시간을 들이면 얼마든지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을 수 있다. 이전의 돈 주고 열심히 사서 보던 '문제집'보다도 더 낫다. 시청각 자료는 우리에게 훨씬 많은 것을 전달한다.










 사실 이런 직접적인 '배움'만을 이야기하려 낚시하는 법을 가르치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아니다. '배움'의 문제보다는 '지원'의 문제가 더 심한 경우도 있다. 수많은 '자활센터'와 '지원센터'들이 '직업교육'을 한다. 그들의 생각은 그것이 장기적으로 그들에게 '낚시하는 법'으로 작용한다는 믿음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직업교육들은 상당히 편향적이다. 그리고 단편적이다. 낚시하는 법이 아니라 '그물코'를 꿰매는 법이나 '떡밥을 뭉치는 법'처럼 상당히 부분적이고 추후에 지속 가능한 동력이 되기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창업지원'역시 별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창업지원사업들이 결과를 내지 못한다. 꾸준히 시도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패가 반복된다면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컨설팅이라며 엄청난 돈을 들여서 붙인 업체와 사람들이 있음에도 계속 실패한다면 그보다 좀 더 고민해봐야 한다. 컨설팅이라는 방법이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아예 선정 과정에 문제가 존재하는지. 그도 아니면 둘 다 문제가 있는지.




 어릴 때 제주도에 살았다. 제주도 방파제 앞에 가면 낚시꾼들이 줄을 지어 낚시를 하고 있다. 그걸로 먹고사는 사람들도 아니지만 엄청난 낚시꾼들만 모이지도 않는다. 지금이야 잘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밀물 때가 되면 제주도 방파제 근처에는 가끔씩 '물 반 고기반'일 때가 있었다. 낚시를 할 줄 모르는 아이들도 줄낚시만 던져도 고기를 낚아 올릴 수 있었다. 낚시에 크게 흥미가 없었던 내가 '원투'(미끼를 끼워 멀리 던지고 기다리는 낚시 방법)를 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 그렇게 고기를 낚았다고 해서, 내가 고기 잡는 방법을 잘 안다고 볼 수는 없다. 나는 물 반 고기 반인 방파제에서 원투를 했을 뿐이었으니까. 그럼에도 고기를 많이 잡았기 때문에 내가 낚시하는 법을 잘 안다고 우기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사실 나에게 낚시를 가르쳐 준 작은 아버지는 그 정도면 가르쳐 줄 기본은 한 셈이다. 그 뒤부터 낚시를 정말로 잘 배우는 것은 내 관심의 문제였다. 나는 당시에는 원투로 충분했고, 그만큼 잡으면 충분했다. 나중에 낚시에 빠진다면 모를까 딱 그 정도면 충분했다. 대신 나는 사람들에게 '낚시 좋아합니다'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원투만 해봤어요'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제주도 방파제에서는 그걸로 충분했다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우리는 '쉽게 하는 법'에 대해서 솔깃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는 너무 어려운 것들이 많다. 내가 제주도 방파제에서 고기를 몇 마리 잡았든 다른 곳에 가면 거의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낚시꾼인 것처럼. 인터넷에 넘치는 '쉽게 OO을 하는 방법'이라든가 'O시간이면 따라 하는 OO'와 같은 게시물들은 엄청난 조회수를 누린다. 단지 조회수를 노리는 영상도 문제지만 그것보다 더 심한 것들도 기다리고 있다. '누구나 돈 쉽게 버는 법' 같은 영상들이 조회수가 몇십 만을 쉽게 넘어간다. 


 현대인에게 필수인 의심병 때문에 누구나 '에이 설마'하면서도 '혹시?'라는 생각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다가 혹 하는 건 한순간이다. 그 수십만 명 중에서 0.01%만 걸려들어도 수십 명이다. 사기에 필요한 피해자는 수십 명이면 충분하다. '그걸 누가 걸려?'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점점 더 영상은 교묘해지고 사람들은 혹시나 정말로 자신을 제외하고 다 돈 벌고 있을까 하여 걸려든다. 코인이라는 도박판에서 돈 땄다는 소문에 몰려들었던 것처럼. 돈 딴 사람은 있을 것이다. 잃은 사람 이야기가 안 나와서 그럴 뿐이지.


 오래된 격언 중에 'Easy come, easy go'라는 말이 있다. 'No pain, no gain'이라는 말도 있다. 둘은 비슷하지만 다르다. 'No pain, no gain'은 아예 얻는 것이 없다는 소리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는 쉽게 손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다. 그러면 이게 되는 건가 보다 하는 경우가 생긴다. 'Easy come, easy go'는 그런 때 쓰는 말이다. 쉽게 손에 들어온 것은 온전히 자기 것이 되는 경우가 드물다. 


 










 가끔 만나는 사업을 하고 있는 지인들이 있다. 안타깝게도 아주 많이 성공한 지인은 별로 없고 다들 근근이 버티고만 있다. 나름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이기에 나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듣고 안 듣고는 본인들에게 달렸을 뿐. 그들이 대부분 호소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막막하다는 것이다. 대부분 어느 정도 업계나 시장이 호황이던 시절에 '호황이니까 성장하겠지', '앞으로도 더 잘되겠지' 하는 생각을 알게 모르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코로나에 금리 인상까지 들어오면서 경기가 어려워지고 '버티기'가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물 반 고기반에서 물고기를 잡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거다. 더 이상 물 반 고기반이 아니라면 고기가 있는 먼바다에 나가거나 아니면 그럼에도 남아있는 물고기를 잘 잡을 수 있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낚시꾼이 너무 많아서 밀려난다면 그중에서 특출 난 무엇을 가지고 있거나 정 안되면 장비빨이라도 좋아야 한다. 아니면 남들이 모르는 포인트라도 알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방파제에서 원투를 던지며 네가 많이 잡네 내가 많이 잡네 하던 사람들처럼 우왕좌왕할 뿐이다. 


 일단 낚아서 물고기를 팔아야 그 돈으로 장비를 사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듣고 있으면 '아니 그건 물고기 잘 잡을 때 했어야 하는 거지'라고 말을 하고 싶지만 그 시절에 그 사람들 귀에 내 말이 들렸을 리가 없다. 왜? 잘 되고 있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취미로 하는 낚시가 아니라 그걸로 먹고사는 사람들이라면 점점 더 나아지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밟았어야 했다. 맨날 낚시터에서 자리싸움만 할 게 아니라. 


 그렇게 어부가 되지 못한 낚시꾼들이 멸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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