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병'을 아시나요
'쿨병'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다. 허세에 가까운 행동이다. 욕을 하거나 일탈을 하는 행동들을 '멋있다'라고 포장하는 행위들을 말한다. 중2병과 비교하는 이유도 명확하다. 비슷한 시기에 많이 나타나는 행동 양식이기 때문이다. 담배를 시작하는 이유의 대부분은 결국 '멋'이다. 너무 담배가 필요해서 피우게 되는 건 이미 중독된 이후다. '찐쿨' 등의 말과 붙어서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사회적으로 발생한 이런 단어들에 '정확한 용례'를 따지기는 참 쉽지 않다. 사람들은 뭔가 단어에 꽂히면 그 단어를 아무 데나 남발하거나 좋은 단어를 나쁜 데 사용하거나 나쁜 단어를 좋은 뜻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90년대 초반만 해도 '엽기'라는 말은 매우 공포스러운 단어 중 하나였다. 지금 현대인 들으면 웃겠지만 사실이다. 엽기라는 말은 보통 '사건'이나 '살인' 등의 강력한 단어들에 사용되던 단어였다. 지금은 그냥 '특이한' 정도로 사람들이 생각하지만 그렇게 가벼운 단어가 아니었다.
90년대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초창기 '엽기 동영상'이라는 것이 유행했는데 초기에는 정말로 혐오스럽거나 무시무시한 영상들이 많았다. 그리고 거기에 '쿨병'이 끼얹어졌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엽기 동영상을 다 같이 시청하면서 누군가 혐오스러워하는 반응을 '난 아무렇지 않은데?' 하면서 즐겼다.
'쿨병'은 진지한 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게 보편적이었다. 정의로운 것이나 낭만적인 것을 비웃고 그런 행위를 하면 'X선비'라는 욕설을 섞은 비속어를 만들기도 했다.
담배 좀 피는 거 가지고 왜 뭐라고 하냐?
쓰레기 좀 버린다고 왜 구질구질하게 그러냐?
때린 게 아니라 장난 좀 친건데 쿨하지 못하게 왜 그러냐?
'쿨병'은 자신은 '중2병'들과 다르다는 과한 자의식과도 닿아있다. 실제로는 '중2병'이 어떤 건지 정확히 판단할 능력이 없으면서 '쿨한 척'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아주 예전부터 그랬다. 청소시간에 청소를 열심히 한다든가, 수업시간에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는 친구들을 비웃는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했다. 대부분은 열등감이다. 자신은 그렇게 하기 싫거나 할 자신이 없으니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비웃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 시절에는 그런 친구들을 '불량청소년'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 친구들도 자신들이 불량하다는 것을 알았다.
문제는 시대가 바뀌면서 이런 친구들에 대한 '교육' 또는 '교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다. 하지만 타인을 깎아내리기 위한 '불량스러운 행동'을 쿨하다고 포장하는 경우가 만만치 않게 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의 발달로 '익명성'에 기대어 욕설과 나쁜 짓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학생인권에 대한 문제로 교권이 크게 위축되면서 선생님들이다 하더라도 학생들의 언행에 대해서 제재하기 어려워졌다. 그리고 '일베'와 '디씨' 1세대가 그 선생님이 가능한 나이가 되어버렸다. 하나도 바뀌지 않은 채로.
'일베'에 대한 문제는 벌써 제기된 지 10년 가까이 되었다. 그런데 나아지기는커녕 그 '일베'를 하던 친구들이 자라서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게임'에도, '방송'에도, '유튜브'에도 영향을 주었다. 거기다 '미러링'이라는 명목으로 비슷한 짓을 하는 다른 커뮤니티도 생겼다. 한술 더 떠서 거기는 '성별'로 구분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사실 오프라인으로 올라오면 수그러들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비호라도 있지 않은 한.
인터넷 시장은 엄청난 규모로 커졌다. 욕설과 음담패설을 하는 수많은 BJ와 유튜버들이 수십만에서 수백만명의 구독자를 끌고 다닌다. 한 달에 수천만 원에 가까운 소득을 올리는 그들이 그런 '컨셉'을 버리기는 쉽지 않다. 아니 그게 '컨셉'이 아닌 경우도 많다.
옛날에는 그런 성향이 있다 기껏해야 동네에서 까불고 다녔을 거다. 하지만 지금 시대는 영상과 기록으로 공유가 되는 시대다. 그리고 이런 성향을 서로 공유하다 보면 원래대로라면 장기적으로는 교정이 되어야 했던 부분들이 그대로 강화되어 버린다. 그리고 그들은 알고리즘에 의해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기록만을 보면서 착각하게 된다.
난 틀리지 않았어. 계속 이렇게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