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성과 차별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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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 설명이 좀 복잡해졌는데 정리를 할게요.
여전히 '화폐'의 근본은 '금본위 제도'의 영향 아래 있습니다. (물론 준 금본위 제도로 바뀌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금 보유량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기축통화는 금 보유량과 화폐 유통 규모, 그리고 국력 등을 기반으로 사용되는데, 그래서 미국 달러와 유로, 위안 등이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국채를 안 갚는 수가 있다고 다른 나라한테 강짜를 부릴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그리고 그러한 화폐에 대한 '대안화폐' 즉, '알트 커런시' 개념으로 가상화폐가 탄생합니다. 당연히 이러한 비트코인은 '기축통화'의 영향을 받겠죠? 그리고 다시 그 비트코인의 통화 규모와 영향력이 늘면서 그에 대한 '알트코인'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 비채굴형 알트코인을 쉽게 만들어주는 사이트들은 '알트코인'인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쪼개서 또다른 '알트코인'을 생성합니다. 이게 지금 돌아가고 있는 '통화'들의 현재 상태입니다.
아. 그렇죠.
그건 비트코인의 희소성은 혼자서 성립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왜 비트코인이 가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과연 이 눈덩이는 왜 계속 구르고 있는 걸까요? 그 이유는 '이미 발생한 가치'에 대한 눈덩이입니다.
초기의 비트코인은 그렇게 비싸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게 가치를 얻기 위해서는 '거래량의 증가'가 필수였습니다. 그런데 비트코인'만' 가지고 거래해서는 비트코인의 거래가 그리 활발하기 어려웠다는 것이죠. 여기서 갑자기 다양한 상황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중 하나는 '고급화 전략'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한 번도 되어 본 적이 없습니다만, 누군가는 백화점 VIP가 되어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백화점, 카드 등등 소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업계는 상당수가 고객에 대한 '계급제도'를 도입합니다. 아이러니하죠? 계급의 붕괴를 노렸던 민주주의와 '계급제도'와 찰떡궁합인 자본주의가 지금 사회의 근간이라는 게 말이죠.
그런데 어떠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급화되기 위해서는 '고급이 아닌 것'을 필요로 합니다. 대부분의 인간은 타인과 차별을 받는 것을 싫어하지만 타인보다 우월적인 대우를 받는 것에는 열광합니다. 즉, 상대적으로 더 낮은 단계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죠. 고급형 마케팅이라는 것은 고급이 아닌 시장이 존재하고, 그 위에서 성립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생각해보세요. 다단계에서 다이아몬드나 사파이어만 존재하고 그 밑에 깔리는 수많은 아래 계급이 없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뭔가 바로 와닿지는 않으실 수 있어요. 그럼 이렇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비트 코인이 유일한 가상화폐라면 과연 그 희소성만으로 사람들이 얼마나 구매할까요? 처음에 나왔던 비트코인 피자데이가 괜히 발생한 것은 아니죠. 비트코인이 2009년 1월 처음 채굴되었지만 그것이 실물과 (그것도 매우 낮은 가격에) 거래되기 위해서는 무려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희소성이 가치가 있기 위해서는 그것의 유일성뿐 아니라 유사한 시장에서의 희소성이 수반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조금 더 이해를 돕자면, 어떠한 일을 할 줄 아는 '인재'가 한 명 있다고 칩시다. 그 사람은 유일하니까 엄청나게 높은 평가와 가치를 가질 것 같겠죠? 실제로는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갖긴 합니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유일하다고 해서 가치가 폭등하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그 사람만 할 수 있다는 건 무조건 그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겁니다. 그럼 실제로는 가치 상승보다 '의무'같은 게 발생하기 쉽습니다. 아마 회사에 다녀보신 분들 중에는 공감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여러 명 있는데, 그들 중에서 특별하게 잘하거나 우월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가치는 폭등합니다. 상대적이라는 거죠.
비트코인이 알트코인보다 더 우월한 것은 아닙니다만, 이건 마치 다단계 즉 네트워크 마케팅과 같은 부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먼저 뛰어들었기 때문에 사다리의 위쪽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죠.
예전에 다단계 글에서 비트코인 이야기를 한 게 괜히 나온 이야기가 아닙니다. 비트코인이 가장 먼저 보장을 해주던 형태였다는 점에서 비트코인이 현재로는 기축통화 역할을 맡은 것이죠. 그렇기에 이러한 비트코인의 기축통화 역할은 매우 불안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죠. 비트코인을 보장해 주는 것은 현재의 비트코인 가치뿐이라는 겁니다. 가상화폐, NFT와 같은 것들이 왜 실물경제에 목을 매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죠.
결국 우월하지 않은 비트코인의 '기축통화' 위치는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다 블록체인의 안정성을 그렇게 목놓아 외쳐대지만 2014년 최초의 가상화폐 거래소였던 마운트 곡스가 해킹되며 문을 닫은 이래로 매년 수백억에서 수천억의 가상화폐가 해킹의 피해를 입습니다. 거기다 해커들의 검은돈 운반 수단의 대표 격으로 불리는 것이 바로 가상화폐죠. 여전히 많은 회사들이 랜섬웨어 공격을 받으면 가상화폐로 그 대가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가상화폐 거래량이 초기에 늘어났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그러한 범죄에 활용된 대가였습니다. 그걸 압수하다 보니 한 때 FBI가 전 세계 비트코인의 1.5%를 보유하는 '가장 많은 비트코인 보유기관'이 되는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죠. 거기다 2위를 달리던 이더리움도 며칠 전 대규모 해킹을 '또' 당했습니다.
비트코인이 흔들린다는 이야기는 '적어도 지금 현재는' 가상화폐 전체가 흔들린다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여전히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비트코인 업계도 자신들이 쌓아 올린 구도가 '네트워크 마케팅에 기반한 상대적 희소가치 전략'에 의한 것임을 충분히 알고 있고, 그러한 구도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 더 많은 돈을 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가 VIP 상품이 될 것인가를 놓고 엄청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거겠죠. NFT, DAO, E2P 등 관련한 여러 이슈들이 발생하는 것도 괜한 일이 아닙니다. 바로 실물 통화와 가상화폐의 종속적 구조를 벗어나서 중간에 다른 실물가치를 끼워 넣고 싶은 것이죠.
누군가는 너무 비약하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하실 수도 있지만, 계속 드리던 말씀이지만 저는 이미 발생한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의 본성에 의해서 발생한 가치는 비단 이 가상화폐에만 발생한 것은 아니었거든요. 실제 가치와 상관없이 사람들의 욕망은 가치를 빨아들입니다. 그래서 '가상화폐는 무조건 망할 것이다'라든가 '아무런 가치가 없다'라고 말하지 않는 것입니다. 마치 술자리에서 술이 술을 마시듯, 이미 발생한 가상화폐의 가치가 계속 다른 투자자들에게서 가치를 끌어들일 것이라고 보는 것이죠. 그리고 언젠가 만취하게 됐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는 아무도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혹시 아나요? 인류가 가상화폐에 대한 '분해효소'를 개발하여 잘 소화하게 될지? 레디 플레이어 원 같은 세상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 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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