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언가 부담스러운, 또는 걱정스러운 일이 생기면 벗어나려고 합니다.
답답하고 긴장한 우리에게 보통 던지는 메시지는 "진정해" "걱정 마" 이런 메시지들이 많습니다. 물론 이런 메시지들이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니 실제로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도 한번 이야기 한 기억이 있습니다.
인간의 두뇌는 '하지 말라'는 명령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고 명령하면 코끼리가 먼저 떠오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걱정하지 마"라는 말을 들으면 "걱정"을 먼저 떠올립니다. "진정해"라는 말은 진정에 대한 명확한 상이 없기에 원래 걱정하던 것을 뒤덮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명령으로 뇌를 돌려놓습니다.
시험을 앞두고 긴장을 하고 있을 때, "긴장하지 마" "걱정 마. 잘할 수 있을 거야" 이런 말들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긴장과 걱정을 떨치는 데는 그리 효과적인 방법은 아닙니다. 물론 개인적인 성향의 차이도 있지만 이 정도로도 안정이 되는 사람들은 보통 혼자서 금방 안정을 찾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명령을 뇌에 전달합니다.
"이제부터 신나는 일이 벌어질 거야"
"시험을 잘 봐서 모두들 너를 부러워하는 것을 상상해 봐"
물론 받아들이는 데 차이가 있지만 적어도 긴장하지 말라거나 걱정하지 말라는 것보다는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생각하지 말아야 할 대상을 배제하고 '하지 말라'는 명령문이 아닌 '해라' 또는 '긍정의 감탄문'을 활용하는 것이죠.
사실 이건 아이들 교육할 때 더 자주 쓰입니다.
아이들도 '하지 말라'는 것에 대해서는 어려워합니다. '식탁을 두드리지 마'라고 한다면 아이들은 '식탁'과 '두드리는'행위를 떠올립니다. 자기 전에 손가락을 빠는 아이에게 '손가락을 빨지 마'라고 한다면 아이는 '손가락'과 '빨다'라는 행위를 떠올리겠죠.
물론 알고 있어도 저 역시 아이에게 '하지 마'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당장에 위험한 행동을 한다거나 부모의 말을 듣고 있지 않을 때 주의를 빠르게 끌어당기기 위해서는 강한 명령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시간을 들여서 교육할 수 있을 때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니라 '대신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낫습니다. 말은 쉽지만 저도 육아를 하는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게 난도가 높긴 합니다. 생각날 때라도 조금씩 그렇게 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요.
이론과 실제는 항상 차이가 존재합니다.
저 역시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긴장하기도 하고 걱정도 많이 합니다.
최근에는 스트레스로 인해서 흰머리가 조금씩 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멈추는 건 좀처럼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냥 스트레스를 받는 것 자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스트레스받는 것을 고민해서 스트레스를 없앨 방법이 있다면 더 고민하겠지만 그런 건 없으니까요.
걱정을 잠시 잊거나 외면한다고 해서 걱정거리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미 충분히 고민하고 해결방법을 생각했다면, 또는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라면 가끔씩 뇌를 속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깨어있는 동안, 아니 우리가 잠든 후에도 계속 일하고 있는 뇌를 위해서 가끔씩은 그렇게 속아도 모른 척하고 넘어가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