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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인 Feb 22. 2023

해외 직구의 시대라지만...

알리 8년 차, 여전히 직구는 어렵다.

 가성비를 운운하기 위해서는 결국 해외 직구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저 거대한 중국이라는 생산기지를 생각하지 않고서는 가성비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륙의' 시리즈가 인기를 끈 이래로 쭉 중국 제품들의 가성비에 대한 퀄리티는 올라왔다. 결국 사람들은 더 이상 '메이드 인 차이나'가 아니라 '대륙의'라는 이름을 더 많이 담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여전히 중국의 모든 제품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 정도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하기 때문에 딱히 따지기 어려울 뿐이다. 








 가성비에 대한 이야기나 테크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브런치에 올려왔다. 거기서 간간히 이야기했지만 나는 아주 저렴한 것들부터 시작해서 꽤 오랫동안 해외 직구를 해왔다. 특히 사람들이 가장 불안하게 여기는 알리를 오랫동안 써왔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일 것이다. 


 초창기 알리에서 구매했던 제품들은 뭐랄까... 잃어버리거나 없어져도 괜찮은 물건들이었다. 배송 중에 분실되는 일도 비일비재했고, 배송에 1달 이상 걸리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알리에서조차 '5일 배송'을 내세운다. 심지어 그보다 빨리 올 때도 있다. 




 예전에는 알리에서 물건을 사면 가장 큰 문제가 스펙과 물건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거나, 또는 조잡한 마감으로 인해서 수명이 짧은 경우가 많다는 거였다. 그래서 복잡한 전자기기는 정말 비추천이었고, 그나마 저렴한 이어폰이나 블루투스 기기를 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음질은 제쳐두고 충전하다 폭발한 헤드폰이 있질 않나. 빔프로젝터는 루멘과 안시를 헷갈리게 써놔서 컴컴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제품이 왔다. 그때는 그래서 절대로 비싼 물건을 알리에서 사지 않았다. 애초에 샀다가 안 오면 어쩌라고. 물론 몇 번 안 와서 환불을 받은 적도 있지만 총기간이 반년정도 걸린 걸 생각해 보면 애초에 알리에서 사는 물건은 쓰려고 사는 물건이 아니었다. 


 큰맘 먹고 샀던 조명기기가 다행히도 성공적으로 도착했던 이후로 간덩이가 커졌다. 그래서 그다음으로 커뮤니티에서 이슈가 되던 빔프로젝터를 주문했었는데 도착한 걸 확인하니 한쪽에 이상한 줄이 생기는 제품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배송도 오래 걸리고 다시 반품하기도 참 힘든 상황이었다. 그래서 판매자에게 대화를 걸었더니 빔프로젝터를 분해해서 안쪽 반사판 앞에 있는 필름을 고치는 동영상을 보내주었다. 




 무턱대고 따라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아주 섬세한 작업이었고, 약간의 수정을 하려다가 필름에 살짝 충격이 가는 순간 줄이 우수수 생겨났다. 허탈하고 절망한 상태에서 다시 판매자에게 상태를 알렸더니 안에 끼우는 필름을 다시 보내주겠다고 했다. 


 반품을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가성비가 그만한 제품도 없었고, 다시 사기에는 이미 시간이 너무 지난 상태였다. 뒤늦게 이 고생하지 말고 그냥 돈 좀 더 주고 국내 제품을 샀어야 했나 하는 후회를 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필름이 도착하고 나는 그걸 성공적으로 교체했다. 지금도 그 빔프로젝터는 가끔씩 아이들에게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는 용도로 잘 쓰고 있다. 


 그렇게 고생을 하고 나서 한동안 움츠러들어 있었다. 해외직구는 역시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때쯤 다른 사이트를 알게 됐다. 해외직구를 한국에서 중계해 주는 사이트였다. 적어도 한번 거른다는 점에서는 나빠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두 가지 방식으로 번갈아서 해외직구를 하기 시작했다. 




 그 뒤로 점점 사이트도 커지고 수많은 구매를 거치면서 다시 간이 커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빠른 배송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중국 물건을 직구한다. 나만해도 외장모니터, 전열기 따위를 직구해서 쓰고 있고 이제는 수십만 원짜리 상품을 사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리고 물건의 성능으로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어졌다. (물론 여전히 사기꾼은 있다.)


 그렇게 안심할 때쯤 한 번씩 오늘 같은 일이 생긴다. 오늘은 중국에서 배송된 물건이 박살 나서 도착했다. 포장 한쪽이 아예 구멍이 뚫린 상태에서 배송됐는데, 택배기사는 비대면 배송을 핑계로 던지듯이 놔두고 가버렸다. 혹시라도 자기들 잘못으로 물리게 될까 봐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것도 기분이 좋지는 않다.


 불안한 마음에 핸드폰 카메라를 켜고 오픈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제품 한쪽이 박살 나 있었다. 요새는 그래도 알리가 배상을 잘해주는 편이긴 하지만 가장 귀찮은 건 이걸 다시 중국으로 발송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단 발송하기 전에 판매자에게 대화를 걸고 사진과 동영상을 첨부했다. 심지어는 판매자와 대화에는 동영상이 50초 이내여야 한다는 기준까지 있어서 영상까지 잘라서 보냈다. 


 어떻게 보면 간사한 마음이다. 이전에는 우리나라 물건도 5일 걸려 배송될 때가 많았는데 지금은 중국에서 3일 만에 온 물건이 박살 나서 다시 시키는 것도 부담된다. 쿠팡이 우리에게 독을 푼 걸까?










 내 주변 사람들이 가끔씩 나한테 '공구'를 진행하는 게 어떠냐고 할 때가 있다. 나는 그게 싫다. 솔직히 여전히 나는 해외 배송 제품들에 대해서 신뢰가 없다. 아, 물론 우리나라 제품들도 배송 중에 박살 나서 도착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니 솔직히 해외제품이 어디서 박살 나서 내 손에 도착했는지는 나도 모르고 판매자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반품에 있어서는 우리나라 제품은 택배사가 다시 챙겨가지만 해외 제품은 그게 지원이 안되기 때문에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다. 그걸 감수하고 주문하니까 저렴한 것만 주문하고 있는 거였는데 이제 간이 부어서 그냥 막 지르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여전히 가성비를 따라서 해외직구를 기웃기웃하고 성공했을 때는 정말 기분이 좋긴 하지만, 모든 것은 오늘과 같은 리스크를 동반한다. 아침에 도착한 해외 배송 물품이 박살 나서 도착한 것을 보고 적은 푸념일 뿐이다. 어째 요새 운수가 좋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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