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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인 Feb 17. 2022

인문학을 뭘로 가르친다고? (3)

게임이 여기서 왜 나와?

 우리는 같은 시간을 살고 같은 사건을 겪는다고 해서 모두 똑같은 것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똑같은 조건 하에서도 사람은 모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죠.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예전의 전제국가나 공산주의에서 조차도 그러한 상황이니 인간은 기본적으로 같은 상황을 겪어도 다른 생각을 갖는다고 볼 수 있죠. 


 'Man from Earth'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스포까지는 아니고... 나왔던 대화 중에 그런 이야기가 있어요. 아무리 오래 산다 하더라도 같은 시대에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있던 장소에서 겪은 사건밖에 없다는 거죠.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기록과 역사를 이용하지만 위에 말씀드린 대로 같은 시간 같은 사건을 가지고도 보는 시각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인간을 한 번 거친 것들은 '날 것'이라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만일 누구나 동일한 경험에서 동일하게 느낀다면 선거 같은 건 거의 필요가 없겠죠?


 그래서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우리는 타인이 '생각하는 방식'을 이해해야 합니다. 다만 말씀드리는 것은 '이해'를 하는 것이지 그 방식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보통 인문학 수업을 가면 1차시에는 오리엔테이션과 인문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지루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위에 했던 이야기들처럼 영화나 고전의 예시를 들어서 설명하지만 지루할 수밖에 없죠. 집중하지 않으면 그저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가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2번째 시간부터는 게임 형태로 진행하겠다고 하며 지루한 시간은 조금만 참아달라고 합니다.


 물론 그러한 이론 강의를 좋아하는 학생도 있습니다만, 그건 개인의 취향일 뿐이고 일반적인 학생들의 반응은 이론은 질색이라서 '수강생'을 나한테 맞출 생각이 아니라면 '준비된 학습자'를 기대하는 강사의 태도는 좋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1시간만 이론을 하겠다고 달래고 그다음 수업부터는 쭉 게임을 통해서 진행하죠. 하루에 2시간 수업이라면, 말 그대로 1시간은 이론을 하고 그다음 1시간을 라포 형성 및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해서 저번 글에 언급했던 '마시멜로 챌린지'와 같은 게임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주의해야 할 점이라면 역시 시간에 쫓겨서 피드백이 없어지면 그냥 '게임'에서 끝나고 수업과 연결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시간 배분을 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마시멜로 챌린지 자체가 준비에 많은 시간을 뺏기지 않는다면 30~35분이면 진행이 다 끝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보통 10분에서 15분의 피드백 시간이 나오죠. 


대형 강의에서는 이러한 팀게임이 불가능합니다. 가능하다 하더라도 엄청난 수의 퍼실리테이터가 필요하죠.





 그때마다 상황에 따라서 그다음부터의 게임 진행 순서는 좀 바뀌긴 합니다만, 아이들에게 선택지를 주는 경우도 많이 있어요. 이러한 본인의 의사결정 참여는 수업의 집중을 끌어내는데 도움을 줍니다. 보통 2가지 정도의 게임을 준비해 가서 아이들에게 선택을 물어봅니다. 


 말만 하는 게임이 있고, 말을 아예 안 하고 행동만 하는 게임이 있습니다. 어느 쪽을 할까요?


 결정은 그때 그때 다릅니다. 오후 시간이고 주말에 가깝다면 말을 안 하는 쪽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예외는 언제나 있지만요. 


 자... 오늘이 목요일이고 아직 오후는 아닙니다만, 아마도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오후에 볼 것 같으니 오늘은 '말을 하지 않는 게임' 쪽으로 가볼까요? 의외로 이 게임은 조금은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저 자신도 거의 10년째 활용하고 있는 게임이기도 하고 저처럼 HRD나 팀 게임, 커뮤니케이션 게임들을 공부하신 분들이 퍼트린 부분이 있다 보니 교사들이 엮은 놀이 활동 모음책에서 본 적도 있어요. 다만... 피드백 부분이 엄청 생략돼서 좀 아쉬웠습니다만.


 '말을 하지 않는 게임'은 바로 'Broken square'라는 게임입니다. 인터넷을 뒤지다 보면 어딘가에 나오겠지만, 혹시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서 하단에 파일을 올려놓으...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이 파일을 브런치 링크가 인식 못하네요??? 다른 경로로 링크 걸어드립니다...


https://workupload.com/file/DEmeNkkWh2t


 이 게임은 5명 단위의 팀으로 구성됩니다. 이 게임의 특성상 5명에서 절대 변동이 없기 때문에 만일 인원이 남는다면 심판으로 돌리시면 됩니다. 이 게임을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사실 얻는 것이 많기 때문에 충분하다고 볼 수 있거든요. 


 룰부터 실행법까지 문서에 다 나와있지만 여러 번 실행하면서 직접 느꼈던 점 위주로 진행하는 방법에 대해서 좀 적어볼게요.






 타인의 행동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를 보기 위한 게임이라고 말을 해둡니다. 협동에 대한 게임이라고 말을 해도 되지만 아마 오히려 그보다는 전자가 아이들에게 이해가 더 쉬운 것 같았어요. 


 게임의 시작 전에 5명을 한 개 조로 팀을 나눕니다. 집중해서 관리하시려면 3개 조나 2개 조가 적당하고, 학습자의 태도가 건전하다면 4개 조 이상이어도 가능합니다. 팀을 나누기 전에 5명으로 나눈 나머지 인원, 즉 24명이라면 4명의 인원을 관찰자(심판)로 먼저 뽑아도 됩니다. 지원자가 없을 경우는 팀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위바위보 등의 방법을 통해서 나머지 인원을 관찰자로 돌립니다.


 게임은 5명에게 5개의 봉투를 나눠주게 됩니다. 여러 팀이라면 팀마다 봉투 5개를 주고 각각 나눠갖게 하면 되겠죠. 그리고 아직 개봉하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봉투 안에는 5개의 정사각형을 잘라서 나눠 넣은 조각이 들어있습니다. 잘 설명하셔야 하는 부분은 각각 하나의 정사각형을 만들 수 있는 조각이 들어간 것이 아니라 5개의 정사각형을 자른 조각을 섞은 다음에 5개의 봉투에 나눠서 넣었다는 것입니다. 


 각각 관찰자 지시문과 참여자 지시문을 나눠줍니다. 3분에서 5분 정도 읽고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질문을 받고, 위에 적은 5명이 각각 하나씩 5개의 정사각형을 만들어서 팀이 전부 정사각형을 하나씩 만들게 되면 끝나는 것임을 이해시킵니다. 그리고 룰에 대해서 다시 한번 주의를 주고 관찰자에게도 규칙을 잘 관리하도록 당부를 하죠. 


 학생들의 목적은 5개의 정사각형을 각각 하나씩 '모든 팀원이' 완성하는 것입니다. 룰은 간단합니다. 





 절대 말을 하지 말 것.(눈짓, 손짓을 포함한 의사소통 금지)

 타인에게 조각을 주는 것만 가능하고 남의 것을 가져올 수 없음.

 타인이 조각을 주면 거절할 수 없음.

 조각을 줄 때는 정확히 한 명의 개인에게 주어야 함.



 원래는 시간제한이 없고 다 끝날 때까지 하면 되는 게임입니다만, 혹시라도 시간 안에 끝나지 않으면 피드백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상황을 보고 최소 강의 종료 10분 이전에 끝내도록 합니다. 


 이 게임을 자주 운용해보면 보게 되는 일반적인 상황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네 명이 완성하고 나머지 한 명은 도저히 맞출 수 없는 조각으로 당황해서 쩔쩔 매고 있는 상황도 있죠. 너무 답답해서 타인에게 참견하고 싶은데 속 터져하는 것을 보기도 하고요. 또는 아예 자신은 안 맞출 생각으로 남한테 다 넘기는 학생이 있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는 눈짓 손짓을 하지 못하도록 잘 관리해야 하죠. 



 다 끝나고 나면 아마 원성이 쏟아질 겁니다.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암에 걸릴 것 같다'는 말이었던 것 같네요. 그 원성을 개별적으로 쏟아내게 하기 이전에 차례차례 팀별로 소감과 느낀 점을 한 번씩 들어보는 게 좋아요. 스스로 한 번 정리하는 게 좋거든요. 


 그러고 나서 피드백을 하게 되는데, 뭐 강의해보신 분들은 알아서 잘하겠지만 피드백 페이지를 읽는 게 아니라 그날 진행된 게임 상황에 맞게 풀어서 피드백해주시면 됩니다. 직접 겪은 상황에서 들어오는 피드백은 다시 한번 상황을 되짚어 볼 기회를 줍니다. 그리고 시각을 조금 더 확장시켜 줄 수 있죠. 




 일반적으로 하게 되는 피드백은 이런 겁니다. 


 우리는 보통 어떤 집단에서 일을 맡으면 자신의 일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체적인 문제가 해결이 안 되더라도 자신의 일이 끝나면 나머지는 타인이 알아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죠. 그러한 경향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진 최근에 더 많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먼저 움직여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움직이지 않고 그저 지켜보고 있는 경우가 많죠. 그리고 대부분이 '남 탓'으로 끝납니다. 아마 이 부분은 게임 진행 중에 워낙 상황이 많이 나와서 충분히 예시를 들어줄 수 있을 겁니다.


 전체의 문제를 인식하고, 자신의 역량을 인식하고, 타인의 상황이나 역량을 인식하는 것. 사실 문제 해결에는 이 모든 것을 필요로 하거든요. 


 또한 우리가 얼마나 의사소통에 대한 의존도가 컸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됩니다. 우리는 알아서 눈치껏 무언가를 하기보다 누군가의 지시를 받거나 누군가를 지시해서 일을 하는 것에 대단히 익숙했다는 것이죠. 







 타인에 대한 관찰과 협동력이 부족한 친구들은 상당히 힘들어하는 게임입니다만, 나름 만족도가 있는 게임입니다. 소외되거나 참여하지 않는 학생도 거의 없는 게임이고 룰 자체는 아주 간단하기 때문에 중학생 이상의 학생들에게는 언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임이죠.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부분은 이 게임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이 게임에서 인문학적 교육가치를 끌어내는가의 문제입니다. 그냥 이 게임만 하면 학생들이 알아서 다 배우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그래서 강사의 역할이, 그리고 피드백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실제로 수많은 게임들이 인문학적 게임이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장치와 설계가 필요한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인문학은 타인의 행동을 인간의 행동으로 보고 그 행동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학문입니다. 이러한 활동 하나하나가 모여서 학생들의 생각이나 사고의 시야를 넓혀주는 계기가 됩니다. 저의 경험에 비추어봐서도 말이죠. 사실 HRD 게임이라 성인들이 하는 것에 더 적합하고, 경험의 측면이 있다 보니 성인들이 더 느끼는 바가 많아요. 성인들에게 했을 때는 반응이 정말 폭풍적이죠. 


 가까이 계시는 분들이 있다면 한 번쯤 직접 해드리면 좋으련만 코로나 때문에 가망이 없으려나요...


 다음 글에서는 '말만 하는 게임'을 한 번 다뤄보겠습니다. 




@ 게인



커넥티드 인사이드에서는 

4차 산업, 콘텐츠, 인문학 그리고 교육에 관해서

가볍거나 무겁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연결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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