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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인 Mar 15. 2022

인문학을 뭘로 가르친다고? (5)

게임이 거기서 왜 나와?

 우리는 언어에 많은 부분을 의존합니다. 사실 말로 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죠. 그런데 그런 것 치고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을 때가 비일비재합니다. 심지어는 같은 언어를 쓰고 있는데도요.






  음성과 말 자체가 기록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죠. 그전까지는 흔히 말하는 '구전'이라는 것들은 여러 사람을 거치면서 의미가 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왜냐 하면 대부분 그 중간에 자신의 해석이 들어가기 때문이죠.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를 플라톤을 통해서 듣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자신이 직접 적은 글이다 하더라도 해석의 여지가 분분한데 타인의 말을 옮겨 적을 때는 그게 더 극명하게 드러나죠. 


 저번 시간에 말씀드린 것처럼 이번 시간에 소개해드릴 게임은 '말만 하면 되는 게임'입니다. 제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게임 중 하나죠. 게임 이름은 '반쪽을 찾아서'라는 게임이고, 이것 역시 찾아보면 자료가 어딘가에 돌아다닙니다. 준비가 좀 필요하긴 하지만 딱 이전에 소개했던 브로큰 스퀘어와 별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차이라면 사람 수에 따라서 준비를 다르게 해야 한다는 정도죠. 


 이건 구글링에도 파일이 쉽게 안 나와서... 그냥 제가 링크 걸겠습니다.


https://workupload.com/file/Vc9ZKyp87Pk




 이 게임이 원래는 2개씩 도형을 들고 맞추는 건데... 해본 결과 어른들이라면 몰라도 아이들 수준에서는 너무 어렵습니다. 그리고 시간도 많이 걸리죠. 그래서 교육용으로 어레인지 하면 도형의 개수를 줄이고 시간도 줄여서 진행을 많이 합니다. 룰만 잘 지킨다면, 여전히 어렵습니다(?).



조각을 맞추는 일입니다. 쉬워 보이죠? 물론 이런 조각은 아닙니다.



 이번 게임의 자료도 문서에 다 정리되어 있지만 부가적인 설명을 좀 드리겠습니다.


 이 게임은 말 그대로 커뮤니케이션을 이해하기 위한 게임입니다. 봉투에 '구멍이 뚫린 카드'와 '구멍에 들어가는 도형' 각각 하나씩을 "반드시 서로 맞지 않는 조각으로" 넣어서 준비합니다. 이게 헷갈리면 안 되는데 준비를 하실 때, 한 조에 속한 인원수에 맞게 카드를 뽑아서 서로 맞는 조각이 들어가지 않게 구멍 뚫린 카드와 들어가는 도형을 넣어줍니다. 단, 서로 다른 팀끼리 꼭 똑같은 도형만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팀마다 다른 도형 세트를 써도 됩니다. 도형 간 서로 섞었을 때 더 헷갈리는 세트가 있는데 그건 하시다 보면 알게 됩니다.


 보통 수업 전에 완전히 준비된 세트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의 경우, 미리 준비한 팀원 숫자를 보고 그 자리에서 새로 섞어서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면 준비해 간 팀당 인원을 변경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딱히 관찰자도 필요 없는 게임입니다. 교육을 하다 보면 미리 참여자 숫자를 잘 판단해서 알려주는 곳은 괜찮은데 직접 도착하기 전까지 참여 인원을 모르는 경우도 많고, 갑작스러운 불참자가 있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카드 세트와 봉투를 준비해 간 뒤 인원수에 맞게 현장에서 섞어야 하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중학생 이상 기준으로 최소 인원은 5명 정도이고, 6명부터 8명이 가장 복잡하면서 활발하게 잘 이루어집니다. 그 이하는 너무 쉽고, 그 이상은 너무 어렵고 말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원 게임은 2개씩 도형을 쓰지만 보통 너무 힘들어하고,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50분 수업 기준으로는 1개씩만 카드를 넣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대신 자신이 가진 도형을 숙지하는 시간을 2분 정도로 줄이면 됩니다. 


 보통 중학생들은 대화하다가 자신의 도형이 뭐였는지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참여자 모두가 동의할 때 강사의 감독 아래 10초간 도형을 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룰을 적용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강사의 재량 껏 하시면 됩니다.





손을 내리세요! 이 게임은 무조건 말로만 진행하는 게임입니다.



 진행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참가자들을 팀별로 나눕니다. (6인에서 8인) 최대 팀 숫자는 1-2개 팀이 가장 적당합니다. 그 이상이면 관리가 어려울 수 있고, 서로 간의 말소리가 방해될 수 있습니다. 팀과 팀 사이의 간격을 최대한 넓게 벌리도록 합니다. 

 지시문을 나눠주고 이해를 할 시간을 줍니다. 잘 모르면 질의응답을 통해 이해시킵니다. 

 다 이해가 됐으면 구멍 카드와 도형이 든 봉투를 나눠주고 절대로 타인이 보지 못하게 자신이 가진 도형을 숙지할 시간을 줍니다. 

 각 그룹별로 토의를 하고 토론이 끝나면 결과를 기록합니다. 학습시간에 맞춰 종료 10분 전에는 끝내도록 합시다.

 정답을 확인합니다.

 상호 피드백 및 팀별 피드백을 토의합니다. 




 주의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게임은 오로지 "언어로만 하는 게임입니다."


 봉투를 열어 볼 때는 절대로 타인이 볼 수 없게 하십시오.

 손이나 다른 신체부위를 사용한 제스처를 절대 사용하면 안 됩니다.

 손은 바지 주머니에 넣거나 무릎 위에 올린 채로 떼지 않도록 하여 손을 쓰지 않게 유도합니다. 


 최종적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도형은 누구에게 필요한 것이며 자신이 필요한 도형은 누가 가지고 있는지를 적어서 제출하면 됩니다. (답안 시트에는 2개일 때를 기준으로 되어 있습니다. 1개만 적으면 된다고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집계표는 하셔도 되고 안 하셔도 됩니다. 해보시면 알겠지만 보통 집계까지 안 가도 하는 과정에서 다들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저는 보통 기본적으로는 2가지 피드백을 합니다. 나머지는 당시 게임 진행상황을 보고 그에 맞게 피드백하는 부분이고요.


 일단 첫 번째는 우리가 생각보다 언어에서 제스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말로 모든 것을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말 이외의 것이 빠지는 순간 느껴지는 빈자리는 생각보다 큽니다. 이것은 우리가 전화 또는 문자, 카톡 등으로만 대화를 할 때 얼마나 쉽게 서로 오해하게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직접 만나서 대화해도 오해가 생기기 쉬운데, 전화나 카톡으로만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판단할 때 그 오차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분명히 같은 도형과 그 도형이 떨어져 나간 자리를 이야기하는데 서로 보는 방식과 설명하는 방식이 다르면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을 보셨을 겁니다. 여러분들이 타인과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순간의 대부분은, 인내심을 가지고 길게 대화를 하면 같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단지 내가 타인에 사고를 이해하거나 타인이 나를 이해하거나 서로의 표현방식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할 뿐입니다. 


우리는 이미 좋은 속담을 가지고 있습니다. PC 때문에 요새는 어려우려나요...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의 오해는 직장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가족 간에도 많이 발생합니다. 간단한 예로 부모님과 학생들은 서로 잘됐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은 동일하겠지만 서로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서로 보는 방식도 다르고 표현하는 방식도 다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참가자가 같은 직장, 학교, 또래 등의 비슷한 집단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보통 커뮤니케이션이 더 잘되는 집단임에도 우리는 이번과 같은 결과를 얻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런 공통점이 없는 집단과 커뮤니케이션할 때는 어떻게 될까요? 더 많은 노력과 이해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 게임의 경우는 정말 느끼는 게 많은 게임입니다. 누군가는 머릿속에 9 분할을 가지고 설명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자신이 본 모형을 유사한 사물에 빗대어 설명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것은 그 누구의 방식이 옳거나 틀린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누구나 자신이 보는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어느 한쪽의 방식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성인 대상으로 했을 때 반응도 괜찮았지만 학생들 대상으로는 서로 친하기 때문에 더 충격을 받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놀리거나 너무 답답해서 싸우려고 하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그런 부분은 강사가 잘 컨트롤해야겠지요. 제 개인적으로는 운동하는 친구들에게 인문학 강의하면서 진행했을 때 그 친구들의 반응이 기억에 남습니다. 개인 종목을 하는 친구들은 자신들은 팀이 아니라 기록 과의 싸움이다 보니 이렇게 커뮤니케이션이 서로 다르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단체 운동하는 애들도 특별히 커뮤니케이션 잘하는 게 아니더라며 웃을 때도 너무 좋았고요.








 어떤 좋은 게임도 결국 강사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습니다. 게임은 우리에게 더 재밌게 더 많은 것을 전달해 줄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아직도 저 강의를 들었던 체육고등학교 학생 중 한 명은 1년에 한두 번씩 안부 연락이 옵니다. 이러한 게임들을 진행하고 나서 학생들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얼굴 표정이 기억에 남습니다. 어느 고등학교 인문학 동아리 강의를 갔을 때 평소에 수능 준비로 나오지 않던 3학년들이 참여했다가 다들 충격받고 한 번만 다시 도전하게 해달라고 했던 기억도 납니다. 


 즐거운데 의미도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이 있을까요? 저는 게임이 꼭 부모님 안부를 물어가면서 서로 기분이 상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떤 칼이 누구에게 쥐어졌을 때 어떻게 쓰이는지와 비슷한 것이겠죠. 그것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법을 어떤 샌드박스의 형태로 만드냐를 여러 사람이 고민하다 보면 충분히 길이 있을 것입니다.


반쪽 하면 역시 뭐니 뭐니 해도...


 코로나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듯합니다. 빨리 코로나가 끝나고 모두 모여서 웃으며 게임을 통해 인문학을 생각해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니까요.




@ 게인



커넥티드 인사이드에서는 

4차 산업, 콘텐츠, 인문학 그리고 교육에 관해서

가볍거나 무겁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연결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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