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닦는 것도 명상이 될 수 있다
발목 골절 수술을 한지도 인제 18일 차가 되었다. 사고 당일로부터는 벌써 20일이 지났다. 시간은 때로 느리게 가는 것 같지만, 벌써 거의 3주가 지나간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다.
수술 이틀째 까진 사실 싱글 태스킹을 하기에도 버거웠던 때였다. 수술로 인해 할 수 있는 활동이 많이 줄어서 기분이 안 좋아질 때마다, 사고 즉후 며칠을 떠올리면 지금 정말 편안하게
생활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수술로 인해 멀티태스킹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억지로라도 싱글태스킹을 하게 되었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부터 읽고 있는 제이 셰티의 책, Think like a Monk (한국어로도 발행된 책이고 한국어 명은 수도자처럼 생각하기)에서 제이 셰티는 말했다. 이를 닦는 일상의 소소한 행위조차 집중해서 한다면 명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만약 발목이 건강했다면 이 말은 그냥 넘겨 들었을 법한 말일수도 있었다. 다만 지금 같은 상황이다 보니 제이 셰티의 이 말이 특히 가깝게 다가왔다. 사실 넘어지거나 혹시라도 부주의로 부딪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되고, 최대한 싱글태스킹을 하는 게 지금 나에겐 최선이다. 하지만 나도 별생각 없이 이를 닦을 수는 있다. 보행 보조기에 기대거나, 앉아서 이를 닦을 수도 있으니깐.
하지만 제이 셰티의 추천을 따라 이 하나하나를 느끼며 칫솔질을 해 보았다. 같은 행동이지만 최대한 집중을 해서 일을 닦다 보니 뭔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병원생활 구 일째 되던 날 처음 샤워를 했을 때 느꼈던 그 감정이랑 비슷했다. 물방울 하나하나가 시원하게 느껴졌던. 그 촉감! 아마도 오랫동안 뜨거운 물을 느껴 보지 못했기 때문에도 더 그랬을 테고 무엇보다 집중을 하면서 물을 느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발목을 다치기 전 시간에 쫓겨서 아니면 뭔가 멀티태스킹을 하지 않으면 시간을 허비한다는 느낌 때문에 서둘러서 해왔던 많은 행동들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되었다.
오늘은 발목을 다친 뒤 처음으로 나쁘지 않은 비주얼로 브라질에서 가끔 먹던 타피오카를 직접 만들었다. 달궈진 프라이팬에 타피오카 가루를 붓기, 숟가락을 이용해 가루를 고르게 만들기, 피넛버터를 바르고, 얇게 자른 바나나를 이용해 속을 채우기, 이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씩 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 라면 아무 생각 없이 했었을 과정인데, 아주 간단한 거지만 집중을 하다 보니 뭔가 이루어냈다는 생각도 들고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다시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최소한 가끔씩은 모든 것을 한 가지에 집중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