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유일한 권한은 세상에서 가장 형편없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문득, 일전에 읽었던 책의 구절을 떠올렸다.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형편없는 졸작을 쓸 권한이 있다"
라는 문장이었던 것 같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에 나오는 말이다.
갑작스럽지만 그 문장이 막 와닿는다.
뭔가,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왔다. (그래봤자 3일)
그런데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 뭔가를 써야 할 것 같기는 한데, 좋은 작품을 쓰거나 훌륭한 에세이를 써야 할 것 같기는 한데... 텅 빈 공백을 보고 있으면 점점 더 '쓸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 나는 글을 굳이 잘 쓰려하지 않았다. 아니, 잘 쓰려고 하기는 했지만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사명감에 사로잡혀 머리를 혹사시키지는 않았다. 그냥 일상 속에서 발견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글로 써냈고, 거기에 내 생각을 한 스푼 추가해 에세이로 만들었다.
그때 나는, 내 글이 아주 형편없어도 그게 모이고 모이다 보면 내가 발전할 거라 믿었고, 누군가는 봐줄 수 있는 예술의 일부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사실 꽤 오래전부터) 그런 생각이 많이 사라졌다.
'이 정도 글을 썼으면 이제는 그냥그런 활자조합물이 아니라 제대로 된 글을 써야 하지 않았어?'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글을 쓰기가 막막하다. 특히, 브런치에 오고부터는 더 그랬다. 쓸데없는 사명감에 사로잡혀서는 글을 쓰기가 첫 문장부터 부담스럽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런 마음을 가질수록 점점 더 뛰어나지 않은 글을 쓰는 것 같다. 좋은 글, 뛰어난 글을 써서 높아져보려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읽은 책(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은 글을 쓸 때 '좋을 글을 쓰겠어' 하는 생각보다 '세상에서 가장 형편없는 글이라도 쓰겠어' 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했다. 오히려 세계 최고의 글을 쓰겠다 하는 생각은 부담과 스스로의 제한만 추가할 뿐이라고.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형편없는 졸작을 쓸 권한이 있다'라는 마음으로.
편하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낸다는 느낌으로.
뭐라도 하나 써놓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