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처절하고 처참하게 무너지는
일상이 무너진다
꿈과 노력과 능력이 부서진다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엉망이다.
2025.10. 추석
이번 연휴는 길었다. 주말, 추석, 한글날이 이어지며 일주일 가까이 되는 휴일이 생겼다.
그래서 나도 이번 기회에,
나한테서 엉망인 것들을 조금 고쳐보고자 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풀린 게 없다.
요즘 들어, 아니 어쩌면 6개월 정도 전부터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는
그러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몇 없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읽기, 쓰기, 사진 찍기, 그리고 피아노 치기.
딱 그 정도였다.
지금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최소한 나는
내가 모든 걸 다 싫어하게 된다고 할지라도
읽는 것만큼은 계속 좋아하고 있으리라 믿었다.
그런데 아니었나 보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아무것도
추석 동안, 나는 다 때려치웠다.
오직 내 상황을 풀어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책들만 수두룩히 읽기로 했다.
그래서 공부도 잠시 놓았고,
관계도, 인스타도, 다른 것도 다
보이지 않는 곳으로 미뤄뒀다
그런데 책 읽는 게 안 된다.
소설도 아니었다.
진지하고 장황한 비문학도, 시나 칼럼도 아니었다.
내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책들만 골랐다.
그런데 단순하게 쓰여 있는 문장 하나도
제대로 읽을 수가 없다.
읽을 수가 없다. 읽지를 못한다.
단순하고 간단한 문장도, 제대로 이해되질 않는다.
짧은 문장도 그 하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번, 아니 세 번은 다시 읽어야 했다.
스무 페이지 한 챕터 읽는 것에 세 시간, 네 시간도 쏟았다.
그렇게 추석 동안 한 일은
짧은 책 세 권 읽은 것 뿐.
지금 돌아보면 뭘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글'이 '정보'가 되지 않는다.
'뇌'가 '읽기' 능력을 상실한 것 같다.
'나'가 이전과 같이 살아있기를 포기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금 내가 무엇을 뭐라고 쓰는지도 잘 모르겠다.
글을 쓰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 브런치 연재는 해야 하니까 뭐라도 써야 한다는
그 약속 때문에 이렇게 글을 붙잡고 있기도 피곤하고.
그냥 잠을 잘까
주여.
나를 좀 불쌍히 여기소서.
2025.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