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을 살아가는 사람의
하나님. 어쩌면 저는 당신을 믿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당신의 존재가, 당신께서 실존하신다는 것이 제게 확신이 되어 찾아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저는 당신을 의지합니다. 지금까지 태어나 살아왔던 시간 동안,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당신을 붙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엉망입니다.
너무 오랫동안 엉망이었습니다.
제가 가진 모든 것들이 계속해서 무너지는 중이고, 많은 것들은 이미 무너져 있습니다.
더 이상 믿음 없이 당신을 따르고 있는 것 자체가 지쳐버릴 정도로 엉망입니다.
주님. 제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가족도, 학교도, 교회에서도 없습니다. 그 외에도 없습니다.
심지어 신도 없습니다. 돈도 명예도 제 신이 아닙니다. 이제는 돈이 ‘나’를 바꾸는 것이 아님을 압니다.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 ‘나’는 저 아래에 그대로 처박혀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찾았던 것이겠지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의지할 대상이 필요했던 겁니다. 그냥.
그런데 주님. 당신께서는 사랑과 은혜와 긍휼이시고, 찾는 자에게 상 주시는 분이심을 내가 보고 듣고 배웠습니다. 제가 아는 당신께서는 어떤 이유에서라도 당신을 찾는 이들을 사랑으로 돌보시고, 스스로가 나약하기 때문에 당신께 의지해보고자 하는 자에게 믿음 주시는 분이셨습니다. 혹시 제가 잘못 알고 있었으려나요.
주님. 조금만 도와주세요. 제 어려움을 아신다면, 저 좀 살려주세요. 너무 오랫동안 엉망입니다.
너무 많이 엉망입니다.
하지만 혹여나 나를 도와줄 수 있는 당신께서 실존하지 않으시다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제게 나름의 평안을 내어주십시오.
이건 당신께 간청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확신입니다. 당신께서 없을지라도 내가 당신을 의지함으로 나름의 위안을 얻게 되겠지요.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사랑과 함께 있다는 느낌이 위로가 되어 주겠지요. 그리고 저는 그를 두고 다시 회복되는구나 믿게 될 겁니다.
그래서 내가 주님의 존재는 믿지 못해도, 주님의 사랑과 긍휼은, 당신의 그 일하심은 믿는가 봅니다.
주님 어쩌면 이건 조금 비참하네요.
저도 제 상황과 제 마음이 참 별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