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바득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을 어느 정도는 내려놔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고 있는 게 많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하는 것도 많다.
그래서 꽤 많은 것들을 한다.
다른 친구들의 생활과 노력을 잘 모르기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는 내가 굉장히 다양한 것들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하고 있는 게 조금 많았다.
많이 부족한 수학이나 영어를 보충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주식을 위한 주식 및 경제 공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영상 편집, 내가 만들고 싶은 영상을 위한 자료 조사나 촬영, 편집, 보정 등의 공부. 혼자서만 쓰는 이런저런 에세이들이나, 브런치 스토리에 올릴 글, 그리고 공모전에 출제되는 소설들도 있다. 운동이나 피아노 같은 것들도 도저히 놓을 수가 없었고, 어느 정도 친구들과의 관계를 위해 영화도 몇 편 봐야 했다(그렇게 해서 본 게 라라랜드나 인터스텔라...).
그 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서 이런저런 것들을 한다.
때문에 내가 도전하고 노력하고 있는 부분에서 다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는 게 보였고, 나는 그게 좋았다.
많은 걸 하고 있어서 부담이 되는 게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뭐 하나 놓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영어 과외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하는 것들을 조금 줄이고, 영어 공부하는 데에 더 시간을 쓰면 어떨까?"
라고.
많은 것들을 붙잡고 있다 보면, 꼭 놓치는 것이나 빠트리는 것, 혹은 조금씩 신경 쓰지 못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 사실을 모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계속해서 모른 척 해왔다. 손에 있는 걸 굳이 놓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쌓아가고 있는, [하고 싶어서 하는 많은 것들]을 나중에 있을 언젠가로 미루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어른들이 '나중에 할 수 있잖아' 하는 말을 할 때마다, 사실은 지금 안 하면 나중에도 할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을 배웠다. 나중으로 미루면 또 그 다음으로 미루고, 결국에는 [나중에 할 수 있을 거라고 믿다가 나중 가서도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과 똑같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건 지금 생각해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런데 영어 선생님이 하신 '조금은 내려놔도 괜찮지 않겠느냐'는 말 덕분에,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던 질문과 마주했다. 이전에도 여러 사람들(친구, 어른, 가족, 등)에게 그런 말을 들어오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그럴 수가 없었다.
이제는 나도 내가 부족하다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 아닐까?
영어 같은 경우에는 다른 친구들보다 잘하는 편이 아니다. 좀 떨어진다. 어쩌면 수학도 그럴지도 모른다.
나 스스로는 '이것저것 하고 있으니까 어쩔 수 없지' 하고 넘길 수 있다. 다른 방향의 것들을 많이 하니까, 그렇구나 하고 이해해 줄 수 있다.
하지만 나를 가르치고 키우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래주고 싶어도 그래 줄 수가 없다. 그분들은 이해는 해도 나처럼 '그렇구나' 하나로 다 넘길 수가 없다. 학교의 성적, 고민하고 있는 유학, 어렵다 어렵다는 수능, 그리고 취업....
세상에서 보는 시선으로 나를 보자면 지금 내가 해야 하는 건 이것저것 내려놓고 공부에 집중하는 건데,,
별로 그러고 싶지는 않고... 내가 하는 걸 포기하고 싶지도 않고,,,
너무 많이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다.
답을 내리고 싶지 않은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