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느끼는 두려움

너는 두려워한다. 너는 상처받는다. 너는 현실을 잊는다. 너는 나아간다.

by 타자 치는 컴돌이


너는 무언가 두려움을 느낀다.

지금 막 두려워하기 시작하는 게 아니라, 한참 전부터.

어쩌면 며칠 전부터 두려워하고 있었다.


너는 중얼거린다.

역시 이건 안 맞는 것 같다고. 때려치우고 싶다고. 다 포기한 채 저 어딘가에 사라져 버리고 싶다고.

그런 중얼거림에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다. 너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아무도 못 들을 만큼 작게 중얼거려서 그랬다. 네가 만약 그 말을 조금 더 크게 말했다면 무언가 바뀔 수 있었을까.

아니. 아니다. 아무도 그런 두려움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아무도 그 사실을 안다고 해서,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할 수 없다. 아무도 남의 문제를 붙잡고 시간 쓰려하지 않는다. 그들도 충분히 바쁘다.

그 모든 것들을, 너도 알고 있었다.


너는 씹어 먹던 사탕을 그대로 삼킨다. 깨진 사탕의 뾰족한 부분이 너의 목을 찌르고 내려간다. 너는 사탕을 삼키면 두려움도 삼킬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다. 결국 네게 남은 건 아무도 모르게 상처 입은 목뿐이었다.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고, 아무도 그 사실에 신경 쓰지 않았다. 심지어 너 스스로도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너는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본다. 사람이 많다. 어쩌면 상당히 적다.

너는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로 한다. 분명 많은 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이 위안이 되지는 않는다. 저 사람들의 눈이 너를 찢고 찔러서, 망가진 무엇으로 만들 거라는 사실을 너는 알았다. 한참 전부터 알았다. 너는 그것이 두려웠다. 그것이 두려웠다. 그것이 네 목을 졸라 숨을 멈추게 했다. 눈을 깜빡이는 것을 멈추게 했다. 심장이 뛰는 것을 멈추게 했다. 너는 현실에서 멀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너는 정말로 숨을 멈춘다. 그리고 너는 생각한다. 이렇게까지 힘들 줄 몰랐다고.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서, 가만히 있는 것조차도 힘들다고. 어쩌면 너는 조금 상처받았다. 스스로에게 상처받고, 분위기에 상처받고,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부담감에 상처받고, 두려움에 상처받는다. 아무도 모르게, 아무렇지도 않게.


조금 전에 사탕이 목에 남겨둔 상처가 너를 일깨운다.

너는 쓰라린 상처에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한다.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고, 빠르게 눈을 깜빡인다. 조금 전 너는 아무도 없고 아무도 모르는 세상에 발을 담갔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다. 상처받고, 상처받고, 상처받고, 상처받는 것 말고는 할 수 없는 세상이었다. 너는 스스로의 허벅지를 조용히 때린다. 혀를 조용히 깨문다. 또다시 스스로에게 준 상처가 너를 현실 속으로 인도한다. 결국 현실도 상처일 뿐이었다.


저 앞에서, 네 이름이 들려왔다. 너는 아무도 모르게 깜짝 놀라며 천천히 일어난다. 아무도 너의 두려움을 모른다. 너는 아직까지 절대로 티 내지 않았다. 너는 또다시 아무도 모르게 손에 모인 땀을 옷으로 닦아낸다.

너는 저 앞으로 걸어 나간다. 사람들의 시선과, 사람들의 숨소리와, 사람들의 분위기가 너의 정신을 종이 구기듯 구겨버린다. 너는 버틸 수 없다. 너는 제대로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그나마 느껴지는 것은 목의 쓰라림과, 허벅지의 얼얼함과, 혀에서 느껴지는 피맛뿐이다. 그것들만이 너의 정신을 붙잡아 현실에 머물도록 했다.



너는 걸어 나간다.

너는 앞으로 걸어 나간다.


네가 멈춰 선 자리는 무대 위였다.


너는 조용히 너를 찌르는 눈동자 수십을 느낀다.

너는 다리를 떠는 것조차 잊어버린다.

너는 입을 떼 말한다.


안녕... 하세요.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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