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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작까 Mar 26. 2021

나도 내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

홍은동에서 만난 징ㅁ빌라 (장미빌라)





불편함이  익숙해지는 것처럼 가난한 생활도 조금만 내 처지를 인정하면 그럭저럭 살아진다 인정하면 쉬워진다는 말이 그럴 때 쓰이는가 보다.  인정하고 싶지 않으면 벗어나면 된다지만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 치는 일이 쉬운 건 만은 아니었다 지치고 고된 하루의 연속이었다 


엄마가  결혼 자금으로 내게 준, 청주 반지하 원룸의 전셋값 2천만 원은 당장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나에겐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돈이  었지만 내 집을마련을 하기엔 초라한 금액이었다 '내 집은 무슨,겨우 월셋방 보증금도 겨우 될텐데' 친구 둘이  모은다고 해도  충분치 않았고.. 결정적으로 나는 친구가 없다 


턱없이  부족한 돈, 내가 할 수 있는 발버둥은 무작정 안 쓰고 모으는 것뿐이었다 버는 돈의 80%를 모았다. 안 먹었고 굶었다  다이어트는 꽤 괜찮은 자기 최면이었다 새벽부터 시작하는 헬스장 아르바이트를 하며 6개월간하며 오백만원이라는 돈을 모았지만 여전히  돈은 부족했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계속해서 벌면 같은 돈은 벌어지겠지만 '체력이 될까?' 싶었다 눈을 크게뜨고 보아도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처럼 앞은 어두웠다 그때 엄마가 내게 말한  '그 돈이면 집을 살 수도 있어'라는 말은 돈의 가치도 새롭게 보게  했다 


청주에서 원룸을 뺀 지 6개월이 흐른 뒤였지만 여전히 청주 원룸 보증금은 그대로였고 나로서도 딱히 방법이 없어서였을까 엄마가 '경매로 하는거야'라고 하는 순간 거부감도, 의심도 없이 빨려 들었다


"그러니까, 1억짜리 집을 입찰하려면 입찰보증금으로 당장 1천만 원의 입찰보증금만 필요하다는 거네?

"그렇치!"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을 사는걸 일생의 단 한번의 일처럼 여기고 인생의 숙제처럼 여겨서 그렇지, 사실 부동산도 물건을 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옷도 사다보면, 자기에게 맞는 옷을 찾게되고 어울리는 색깔을 찾는다 화장품도 그렇고 신발도 그렇고 모든것이  시행착오와 연습을 통해 나에게 필요한, 어울리는, 원하는것을 찾게 되는것이다  그동안 무수히 사고 또 샀던 화장품 신발 옷들을  보면 나의 흔적이 보이는 것처럼 집도 그렇다 때마다 어울리는 집으로 바꿔가며 살아야 하고, 살 수 있다


엄마가 볼일을 보러 가끔 서울에 오면 나와함게 서울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여기 이동네 너 어렸을때 집보러 다녔었는데'

'여기가 그땐 서울에서 제일 싼동네라고 해서 나도 한번 사볼까 했었는데'

'이쪽이 돼지극장이 있었는데 여기는 그때 사람들이 선호하는 동네는 아니었어' 

'여기 이동네가 이렇게 변한거야?' 


늘  이렇게 말을 하면서 끝머리에는 "꾸질꾸질하고 코딱지만한거라도 내것이 있어야 해" 라고 엄마는 무수히 말을 했었다 "처음부터  대궐에 살 수 는 없어 하나하나 돌다리를 건너듯 사고 팔고 사고 팔고 해서 니가 목표한 집을 사는거야" 라고 했다. 어쩐지  돌다리를 건넌 다고 하니, 한번에 내 집을 사는것이 아니라고 하니 조금은 안도감이 생기고 자신감도 생기는 듯 했다 지금 내가 가진  돈으로, 내가 마련할 수 있는 금액으로 먼저 시작을하면 된다니 .. 당장에 베낭을 서울에서 가장 꾸질꾸질하고 코딱지만한 내 집을  찾아 나섰다


서울에서 작은 돈으로 내 집 마련을 하기 위해선, 손품을 파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내게 있는 2천5백만 원이라는 돈은 경매로는 2억 5천만 원짜리의 집(이하 물건)에 입찰할 수 있는 보증금액에 해당하는 돈이었다, 입찰보증금으로 있는 현금을 다 사용해서 대출의 한도가  모자란다면? 끔찍하다 취득했을 때 세금 낼 돈은? 역시 생각해야 한다 집수리비용은? 낡고 오래된 집이라면 수리는 필 수 있텐데.. 예상치 못한 금액에 대한 부분을 떼어놓고 시작해야 했다


경매사이트에 들어가 상세검색에 감정가 1억 원 5천 이하라고 검색했다 나름대로 집을 구하는 최소 단위를 1억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더 넓은 범위의 경매물건을 찾기 위해 가진 돈 보다 큰 금액을 검색했다. 적지 않은 집들이 나왔다 감정가 1억 5천만 원 이하에서 두 번 내지 세 번까지도 유찰이 된 물건이 보였다 경매로 나온 물건의 사진과 약간의 정보가 순서를 붙여 나열이 되었다 대부분 사진은 씨커맸다. 언덕에 있었고, 해가 들지 않는 방향이었고 낮은 집이 빼곡한 다세대 주택단지의 완전 지하 집들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언덕 있는 반지하 빨간 벽돌 다세대 구옥 주택'


그중에 몇 개를 추려 인쇄했다 등기사항 전부증명서에(이하 등기부) 권리분석상 입찰 가격만 정해서 입찰할 수 있는 물건들로 5개 정도를 골라냈다


새벽시간부터 점심시간까지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배낭을 메고 경매 물건이 나온 집을 보러 갔다 아빠의 오피스텔 원룸이 응암동 근처에 있는 경매물건들이었다 불광동 대조동 녹번동 산 작은 빌라들이 촘촘히 자리 잡고 있는 산 중턱, 등산인지 집을 보러 가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지만 씩씩그러다 문득  어쩌다 한번 가는 것도 아니고 이 집을 낙찰받으면 매일 이 길을 오고 가야 해야 할 텐데 이건 너무 하다 싶었다 헉, 헉, 오르고 내리고 오르고 내리고 예쁜 구두라도 신는 날에는 지옥을 보겠구나 싶었다. 대낮이었지만 주택단지 주변에 올라 빌라 앞에 서면, 해가 들지않아 현관이 겨우 보일 정도의 밝기로 경매로 나온 집들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이틀을 집을 보러 다니니 너무 힘들어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서울에, 1억 원으로 내 집이라니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지하에 언덕은 덤인지라 그만하고 싶었다 체력의 게이지는 순식간에 바닥을 쳤다 내집마련이고 뭐고 하나같이 집들은 다 후지고, 어둡고, 내가 저 집들을 치우고 가꿀 수 있을까 하기 싫어졌다. 자신없어졌다


그렇게 며칠 엄마가 다시 나를 일으켰다 .그리곤 택시를 타고 가자며 내 손을 끌었다 '아 나 진짜 웬만해서는 택시 안타는데' 택시!!!!! 하고 택시를 잡아탔다 목적지가 다다른 곳에 익숙한 빌라 앞에 섰다 경매정보지를 들여다보고 들여다봐서 처음 봤지만 익숙했다 '징ㅁ빌라(장미빌라)' 택시에서 내려 다세대 주택 앞을 어슬렁 거리며 집 주변을 둘러보았다 반 지층 집이었지만 계단을 두 칸만 내려가면 되는 반지층이었고 계단 아래에 집이라 그 공간도 쓸 수 있어 좋아 보였다 반듯한 주차공간은 없었지만 나름대로 순서를 지킨 차들이 주차되어있었고 무엇보다 전문대학 후문에 바로 한 집이라 대학 캠퍼스를 이용해서 오고 나갈 수 있었다 무작정 언덕을 오르는 것보다 잘 정돈된 캠퍼스를 걷는 것이 심리적으로 더 쉬웠다


다세대 건물 빌라에 대문은 어디 갔는지 있었던 건지 원래 없는 건지 온데간데없었다 그때, 깨진 유리창 사이로 환한 빛이 현관을 지나 긴 복도를 비췄다


'이 집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집이 내 집이 었으면 좋겠다'


서울엔  강남만 있는 게 아니고 집은 아파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얼마 전 정치인이, 아파트 대신 빌라를 사세요 라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일이 있었다 내가 만약 구독자가 3명이 아니라 한 백 명? 천명쯤 되어도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내가 경험해 온  온전한 내 집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건 구독자가 좀 늘어나고 볼일이다)


연일  뉴스에서는 천정부지로 솟는 집값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전문가들은 강남 뿐 아니라 도노강(도봉, 노원, 강북)도  연쇄적으로 집값이 오르고 있다며 앞으로의 집값에 대해 전망하고 앞으로 집을 사야 한다 말아야 한다를 결정해주기도 한다 마치  강남과 비교를 하며 도노강이 아주 저렴한 서민아파트처럼 이야기되지만  나에겐 도노강도 넘사벽이었다 강남이 모든 집값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을까 그냥 딴 세상 이야기거늘 하고 귓등으로도 안 들었던 것 같다 


오르니  내리니 그런 말은 접어두고 나는 마음 놓고 걱정 없이 오랜 시간 살 수 있는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깨끗하고 넓고  쾌적하고 남 보기에도 근사한 집이면 더 좋겠지만 그런 거 말고 때마다 이사를 생각해야 하지 않고 보증금 인상에 대한 걱정이 없으며  월세가 오르진 않을까, 노심초사하지 않을 편안한 내 집! 


내  집 마련이란 그런 거 아닌가?  그러다 식구가 늘고 가족이 생기고 돈을 좀 더 벌게 되면, 그 집을 팔고 더 나은 집으로 갈 수  있을 그런 집. 우리는 인정할 때가 되었다 집값이 오르는 속도는 내가 돈을 버는 속도보다 현저히 빠르다는 것을. 조금 낡았더라도  처음부터 내 집을 사야 한다고 느낀 이유는 여러가지였다

시작이  빠르면 지난 시간만 큼큼 물가 반영이 집값에도 반영이 되어 가치가 올라있었다는것, 앞서 해본 내 집 마련은 앞으로 살아갈 날의  경험이 되어 부동산 거래 및 투자에 자신감을 준다 경험이 거듭될수록 판단이 빨라지며 정확해진다는것, 때마다 이사로 인해 사용되는  이사비, 복비 등 기회비용이 줄어든다는것이었다


물론  여가지 뒷받침 되어야 할 말들이 있다 낡고 후진 집을 살 땐 지하철 역은 얼마나 걸어서 얼마나 걸리는지, 걸어서 15분  이상이라면 버스정류장은 어디에 있는지 오래된 집을 살 때는 건물의 값은 거의 남아있지 않으니 몇 평의 땅을 가지고 있는가를 아는  대지지분이 같은 것을.. 머리가 갑자기 복잡해지겠지만 나이가 더 든다고 해서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해본 사람, 지나온 사람만이 더  절실하게 느끼고 더 빨리 해볼걸 아는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당연히 수익은 서울이 가장 높고, 아파트가 좋으며, 신축이 가장  높다. 하지만 내가 가진 돈으론불가능했다. 내 집을 갖는 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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