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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작까 Apr 01. 2021

어리다고 집을 못사는건 아니다

누구에게나 집은 꼭 필요하다




임장,  부동산을 보러 가는 일... 홍은동 장미 주택을 임장 하러 갔을 때 낯 선내가 보아도 낯선 사람이 그 주변을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그래 나 말고 입찰을 생각하는 사람인가 보네..' 나의 존재가 불편했던지 히끗 쳐다보곤 나를 스쳐 반대로 멀어져 갔다.  


'잘됐다!'  하고 건물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경사진 높은 언덕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집 남해 다랭이 마을처럼 계단식처럼 층층이  빌라들이  지어져 있었고 건물과 건물 사이에 내가 입찰할 집의 창이 나있어서 해가 들어오는데도 무리가 없어 보였다. 현관은 원래 없었던 건지   건물 내부로 먼지도 전단지도 마른 낙엽이 마구 흩어져 있었다 한마디로 청소도 안된 관리의 흔적이 없는 건물이었다 


반지하지만  계단을 2개만 내려가면 되는 집이라 앞에서 보면 1층  같았다 조심조심 건물의 옆면도 보고, 앞으로도 보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계단 아래 문이 조금 열려있어 살짝 들여다보니 그 안쪽으로 현관이 있었고 그 앞은  정신없게 놓여있는 신발과 지저분한 먼지뭉치가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더니 아저씨가 나왔다. 그리곤 나를 위아래로 훑으며 익숙하다는 듯 나에게 말을 걸었다 


"경매 때문에 오셨소?"

"네에..."

"나도 살고 있지만 여기 누수도 심하고, 별로예요 곰팡이도 그렇고요"

"아..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짧은  대화였지만 아저씨 뒤로 보이는 집안의 내부는 생각보다 밝고 넓었다 근데 왜 아저씨는 별로라고 했을까 구석에 곰팡이가 진짜 많은가  물이 뚝뚝 떨어지나..? 싶을 때 엄마는 "아, 이 아저씨 직접 입찰을 하시려고 하는구나" 라며 나에게 입찰가를 조금 높여서  쓰자 라고 했다


오,  역시 해본 짬밥은 무시할 수가 없네.. 세입자였던 본인이 입찰하고자  나와 같이 입찰을 하러 온 사람을 경계할 목적으로 만나면  집이 별로라 이야기했고 현관 앞도 지저분하게 해 놓았을 것이라 엄마는 말했다 물론, 진짜 낡아서 여러 가지 문제가 없진 않겠지만,  살고 있는 세입자가  저렇게 대처하기도 하는구나.. 우리 엄마 오는 찢었다 진짜


드디어 

결전의 날, 입찰일이 되었다   


공덕역에서 내려 서대문구의 경매물건을 관할하는 서부지방법원으로 향했다 법원으로 가기전 은행에 들러 입찰 보증금을 찾아 가야했다 입찰할 물건은 1억 감정가에 3번 유찰이 되어 최저금액은51,200,000만원 이었고 입찰보증금은 최저금액의 10%(이상)가 필요로 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돈 오백만원과 모자란 120,000은 엄마에게 빌렸다 그렇게은행에서 발행한 5120만원짜리 한장짜리 수표를 들고 경매 입찰장에 들어섰다. 입찰장에 자리한 대부분의 어른들은 조용히 앉아서 오늘 입찰할 물건이 적힌 종이를 바라볼 뿐이었다 경매입찰법정으로 들어섰다. 말을 걸면 안될 것 같은 집행관이 정 중앙에 앉아있는데 그  앞으로 가면 입찰표와 보증금 봉투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넣을 대봉투를 받을 수 있었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것들을 받아들고 기표소에 들어가 작성하기 시작했다 입찰표왼쪽에는 입찰가격을, 오른족에는 입찰보증금액을 쓸 수 있는데 엄마와 내가 정한 최종입찰가는 최저경매가에서 500만원정도를 더 높여서 쓰는 것이었다 입찰..가..5.6.1.1.0.0.0...0 입찰표에 숫자를 쓰는 란은 절대로 틀리면 안되기때문에 (입찰표에 숫자는 수정이 불가해서, 고치고 싶다면 새로운 입찰용지를 받아야한다) 집에서 0이 6이 되지 않도록 0이 9가 되지 않도록 연습도 했기에 자신있게 그렸다 


입찰하는 금액은 내가 쓰는 금액의 10% 이상을 내는 것이기때문에 입찰가의 10%를 쓰는 금액이 틀린건 아니지만 큰금액의 경매물건을 입찰한다고 하면 보증금 또한 커질테니  '최저 매각가의 10% 이상을' 이라고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 입찰보증금은 최저금액의 10% 이상! (적게내면 입찰은 무효되고 보증금은 돌려준다) 5120만원!


2012 타경 7102 낙찰자는 서대문구 홍은동에서 오신.. 내가, 내가 낙찰을 받다니! 3:1의 경쟁률을 이겨내고 이름이 불렸다! 집행관 앞으로 가 신분증과 수취증을 내밀어 보였다 잔대금 납부 영수증을 받고 나오는 길 그렇게 많은 인파에 둘러쌓여보긴 또 처음이었다. 대출을 해주겠다는 명함이 쏟아지듣 내게 내밀어졌다


'낙찰자분 성함이 뭐에요?'

'전화번호좀 알려주세요!'


번호를 거의 외치듯 알려주고 다시금 길을 나서려 할때, 큰 소음이 들렸다. 뒤를 돌아 쳐다보니 임장할때 집 앞에서 보았던 세입자가 나를 손가락질 하며 가리키고 있었다 '저런 어린년이 런ㅇ라ㅣㄱ328ㅕㅕ889ㅇ#%^$#ㄹ;ㅣ!!' 제대로 알아들 수는 없었지만 소란했고 위협적이었다 당황했지만 대응하지 않고 뒤를 돌아 의연한 척 법원을 나섰다


심장은 쿵쾅거렸다

내 집을 마련했다는 기쁨의 두근거림인지, 저 소란의 주인공이 나고 지금 당장 뒤를 보면 패찰을 인정할 수 없는 기존의 세입자가 서있진 않을까 두려움의 쿵쾅거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나는 내집마련을 했고 더이상 작은 오피스텔 원룸에서 아빠의 먼지쌓인 침대 아래를 쳐다보며 잠들지 않아도 되고, 저렴하면서 라면도 주는 고시원을 찾아 헤메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흥분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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