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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작까 Jun 25. 2021

나는 그때도 지금도 내 집이 제일 중요해

15,   없는 기억 중에 하나를 꺼내보려고 한다어쩌면 내가 기억하는 집에 대한  번째  좋은 기억으로 기억이 된다. 친구를 우리 집에 초대했는데 친구가 현관에 서서 신발을 벗으며 고개를 둥그렇게 돌리며 집을 둘러보곤  방으로  함께 들어와 앉으며 '여기  평이냐?'라고 말했다.


 약간의 수치심이 고개를 들었다. 어떻게 놀았는지  친구가 누구였었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말이 어찌나 충격적이었는지 사람도 기억나지 않으면서 대사만이 또렷이 남아있다. 나는 원당에 살았고 학교는 화정에 있었는데 그때 화정동은 신도시처럼 깨끗하고 반듯한 아파트와  대형마트들이 있는 쾌적한 동네였다면 원당은 멀지 않은 옆동네였지만 그렇지 못했다 우리 집은 작은 노점상들이   시장  도로 중간에 있는 두동 짜리 낮은 5 아파트였는데  이후에 나는 집이  창피해졌었던  같다. 그때부터였을까 ''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기 시작했던  같다 반듯하게 줄진 아파트 정문으로 '안녕 내일  만나' 하고 인사하고 들어가는 친구의 뒷모습과을 보고 있노라면  주변이  반짝거렸다


그렇게 어른이 됐지만 스무 살 이후의 나의 삶은 참 가난했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배우라는 꿈을 꿨지만, 잘 될 것 같지 않아서 도망쳤다. 먹고 살기 위한 선택처럼 스스로를 속이며 도망쳤다

꿈을 포기하고 버는 돈은 참 작고 초라했다 쥐꼬리만 한 돈을 쥔 채로 할 수 있는 것은 많이 없었다. '집을 산다고?' 택도 없는 말처럼 들렸지만 방법은 있었다 작고 초라한 집을 사면 됐었다.


그렇게 경매로 작은 반지하 집을 두어 번 사고팔고 하는 동안 나는 성실한 남자를 만나서 연애를 했다   부모님과의 인사도 하고  결혼을 준비했다 결혼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신혼집을 구하는 일이나에겐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자신 있게 '녹번동에 내가 받은  그 빌라에서 살자'라고 남편에게 말하자 남편은 불편한 기색을 내보였다 싫은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낡은 빌라가 싫었고 세대수에 못 미치는 주차가 싫었고 밀리는 동네라 출퇴근이 어렵다... 친구들에게 신혼집이다 라고 초대하기 부끄럽다 라는 거였다 나는 단번에 이해했다. 어릴 적 그때의 마음이 고개를 들었다.


'왜 우리 집 아파트가 아닐까'


우리 집은 왜 이렇게 낡은 걸까 하는 마음. 반듯하고 높게 세워진 건물 옆으로 잘 정비된 꽃과 나무가 있는 집, 매끈한 차가 줄지어 차례차례 주차장으로 들어가고,  늦은 귀가에도 밝은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서 들어갈 수 있는 그런 집에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예비 남편도 그리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형편으로 신혼집에 대한 꿈과 기대가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나의 낡은 집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지금 가진 돈으로 살 수 있는 아파트를 고르기 시작했다 혼자 경매를 할 때는 빌라만 살 수 있었다면, 남편과 합치니 낡은 아파트 정도는 시도해볼 수 있었다 경매 유료사이트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건을 찾았다


도봉구 노원구 은평구 등의 지역에 아파트와 서울 중심의 빌라들이 검색되어 나왔다 새것처럼 반짝이지는 않겠지만 대단지 재건축 아파트라면 충분히 가치가 있어 보였다 (경매로) 8천만 원이면 한번 유찰되어 80%로 저감 된 2억 원 수준의 물건을 조금 높게 써서 낙찰을 받을 작정이었다 뿌리를 내리고 살던 곳이 서울이라 서울로 검색을 놓고 1억 5천에서 2억 원 사이의 경매물건을 검색했다.


사실, 내가 검색해본 물건 중에 가장 큰 단위의 금액이었다 '와, 나 많이 컸네 2억짜리 물건도 검색하게 되는 날이 오 고말이야!' 그렇게 물건들을 검색하다 신건(100%)으로 나온 창동 주공아파트가 괜찮아 보여 입찰을 할 목적으로 임장을 위해 그 집 앞으로 갔다 집은 평범했다 30년이 된 낡은 주공아파트지만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이 잘 살고 깨끗하게 관리가 되어있었다. 입찰가를 얼마에 쓰면 좋을까 고민을 했다. '1억 8천이 시센데 승산이 있을까? 1억 8천5백은 너무 적은가?'  혼자 고민을 하며 동네를 둘러보던 중 상가 끝 부동산 유리창에 붙은 '창동 주공 18단지 17평 1억 7천5백' 글씨가 보였다 당장에 부동산에 들어가 살 수 있는지 물었다. 가능하다고 했고 나는 당장에 예비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오빠 지금 가계약금 넣어 100만 원이라도 넣어 가계약금 안 넣으면 결혼 안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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