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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작까 Jun 19. 2021

부부싸움을 하고나면

내 진짜 마음을 살피게 된다

부부싸움을 했다. 두서없이  욕한바가지 글 속에 남기고 싶지만  누구 하나만의 잘못으로 싸움이 되지는 않고 여전히 속상한 마음이 있기 때문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것 같기도 하고 사람 적은 새벽녘에 스터디 카페에 앉아서 눈물 뚝뚝 흘리며 코 훌쩍거리면 창피하기도 하니까 나를 돌이켜보는 의미로 오늘은 나에게 대해서 써보는 시간을 가져야 겠다 나를 알아야 남도 알 수 있다고 배웠다. 나 없이 남이 있을 수는 없다고 (인문학과도 같은) 연극학에서 배웠다


'나는 동적이야 정적이야? 어때?'

'글쎄.. 동적이기도 하고 정적이기도 하지'


잘 모르겠다는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 들은 답이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칭찬으로 들렸다.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별로 어렵지 않은 사람이다. 사람에 따라서 맞춰 행동하면 되기 때문이다. 줏대없이 상대가 요구하는 것을 다 맞추지도 않고 답정너 스타일로 내 이야기만 주구장장 떠들지도 않고 적당한 티키타카로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상대를 대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리액션과 에티듀드(태도)인데 이것은 참 중요하다. 예전보다 더 중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관계는 이 리액션과 에디튜드로 좋아지기도 하고 악화되기도 한다


나는 상황에 따라 잘 변한다. 그 사람이 너무 좋으면 사람을 흡수하기도 한다 여전히 존경하는 나의 스승님과 한때 강의도 하고 방송도 하며 꽤 많은 시간을 함께 할애했던적이 있었는데 우리의 강의를 수강하시는 분들이 아버지와 딸 아니냐고 많이들 말씀하셨다. 나는 스승님의 가족관,꼰대가 아니고 싶은 간절함ㅋㅋ 등이 좋았다 그러다 보니 스승님의 걸음 속도에 맞추고 흥미로운 대화를 이어나가기위해서 말의 속도를 맞췄다. (스승님을 닮고 싶어 행동을 모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내것이 되는 순간이 있었고 꽤 많은 분들이 나의 강의를 보고 스승님을 떠올리는 경우가 종종있었다 (그 평가도 나를 기분 좋게 하는 일 중에 하나였다)


또 내가 편입학 시절 동기들과 영 친해지기 어려울 떄 현역으로 있었던 친구가 무리에서 인기가 있어보였다 그 친구와 친해지고 싶어서 그 친구의 사투리인  '~했냐' 를 따라하며 아는 척했고 덕분에 서울말도 사투리도 아닌 이상한 말을 하던 때도 있었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그 친구를 좋아한다)


나는 처음 만나던 오랜만에 만나던 대부분 상대방에게 잘 맞춘다 어려움이 별로 없다 처음 만나는 사람은 호기심, 첫만남이라는 것에 기대어 궁굼한 것들을 묻고 듣고 답하며 대화하고 오래만에 만난사람은 반가움을 전제로 근황토크에 기대어 이야기 하고 맞춰나간다 피로감은 있지만 크게 어려움은 없다


근데 참 이상한게 아침저녁주말마다 만나는 남편한테는 잘 맞춰지지가 않는다 사랑해서 연애했고 평생을 약속하는 결혼했고 소중한 가정을 이루고 이렇게 만든 가족을 위해 아침부터 전쟁터같은 일터로가 애쓰는것을 아는데 잘 알고 있는데 왜 그럴까... 처음만난 사람처럼,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사람처럼 대하면 되는데 갑자기 심통이 나고  신경질이 날때가 있다  


'......아야!'

'....'

'아 아프다.. 아 ..쓰읍'

'....'


진짜 아픈건데 괜히 같이 사는 사람으로써의 취해야할 말과 행동의 에티듀드가 없으면 나는 그게 그렇게 서운하다 아는 척 해달라는건 진짜 아니었고 정말 아파서 치주염을 앓는 환자처럼 앓고 있는데 분명히 들었을 남편이 아무 반응이 없으면 다친 발가락은 어느새 뒷전이 되고 저 지평선 끝에서부터 서운함의 파도가 거세게 밀고 들어온다


불금, 남편은 와인잔에 맥주를 따랐다.  안주로 먹을 치킨을 쇼파 중간쯤 있는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아이를 재운 저녁이면 자주 보던 장면이었다. 술을 먹지 않는 나는, 나대로 그 옆 쇼파에 앉아 시간을 보내던 중 충전기 선이 자꾸 어딘가에 걸려서 보니, 남편이 먹고는 그대로 둔 가벼워진 치킨 상자가 자꾸 선에 걸리는 것 이었다



'아이.. 다먹었으면 좀 치우지..어?..?'

'.......'



종종 그대로 잠드는 날도 있었지만 대체로 잘 치우고 자던 남편이었던지라 대꾸없는 남편을 바라보며 몇번의 날숨을 뱉곤 물을 한잔 먹기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수기에서 물을 한컵 받아들곤 핸드폰을 보며 음료 홀더에 물통을 꽂는 순간 와르르 하고 와인잔속 맥주와 함께 매트 위 아이 퍼즐위로 꽤 많은 양의 맥주가 엎어졌다



'아이 진짜! 컵 홀더를 혼자 두개 다 쓰면 어떻게! 와인잔은 좀 치우지'

'...?'

'아이씨..이게 뭐야 진짜'

'....'

'아니 다먹었으면 좀 치우지 아..진짜..'

'왜 나한테 승질이야 니가 쏟아놓고선 나한테!!'




사과했다. 맞아 내가 실수했지 잘 보고 컵을 넣었어야지 핸드폰에 눈을 두고 꽂으려고 한 내 잘못이지 싶다가도 문득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빈 상자들 투성이를 늘어놓고 다 먹은 사람처럼 늘어져 있었으면서.  내가 이것좀 치워줬으면 했을때 아무런 반응도 없었으면서. 그 자리가 꼭 당신만을 위한 자리도 아닌데 내가 와인잔을 엎었을때  '내가 혼자 자리를 너무 썼지?' 라고 말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았겠지만 그게 너무 길고 복잡하면 상체라도 일으켜 '괜찮냐' 물어봤으면 좀 덜 서운했을텐데



'내가 아까 이거 좀 치우라고 했잖아 여길봐 여기가 다 당신 자리는 아니잖아'



나를 때리듯 상자를 구겨 잡아선 현관에 툭 던져놓고 씩씩거리며 내 앞을 오고 가며 치우는 당신을 보며 나는 참 서글펐다 나 좀 봐달라고 어리광피웠는데 그게 안통했던게 어찌나 서글프던지


신혼 떄 악을써가며 싸우던 나를 보며 남편은 내가 화가났을때의 높은 톤으로 이야기 하면 이야기 하기 싫어진다고 했다. 다발총이 된것처럼 말을 쏟아내다 톤을 낮췄다. 그 다음엔 싸움이 나면 자신은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했다. 이부분은 참 여전히 잘 맞춰지지는 않는데 나는 이 불편한 싸움을 제대로 언급하지 않고 지나가면 신발속에 든 모래처럼 불편하기때문에 제대로 미안한건 사과하고 사과받고 해야한다고 했다 바로 이야기 하길 원했지만 남편은 그건 정말 어렵다고 해서 시간을 줬는데 남편은 나에게 말할시간을 주지 않았다. 어물정 넘어가거나 흐지부지 되었다




'아 그니까 왜 니가 쏟아놓고 나한테 짜증인데!!!!!!!'

'왜!! 나를! 화나게 하냐고!!!!'

'아 그니까, 너 조용히 하고 있어 화가 났을때 무슨말을 하냐고'




꼼짝도 않고 남편이 보던 드라마 하나가 끝날때까지 기다렸다. 눈물이 주르륵 주르륵 쉴새없이났는데 일단은 기다렸다. 시선을 남편에게 거둔채로  40분쯤 지났을까 드라마가 끝나는 음악이 들렸다. 이제 이야기 할 시간이 된걸까 싶어 돌아보니 남편은 쇼파 머리쪽에 다리를 얹고 눈을 감고  누워있었다 그대로 두면 잠이 들것 같은 아주 편안한 자세였다 억울하고 눈물이 났다



'...나한테 말 할 시간을 줘야되는거 아닌가? 나는 기다려줬는데 왜 말 할시간을 할애해 주지 않는거지?...'



이제, 나 화가 좀 가라앉았으니 대화해보자 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말을 걸면 적어도 듣는 척이라도 해야지 .. 곧 동이트면 토요일이다. 아침 눈을 뜰 아들이 엄마와 아빠와 함께 신나게 보낼 주말을 생각하며 평일을 보냈을 텐데 실망시키기 싫은 엄마의 마음으로 이렇게 글로 남겨가며 마음을 다스린다 남에게 내가 하듯 누군가가 나에게 좀 맞춰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어리광이었는데,  맞추려면 상대를 살피고 관찰해야하는데 남한테 그렇게 바랄수는 없는 일이니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투덜대는 아주 어린 내 마음 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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