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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작까 Mar 12. 2021

내 집에 대한 집착

고단했던 나의 집





나는 늘 집이 고단했다


어려서는 엄마와 아빠의 갈등으로 고단했고, 조금 커서는 엄마 아빠의 갈등 속에 큰 언니의 화풀이 대상으로 고단했고 더 커서는 이혼하여 삶에 치여 사는 엄마 옆에서 고단했고 더 커서는 가족을 위해 조상님 게 은공을 드리러 집을 나갔다 10년의 세월과 함께 돌아온 언니를 살피고 돌보는 아빠 옆에서 고단했다 행복한 순간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고단하고 힘든 어린날의 연속이었다 누구에게나 나름의 고단함은 있고 대부분의 삶은 녹록지 않았겠지만 늘 그렇듯 남보단 내가 제일 힘들다


나의 고단함은 늘 가족으로부터 집으로부터 였다 아빠가 술에 취해 사 오는 그 커다란 빵 봉지를 엄마가 두 팔 벌려 수고했노라 이야기하며 반겨줬더라면 어땠을까 시어머니와 함께 살며 시아버지의 똥기저귀를 매일 갈아내던 엄마의 손을 아빠가 세게 더 자주 잡아줬더라면 나에게  집의 의미는 달라졌을까...


가족이 해체되고 돈 벌러 지방으로 간 엄마, 서울에 작은 오피스텔에서 월세생활하는 아빠, 종교에 빠져 사라진 언니 우린 한 가족이었지만 모두 따로 각자 살았다.


대학교 4학년 나는 서울의 한극장에서 실습겸 직업체험겸 3개월간 공연 스텝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서울로 올라와야 했는데 또 다시 살 집이 문제였다 결국 서울에 사는 아빠의 월세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빠도 다 큰 딸이랑 사는 게 참 불편하고 힘들었겠지만, 나도 여간 불편한 게 많았다


흡연자인 아빠는 나를 위해 창문 바로 앞에 컴퓨터를 두고 아빠의자리를 만들었고 나는 방 가장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고시원보다는 훨씬 좋아!' 라고 아빠에게 웃으며 말하면서도  내 집이 생기지 않는 한 이 문제는 계속되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2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숙제 같은 도돌이표 물음표 '어디 살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이곳에 계속 살수 있는가? '계속해서 이사를 갈 수 있는 돈을 벌 수 있는가' 집은 늘 1순위였다 집은 내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가장 맨 첫 순위에 있었다


내가 살 집이 있어야 일상이 편안하고 내 일상이 안정되어야 때때로 일어나는 큰 바람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대부분의 나쁜 일은 한꺼번에 온다 내가 사는 집이 불안정하고 단단하지 않으면 내가 올곧이 설 수 없다


세상은 늘 그래 왔다 누가 서든 몸 쓸 정치였고 늘 그렇듯 살기는 어려웠다 우리는 지나간 것에 집착하며 대부분의 사람이 과거의 업적만 그리워하기에 바빴다 네가 본 오늘의 나는 늦었다 언제나 후배들은 버릇과 개념이 없고 선배들은 라테를 좋아했다 내가 새로운 무언가를 할 때 응원 속 숨겨진 시기과 걱정이 앞서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었지만 어쩌면 그것은 나의 자격지심이었을지도 모른다. 원래 나는 불안한 사람다 불안하고 고단한 나에게 언제나 쉴 수 있게 내 집은 있어야 한다. 포기할 게 있어야 한다던 삼포세대 오포 세대가 더 이상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는 내 집에 대한 집착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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