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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작까 Mar 14. 2021

가난한 집사라 미안해

죽은 나의 고양이





나 고등학교 1학년일 적 언니가 대학에 들어가 작은 고양이 새끼 한 마리를 집으로 데려온 적이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고양일 주워와서 내쫓겼던 언니의 대학 동기가 고양이를 버릴 수 없어 꼭 안고 엉엉 울고 있길래 자신이 키워주겠다며 당차게 데리고 고양이를안고 집에 왔었다 엄마와 아빠가 따로 살기 시작한 때라 집도 좁고 형편도 넉넉하지 않아 엄마는 탐탁지 않게 여겼지만 나는 좋았다 그리고 나는 걔를 구구라고 불렀다

 

어느날 언니는 조상님에게 은공을 드리겠다며 집을 나갔고, 하루는 엄마는 나를 불러 앉히더니 ‘월세는 보증금 낸 것이 있으니 걱정 말고 이후엔 엄마가 보내줄게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그렇게 말하곤 홀연히 지방으로 갔다.. 그렇게 고양이 구구와 나 둘만 남았다


엄마가 약간의 돈을 보내주긴 했지만 모든 것에 턱없이 부족했다 먹어야 하는데 계란 하나 먹는 것도 돈이었다 쌀도 한 바가지 뜰 때마다 쌀이 줄어드는 게 눈으로 보였다. 쓰는 돈은 없었고 제대로 된 한 끼를 먹는 것조차 버거운 하루를 살았다


 사치를 부리겠다는 건 아니었지만 식구 같은 고양이 녀석 사료도 없었다 나중엔 시장에서 생선 대가리를 얻어 삶아먹였다 녀석의 털은 윤기가 돌았지만 온 집안에 비릿한 생선 냄새도 함께 돌았다 열아홉, ‘사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사는 게 이렇게 돈이 드는 거구나… 그냥 사는 건데 …’


구구는 내가 집으로 들어가면 야옹 하며 장롱 끝에 앉아있다 쿵 하고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생각보다 모든 고양이가 가볍게 뛰는 것은 아니었다) 현관으로 나온다 신발을 벗고 방에 올라서면 구구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긴 몸으로 내 다리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나를 반겨주곤 어서 오라며 인사하고 먼저 방으로 들어가곤 했다 늘 생선 삶은 냄새로 온 집안이 비릿한 냄새로 가득했지만 괜찮았다


하루는 구구가 앉은자리 그대로 오줌을 눴는지 오줌이 흥건한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어서 온 몸이 오줌에 젖어 축축해있었다 '발끝에 물이 닿는 것도 싫어하면서 왜 그랬을까' 갸우뚱했지만 곧장 구구를 데리고 화장실로 들어가 물을 틀고 오줌에 젖은 털을 씻겨주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힘이든지 제대로 서있지 못했다 다 씻기고 말리고 앉혀놨는데 다시 오줌이 새어 나왔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요로결석이었다 병원에 가야 했는데 돈이 없었다 구구를 꼭 끌어안았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다음날이 아침이 되어도 여전히 자기 자리에서 게슴츠레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는 구구한테 나는 아무 도움이 못됐다 나는 돈을 벌 수도 벌 곳도 없었고 나는 오늘도 내일도 구구를 병원에 데려갈 돈이 없었다




'구구야 나 학교 갔다가 올게

이따가 생선 가지고 올게 자고 있어'


'야옹..'




혼자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깟 학교가 뭐라고 혼자서 얼마나 외롭고 쓸쓸했을까' 축 늘어져 차갑게 식어가는 몸이 딱딱하게 굳어질 때까지 쓰다듬으며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구구가 죽었어' 엄마는 당장에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굳어진 구구를 안아주며 식구가 되어주어 고맙다며 연신 인사했다 그렇게 우리는 구구를 땅에, 마음에 묻었다 내가 처음으로 느낀 내 인생 첫 돈 없는 설움이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꽤 많은 동물들과 함께 살았었다 그런데 끝이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냥 기억에 없다 엄마나 아빠한테도 묻지 않았다 내 의지대로 키웠던 게 아니라 그런가 궁금하지도 않았다  구구도 내 의지대로 데려온 고양이는 아니었지만 오롯이 둘이 의지하고 살면서 책임감이 생겼던가보다 나는 여전히 동물은 동물, 사람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희한하게 구구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리고 미안하고 눈물이 난다 흔한 질병으로 돈 없는 그때의 나를 만나 아프게 하늘에 보내게 된 게 자꾸 눈물이 난다


죽음이 그렇게 차갑고 모든 것이 늘어져 딱딱하게 굳어져 버리는 일이라는 걸 나는 나의 고양이를 통해 처음 알았다 키운다는 건 보통의 책임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안 것 같다 구구는 흔하디 흔하게 생긴 잡종 스타일의 길양이였던지라 비슷하게 생긴 녀석을 자주 보는데 정말 반갑지만 눈으로만 인사할 뿐 다가가지 않는다 (뭐, 다가간다고 오지 않을뿐더러..)


나에게 구구는 행복한 기억이다

구구의 시작과끝을 내가 기억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구구도 하늘에서 자길 기억해주는 내가 있어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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