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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편선 Apr 30. 2023

7. 니가 왜 여기서 나와...

  내가 싫어하는 것. 그것은 바로 벌레다. 나는 곤충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 특히 거미나 바퀴, 돈벌레를 세상에서 제일 극혐 한다. 이런 내게 알바 중 시련이 찾아왔다...    

 

 돈벌레와의 첫 만남은 물품이 들어오는 토요일이었다. 들어온 음료들을 음료 냉장고에 정리 중이었다. 다음 음료를 챙기기 위해 냉장고에서 나왔는데, 뭔가 소름이 쫙 끼쳤다. 기분 나쁜 느낌, 마치 뭔가 다른 존재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대로 눈을 아래도 깔았는데, 뭔가 다리가 많은 것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소리를 지르며, 창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정말 너무 무서워서 죽이고 싶었지만. 몸이랑 손이 안 움직였다. 

 일단 밖으로 나와서 숨을 고른 다음, 다시 들어가 봤다. 다시 봤더니 분명히 안에 있던 돈벌레가 없어져있었다. 


 누군가 말할 것이다. 벌레가 없어지면 좋은 거 아니냐고. 아니, 안 좋은 일이다.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데, 어쨌든 이 안에는 존재하고 있다는 소리니까. 정말 울고 싶었다. 그 와중에 손님들이 와서, 계산을 어떤 정신으로 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손님들을 보내고, 다시 창고에 들어갔다. 다행히도 돈벌레는 아까 그 위치에 다시 돌아와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예 못 찾는 것보다는 나았으니까.      


 나는 용기를 내서 옆에 있는 박스로 돈벌레를 있는 힘껏 내려찍고 마구 밟았다. 박스를 들어 올려보니 돈벌레는 사망해서 시체로 되어 있었다. 차마 휴지로 집어서 치울 용기가 나지 않아서 그대로 뒀다.     


 그렇게 바퀴벌레는 내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정말 너무 끔찍한 기억이었다. 박스에 눌린 시체를 보게 될 다음 알바생에게는 미안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렇게 다시는 돈벌레를 보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사람 맘대로 될 리가 없지. 나는 돈벌레를 한 번 더 마주치게 된다. 순위를 매기자면, 두 번째로 마주쳤을 때가 더 징그럽고, 무서웠다.     


 그날은 일요일로 물품이 들어오지 않는 날이다. 그래서 카운터 안에 마련된 자리에 들어가 앉아있었다.      

 *이해를 위해 잠시 설명을 하자면, 내가 일하는 편의점은 카운터 안에 의자와 신발을 벗고 들어갈 수 있는 깔개가 있다. 그래서 나는 신발을 신고 와서 편의점에 있는 슬리퍼를 알바하는 동안 사용한다. 신고 온 신발은 카운터 바로 밑에 내려놓는다. 카운터 밖으로 나가는 통로를 방해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있었는데, 카운터 안쪽 슬리퍼가 있는 쪽에서 돈벌레가 나타났다. 정말 너무 소름이 끼쳐서 의자에 두 발을 올려 팔로 꼬옥 껴안고 떨고 있었다. 


 그렇게 돈벌레가 슬리퍼 쪽을 휘저으며 놀고 있을 때, 손님이 들어오셨다. 담배를 사러 온 손님이어서 무조건 돈벌레와 위치가 가까운 카운터 쪽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애써 괜찮은 척하면서 카운터 쪽으로 가 섰다. 그렇게 막 결제를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돈벌레가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려고 했다. 그건 정말 불가항력이었다. 


“(작은 목소리로) 악!”

“?”

 내가 작게 지른 소리를 듣고, 손님이 왜 그러냐는 듯이 쳐다보셨다. 정말 벌레가 있어서 그런 거라고,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렇게 손님이 나가고, 나는 또 돈벌레와 대치를 하고 있었다. 그때, 돈벌레가 내 신발이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 그 조그마한 게 어찌나 빠른지, 너무 무서웠다. 나한테 그 속도로 달려올까 봐. 그대로 가서 내 신발 뒤에 숨어버린 돈벌레에 나는 얼른 슬리퍼를 신고, 카운터에서 나왔다. 


 슬리퍼를 신고 나와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진열대를 정리했다. 정리하면서도 머릿속에서는 돈벌레를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이 상태로 계속 버티기에는 알바시간이 끝나면 신발을 다시 신어야 했다.      

 용기를 내서 다시 카운터 안으로 들어와서 내 신발 쪽을 쳐다봤다. 그런데 돈벌레가 보이지 않았다.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확인하기 싫었지만, 나의 안전을 위해서 내 심장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신발을 들어봤다. 역시나 신발 옆에 딱 달라붙어있었다. 

 내가 신발을 들어 올리자, 돈벌레는 그래도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졌다. 오히려 잘됐다. 나는 내 신발 한 짝으로 지그시 눌렀다. 여러 방향으로 꾹꾹 눌러야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눌렀다. 그런 다음에 들어 올려 봤더니, 죽어있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시체를 치웠다. (물론 이 시체를 치운 것도 엄청 용기를 낸 거다.)     


 그 이후로 아직까지 돈벌레를 본 적이 없다. 제발 이대로 쭉 안 나왔으면 좋겠다. 가장 무서운 점은 창고에 박스가 많다는 점이다. 바퀴벌레가 박스를 정말 좋아한다고 들었다. 창고에는 박스가 많이 쌓여있으니까, 거기서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제발 안전한 알바생활을 할 수 있게 벌레들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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