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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편선 Apr 30. 2023

8. 저도 밥 먹고 싶어요…

 내가 알바를 하면서 생긴 궁금한 점이 있다. 바로 ‘다른 알바생분들은 알바를 하면서 밥을 어떻게 먹을까?’였다. 


 내가 알바하는 시간대가 점심에서 저녁이다 보니 아침을 못 먹고 나오면 배가 너무 고프다. 또 점심과 저녁 사이의 시간이 너무 길다. 그러다 보니 편의점에 와서 적어도 2번은 꼭 먹는 것 같다. 돈이 된다면 ‘열려라 참깨라면’을 사서 먹지만, 돈이 부족하면 폐기로 나온 삼김이나 도시락을 먹는다.      


 사실 알바를 하면서 밥을 먹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나는 알바를 올 때, 화장기가 전혀 없는 얼굴로 오기 때문에 마스크로 꼭 얼굴을 가리고 온다. 실내 마스크가 해제된 지금도 ‘편의점 이미지가 나빠지지는 않을까?’라는 걱정 때문에, 아침에 화장까지 하고 오기 귀찮기 때문에 마스크를 꼭 쓰고 알바를 한다. 

 그러다 보니 라면을 먹을 때 손님이 오면 입술을 닦고, 마스크를 다시 써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다. 하지만 생얼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철통보안을 하는 내 얼굴을 본 손님이 있다.   


 우리 편의점 옆에 건물 공사하는 회사가 있는 것 같다. 단골손님 중에 거기서 일하시는 분이 있다. 그분이 편의점에 들르는 시간대가 점심시간이다 보니 내가 밥을 먹는 모습을 들킬 때가 많다. 


“안녕하세요!”

“어! 또 밥 먹고 있다.”     

“하핳, 네.”

“그냥 편하게 먹어요.”

“네.ㅎㅎ”

 이런 일들이 거의 매주 있다고 봐도 될 정도다. 하지만 손님이 물건을 고를 때, 밥을 먹고 있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그때는 밥을 절대 먹지 않는다.


 하지만 밥을 먹는 걸 들킨 게 몇 번 더 있다. 그도 그럴게 손님이 들어오는 딸랑-소리가 들리면, 인사를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입에 있는 내용물 때문에 소리가 뭉개져서 나온다. 그래서 밥을 먹고 있다는 것을 들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단골손님이 아닌 다른 손님에게도 밥을 먹는 걸 들킨 적이 있다. 좀 민망한 적이 많은데, 들키면 대부분 모르는 척해주신다. 그런데 그중에서 말을 걸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몇 개의 일화가 있다. 


 항상 담배를 사러 오셨던 내 나이 또래의 여자분이 있다. 그분이 마침 내가 도시락을 먹을 때, 담배를 사러 오셨다. 


“안녕하세요!”

“...”


그 손님은 원래 과묵한 분이다. 그런데 그날따라 먼저 말을 걸어주셨다.      

“LBS옐로우 하나 주세요.”

“네!”     


담배를 꺼내서 바코드를 찍을 때였다.

“밥 먹고 있었어요?”

“하핳, 네.”

갑자기 나한테 말을 걸어서 당황했다. 


 그때 내가 입 안에 있는 음식을 씹고 있었는데, 그 소리가 들렸나 보다. 그때 '음식 씹는 소리가 거슬렸나?'와 같은 다양한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덮쳤다.      


 계산을 다 마치고, 손님이 나가면서 인사를 했는데, 왠지 좀 신기했다. 평소에 말을 잘 안 하셔서 당연히 말을 먼저 거실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안녕히 계세요.”

“네~ 안녕히 가세요!”


 그날 괜히 신이 났던 기억이 난다.      


 같은 날 내 또래의 남자손님이 오셨다. 김밥 코너에 가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시다가 결제를 하러 오셨다. 그렇게 결제를 도와드리고 있는데, 갑자기 말을 거셨다.      

“식사하시는데, 죄송해요.”

“앗, 아니에요! 괜찮아요.”

“넵, 맛있게 드세요. 안녕히 계세요.”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 오히려 사과를 하신 손님의 마음이 너무 따뜻하게 느껴졌다. 거기다 플러스로 감동도 받았다. 원래 알바생들이 밥을 먹는 걸 대부분 신경 쓰지 않는데, 그 사소한 부분에서 신경을 써주신 게 너무 고마웠다.      


 사실 도시락이나 삼김을 먹을 때는 손님이 계속 와도 괜찮다. 하지만 내가 요즘 가장 꽂혀있는 ‘열려라 참깨라면’을 먹을 때는 조금 성질이 급해진다. 라면은 시간이 지나면 불어서 라면볶이가 되기 때문이다. 

 차라리 빨리 고른 다음에 카운터로 와서 결제하면 괜찮다. 그런데 대부분의 손님들도, 나도 물건을 고를 때 결정장애가 발생한다. 둘 중에 뭘 골라야 할지 엄청난 고민을 하게 된다. 특히 어린 친구들이 편의점에서 먹고 가려고 가게에 온 경우에는 더 오래 걸린다. 그렇게 오래 걸린 끝에 결제하고 나가면, 곧바로 또 다른 손님들이 와서 오랜 고민 끝에 결제를 하고 나가면, 또 다른 손님이 들어오고.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된다. 


 결국, 손님들이 다 간 후에 불은 라면을 더 불기 전에 허겁지겁 먹게 된다. 


 그래도 손님들께서 내 인사를 받아주시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최근에 버스기사님한테 대답을 했더니 기사님께서 엄청 행복해하셨다는 영상을 봤다. 거의 그 버스기사님의 기분을 내가 느낀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이렇게 알바를 시작하면서 그전까지는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들을 알게 됐다. 그래서 나도 다른 편의점에 갈 때, 식사시간에는 최대한 시간을 소비하지 않고, 빨리 고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편의점 알바가 다른 알바들보다 꿀이라는 말이 있다. 계속해서 편의점의 진상손님이나 힘든 점들을 풀었는데, 다음 편에서는 왜 편의점 알바가 다른 알바보다 꿀이라고 하는지 얘기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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