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의 건강한 관계
우리 세상은 한 사람 그리고 각각을 연결하는 관계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관계’는 다시 ‘영향력’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데, 이 말인즉슨 우리는 살아가면서 영향력을 주고받는다는 말이다. 유명인사들의 영향력을 마주하는 것은 쉽다. 어느 연예인이 입고 나오기만 해도 특정 브랜드의 옷이 완판 되기도 하고, 유명인사가 만든 브랜드는 그 영향력에 힘입어 더 큰 영향력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유명인사가 큰 권력을 쥐고 있다면 그의 말 한마디에 한 나라 전체가 영향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저 보통의 사람인 나에게 이러한 영향력은 다른 세상의 일이었다. 과연 내가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주고 있을지 그리고 준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대학생 연합동아리 ‘여행하는 선생님들’을 통해서 방학 중에 교육여행을 가게 되었다. 교육여행이란 도서산간 지역의 학교를 방문하여 가치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인 멘티 그리고 또 다른 대학생 멘토들과 소통하는 시간이다. 그 교육여행 중에 한 학생을 만나게 된다. 그 학생은 자신의 의지로 직접 교육여행 수업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 이게 어떠한 것인지도 모르고 친구에 이끌려 처음으로 온 것이었다. 그는 수업에 열정적으로 임할 이유도 없었을뿐더러 애초에 말이 많지 않고, 내성적인 친구라 같은 조에 멘토로 배정된 나에게 부담이 되었다.
그러한 부담감도 잠시, 한 명이라도 더 우리 동아리 사람들이 전하고자 하는 가치 수업에 와준 고마움이 더 컸고, 계속 수업에 나오지 않더라도 이 수업에서만이라도 그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이러한 마음이 생기자 좋아하는 노래 및 가수부터 좋아하는 것, 버킷리스트, 의미 있는 경험 등과 같은 질문들을 그에게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답으로 이루어지던 대답이 점점 긴 대답들로 이루어지고, 나에게도 질문이 오면서 그가 점점 마음을 여는 게 느껴졌다. 그는 다른 날 수업에도 계속 나왔고, 나는 그 모습이 기특해서 수업 내내 더 신경 써서 챙겨주려고 했다. 이후에 생각해 보니 그가 마음을 열고 계속 수업에 나온 것부터가 일정 부분 내가 그에게 영향을 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때 이 영향력이 어떠한 것인지 알지 못했으며, 내가 이걸 자각한 것은 이 이후에 간 다른 교육여행에서였다.
한 학기라는 시간이 흐르고 난 뒤의 교육여행이었는데도 그 친구는 참여해 주었다. 그런데 놀라웠던 것은 그 친구가 이전에 비해 훨씬 더 밝고, 활기차며, 말도 스스럼없이 하는 것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데 놀라웠고, 이전에 비해 어떻게 그렇게 변화할 수 있었냐고 물어보는 질문에 이전 교육여행에서 처음 만났던 ‘나’라는 대답이 들려왔을 때는 더더욱 놀라웠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준 영향력을 목격한 것이다. 이후로 나는 분명 두 번의 교육여행은 다른 교육여행이었지만 하나의 교육여행이라고, 그 연장선이었다고 말한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준 영향력을 목격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이 경험이 더욱 소중했고, 그 과정이 또다시 나에게 하나의 큰 영향력을 줬다고 장담할 수 있다. 그렇게 사람은 관계 속에서 영향을 주고받고, 그 영향력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이렇게 넓어져 가는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 혹은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 자체를 인지하는 것은 나의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꾼다. 어떤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는 사실 내가 일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내가 세상을 대하는 가치관을 정립하고 또 그에 맞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바로 내가 선택한 것이다. 나의 가치관은 무엇인지를 비롯하여 나에 대해 더 잘 알아가도록 노력하는 동기가 된다.
내가 미치는 영향력을 인지하는 것은 쉽지만 어렵다. 다른 말로 하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나의 편의를 위해서 외면한다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미치는 영향력을 인지하는 것은 내가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내가 무심코 말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음을 인지하면 그러한 말들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하지 말아야겠다를 넘어서 나는 무엇인가를 해야겠다고도 느낀다.
나는 앞에서 언급한 동아리를 들어오고, 동아리의 활동을 통해 교육여행에 가기 이전까지는 나의 진로에 대한 확신이 없던 상태였다. 하지만 교육여행을 통해 내가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깨닫고, 내가 그러한 과정에서 큰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는 곧 내가 진로를 ‘교사’로 확실하게 결정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어떠한 교사가 되고 싶은가에 대해서도 한 아이의 인생에 있어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아직은 조금 추상적인 방향성도 잡을 수 있었다.
아무리 누군가에게 친구가 없고, 고립되어 살아가고, 환경이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고 해도 사람으로부터 받는 영향에 대해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세상의 사람들 모두가 크고 작음을 떠나 자신의 영향력을 인지하고, 그 영향력을 좋은 쪽으로 쓰고 싶다고 마음을 먹는다면 어쩌면 지금의 세상보다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한다. 내가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받았다면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나누고, 반대로 내가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면 그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다른 사람에게는 다른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자 노력할 수 있다.
최소한 나의 영향력을 일부 인지한 나는 나의 위치에서 내 주변 소중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의 밝은 빛이 되어줄 아이들에게도 미약하나마 좋은 영향을 주었던/ 주는 어른으로 남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가지고 오늘도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