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한 방울

플로럴 어코드 실습

by 두디


여러 꽃이 겹쳐 피어나는 이야기.

서로 다른 꽃이 어우러져 하나의 풍경이 열린다.


오늘은 플로럴 어코드 실습이 있었다.





[첫 번째 조합]

로즈 앱솔루트 30% (실측치: 0.914g)

제라늄 30% (실측치: 0.893g)

로즈우드 40% (실측치: 1.204g)


만개한 꽃의 향.

활짝 핀 장미를 떠올리게 한다.

그 위에 얹힌 로즈우드가

전체적인 결을 부드럽게 잡아준다.

이 어코드는 로즈의 기본적인 구조다.



[두 번째 조합]

로즈 앱솔루트 40% (실측치: 1.225g)

제라늄 23% (실측치: 0.737g)

자스민 삼박 5% (실측치: 0.150g)

로즈우드 32% (실측치: 0.893g)


* 자스민 삼박:
은은한 자스민 찻잎 향이 난다.
부드럽고 크리미한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조합에서 자스민 삼박이 5% 더해졌다.

그 순간, 우아함과 차분함이 연출됐다.

꿀을 머금은 듯 달콤하게 시작해

점차 성숙한 인상을 남기며

부드럽게 마무리된다.



[세 번째 조합]

네롤리 38% (실측치: 1.399g)

버가못 30% (실측치: 0.913g)

탠저린 25% (실측치: 0.720g)

진저 7% (실측치: 0.231g)


가장 먼저 진저의 스파이시한 향이 코끝을 스친다.

그 후 네롤리의 흰색 꽃 향기,

버가못의 청초한 상큼함,

그리고 탠저린의 달콤함이 겹쳐 올라온다.

단 7%의 진저가 전체 향에 따듯한 느낌을 가져다준다.

살짝 탁하고 텁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네 번째 조합]

네롤리 40% (실측치: 1.193g)

스윗 오렌지 40% (실측치: 1.236g)

자스민 삼박 3% (실측치: 0.095g)

클레리 세이지 14% (실측치: 0.426g)

벤조인 3% (실측치: 0.093g)


* 클레리 세이지:
쌉싸름하면서도 허브의 청량감이 있다.
흙내음과 함께 머스크의 따듯한 잔향이 있다.


조향 직후에는

싱그럽고 발랄하면서도 포근한 향이 퍼졌다.

하지만 1주일의 숙성을 거친 뒤 다시 맡아보니,

향은 처음보다 한층 무거워져 있었다.

자스민 삼박과 벤조인이 제 역할을 드러낸 것이다.

향은 보다 부드럽고 크리미 해졌고,

그만큼 첫날보다 싱그러움은 옅어졌다.


마치 한 그루의 오렌지 나무 아래서

부드러운 포장지에 정갈하게 감싸진

흰색 꽃다발을 들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연상됐다.


수업이 끝난 뒤

친구에게 시향을 부탁했다.

흥미로운 한마디가 돌아왔다.


"진토닉 위에 꽂은 오렌지."


친구는 특히 클레리 세이지와 스윗 오렌지의 향이

코 끝에 강하게 와닿은 것 같다.


내게는 없던 시선이 더해지며

같은 향 속에서도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매력을 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플로럴 어코드를 실습하며 코가 참 즐거웠다.

한 송이 꽃의 향이 모여

예쁜 풍경 속 꽃다발이 되었다.


완벽한 어코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올팩션 연습을 꾸준히 이어가며

향 안의 작은 결까지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그 길 위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