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 훈련: 프루티와 플로럴
조향사 자격증 2급 과정을 마치고,
이제 1급 과정으로 넘어왔다.
1급에서는 향을 조금 더 깊이 바라본다.
단순히 향을 맡고 느끼는 것을 넘어
향의 화학적 구조와 그 원리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이다.
어떤 분자가 어떤 향을 결정하는지 들여다보며
향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
또한 섬유탈취제, 핸드크림, 바디워시, 비누 등과 같은 제품들을 매주 직접 기획하고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진다.
실제로 출시를 염두에 두고 컨셉을 설정한 뒤
제품마다 어울리는 분위기의 향을 구상하고,
실제로 제작해본다.
완성된 결과물을 숙성시키고,
그 경과에 따른 차이도 지켜본다.
남은 원액으로는 집에서 따로 장비를 마련해,
배운 대로 제품을 만들어 보았다.
결과물은 친구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는데,
내가 직접 고른 천연 향료들을 조합해
만든 제품을 누군가가 사용하고,
또 그 향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뿌듯했다.
후각 훈련(Olfaction) 시간에는
훨씬 더 정교하고 섬세한 향들이 등장한다.
이전보다 미묘한 차이를 가려내고,
작은 뉘앙스까지 포착하는 훈련을 통해
감각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2급에서 만난 향들에 이어,
프루티 노트와 플로럴 노트 속
새로운 향들을 접하게 되었다.
그 중 흥미로웠던 향 10가지를 기록해보려 한다.
프루티 노트
레드향 냄새.
살짝 붉은 한라봉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스윗 오렌지가 워터리하고 느끼한 면이 있는 데 비해,
클레멘타인은 오렌지 특유의 비릿한 향이 없어
세련되고 깔끔한 인상을 준다.
바디 스크럽 등 스킨케어에 어울리고,
숙면에도 도움을 준다.
유자향.
그 중에서도,
거의 다 마신 유자차에서
남은 유자 껍질을 씹었을 때의 쌉쌀한 향.
부드러운 레몬 같은 인상으로, 은은하게 새콤하다.
오리엔탈이나 젠더 뉴트럴한 컨셉에 잘 맞는다.
플로럴 노트
향이 강하고 톡 쏘듯 다가온다.
허브, 프루티, 매콤함이 겹쳐 올라오며
덜 익은 사과 같은 쌉쌀함도 느껴진다.
소량만 터치하면 알데하이드 같은
포근하고 뽀송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화이트 플로럴과 잘 어울리는 향이다.
피클 만들 때 사용하는 향료이며,
스킨케어에는 적합하지 않다.
꽃봉오리에서 추출하는 원료.
새콤달콤한 블랙베리나 열대 과일 같은 향.
달콤한 와인 또는 샴페인을 연상시킨다.
음료 향료로 많이 쓰이며,
최근 향수에도 활용도가 늘고 있다.
포근하고 파우더리한 꽃 향.
풍성한 꽃다발 같은 뉘앙스에,
끝에는 생화 특유의 스파이시함이 살짝 남는다.
긴장 완화 효과가 있어 침실 디퓨저나
필로우 스프레이에 잘 어울린다.
자스민과 일랑일랑을 섞은 듯한 향.
자스민차 옆에 놓여진 꿀을 바른 바나나 냄새.
포근하면서도 끝에는 살짝 그리니한 톤이 있다.
조화제 역할로 많이 쓰이며,
디퓨저에서는 자스민 삼박 대신 쓰이기도 한다.
은방울 꽃.
작은 하얀 꽃을 닮은 향.
크리미하고 살짝 느끼한 베이스에,
꿀 내음과 소피한 청결함이 함께 피어난다.
청초하고 깨끗한 이미지로,
디올의 핵심 원료이기도 하다.
깔끔하면서도 우아한 흰 꽃 같은 향.
분홍색 장미 몇 송이가 꽃힌 흰색 꽃다발이
길다란 화병에 꽂혀있는 듯한 예쁜 향이다.
차분하고 고혹적이며,
시프레나 모던한 컨셉의 향수를 표현할 때 적합하다.
잘 익은 바나나를 베어물었을 때 퍼지는 향.
은은하게 복숭아의 뉘앙스도 있다.
자연의 향이 골고루 느껴지며,
가을과 겨울의 따듯하고 포근한 느낌을
표현하기에 좋다.
나른해지는 향이라, 운전하거나 공부하는 환경과 같이
집중이 필요한 환경에는 적합하지 않다.
거친 자연에서 자라는 꽃으로,
줄기로는 빗자루를 만든다.
달달한 수정과 같은 향에
건초 같은 뉘앙스가 더해진다.
지속력이 좋고 다른 꽃 향을 풍성하게 보완해주며,
주로 섬유탈취제에 많이 사용된다.
이번 수업에서 다룬 향들은 확실히
2급에서 마주한 향들에 비해
새로우면서도 미묘한 차이를 구별해내어야 했다.
익숙한 듯하면서도 다른 결을 가진 향들이었고,
그 차이를 놓치지 않으려면
훨씬 더 세심한 집중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비슷하게만 느껴졌던 향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각자의 개성을 드러냈다.
작은 분자 하나에도 이렇게 다른 인상과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조향 수업을 통해
향에 대한 감각을 더 섬세하게 단련하고,
후각의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는 후각 훈련에서 만난 새로운 향뿐만 아니라,
직접 기획한 향기 제품들의 제작 과정도
자세히 기록해보려 한다.
배움의 조각들이 차곡차곡 쌓여
하나의 향으로 완성되는 순간들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