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조향
지난 글에 이어서,
번외로 기획한 오드퍼퓸을 소개하고자 한다.
"초여름의 이불"을 컨셉으로 잡았던 첫 작품.
그 향을 구상하던 중 문득,
'겨울 이불의 향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호기심이 두 번째 기획을 시작하게 했고,
그리하여 탄생한 작품이 바로 이번 향이다.
[제목] "크리스마스 이브의 이불"
[컨셉] "포근한 이불 속에서 기다리는
크리스마스의 설렘"
[주요 키워드] 크리스마스, 이불, 기다림
나는 언제나 크리스마스 당일보다도
그 전날 밤의 두근거림을 더 좋아했다.
특유의 연말 분위기와 설레는 기분을
후각화해보고 싶었다.
이번 향을 구상할 때 초점을 둔 두가지는 다음과 같다.
1. 겨울의 차가운 공기와
오두막 집의 따듯한 기운을 동시에 담아낼 것
2. 크리스마스의 따듯함과
이불의 포근함을 각각 향으로 풀어낼 것
키워드를 하나씩 떠올리며
그에 맞는 이미지를 연상했고,
그 이미지에 어울리는 색감을 선정해보았다.
빨간색, 흰색, 갈색.
첫 작품과 마찬가지로,
색과 이미지에 어울리는 향료를 배치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우선 이불을 나타내는 흰색은
"초여름의 이불"에서 사용했던 향을 다시 불러왔다.
같은 계열의 이불 시리즈 느낌으로
포근한 이불의 감각을 이어가기 위해,
동일한 향료를 선택해 이번 작품에도 담아냈다.
빨간색,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면
왠지 진저브레드쿠키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
그래서 달콤하면서도 톡 쏘는 향으로 골라 넣었다.
또 갈색의 오두막을 상상하면,
차가운 겨울 공기와
그걸 막아주는 내부의 아늑함이 떠올랐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부드럽고 따듯한 향료들을 배치했고,
거기에 퍼 실버와 카다멈을 더해
겨울 숲의 시원한 터치를 얹어주었다.
고른 향료들을 바탕으로 전체 구성을 짜보았다.
향은 아래와 같은 단계로
차례차례 다가오도록 구상했다.
1. 크리스마스 이브의 향
진저로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설렘을 담아
갓 구워낸 진저 브레드 쿠키의 따듯한 단내를 담았다.
여기에 탠저린을 더해
보다 달콤하고 경쾌한 시작을 열었다.
2. 겨울 숲의 향
주니퍼 베리로 크리스마스 트리의
빨간 열매를 그려내고,
퍼 실버로는 한겨울 숲의 시원한 기운을,
카다멈으로는 차갑게 맴도는 공기를 표현했다.
3. 갓 세탁한 이불의 향
침대가 놓인 오두막 방은 샌달 우드로 채웠다.
그 위로 뽀송한 비누향 같은 산뜻함을
프랜지파니로 표현했고,
마지막으로 자스민 삼박, 벤조인, 그리고 바닐라로
포근한 이불 속의 안락함을 완성했다.
처음 기획했을 때는
카다멈과 샌달 우드가 포함되지 않았다.
1차 기획안으로 향을 완성했지만,
어딘가 확실히 중심을 잡아주는 느낌이 부족했다.
그래서 두 가지 향료를 추가해주었다.
퍼 실버의 톡 쏘는 향은 카다멈으로 살짝 가려주었고,
전체적으로 날카로운 인상을 주던 향을
샌달 우드를 통해 우디한 무게감을 더해주며
차분히 정돈해주었다.
그 결과, 원하던 향의 밸런스가 정확히 맞춰졌고,
2차 기획안이 최종안으로 확정되었다.
번외로 만들어본 향이었지만,
의외로 첫 기획작보다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따듯하면서도 차가운 감각이 균형있게 어우러졌고,
달콤한 시작에서 포근한 마무리로 이어지려던 의도가
향 속에 잘 녹아들어 매력적인 작품이 되었다.
이 향을 맡는 순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그 설레는 밤의 공기와
포근한 이불 속의 안락함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향료 각각의 비율을 잘 기록해 두었다가,
겨울 시즌에 이 향을 다시 한 번
제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