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으로 그린 제주도

디퓨저와 바디제품

by 두디


이번 수업에서는 두 가지 향을 기획하여

디퓨저, 핸드워시, 바디워시 그리고 샴푸를 만들었다.



기획한 향의 컨셉:

1. 제주도 감귤농장 (핸드워시, 바디워시, 샴푸)

단순한 “귤향”이 아닌

감귤 농장 그 자체를 담고 싶었다.

감귤 껍질의 쌉싸름함, 감귤 밭의 흙내음,

땅에 떨어진 초록 잎, 잔가지들을 스치는 바람,

그리고 사람 냄새나는 농장의 정겨움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표현하고자 했다.


2. 울창한 숲 속에서의 산림욕 (디퓨저)

요새 우디함이 주는 평온함에 끌리고 있다.

스트레스를 싹 풀어주는 피톤치드향.

촉촉한 잎이 무성한 나무들.

깊은 숲 속의 개운하고 시원한 공기.

이러한 향이 침대 옆 탁자에 놓이면 좋을 것 같았다.




[감귤 농장 향]

우선 감귤농장 속 주인공인 감귤을 표현하기 위해

탠저린을 탑노트에 높은 비율로 넣었고,

상큼한 터치를 더하기 위해 오렌지 스윗을 조합했다.

또, 페티그레인으로 감귤나무의 초록 잎을 표현했다.

(페티그레인은 오렌지 나무의 잎에서 추출한 향료다.)


미들노트에는 메이 창을 넣어 달달하면서도 쌉싸름한 자연 그대로의 과일 향을 연출했다.

밭가에 자라난 초록색 풀들과

스치는 바람의 향기는 팔마로사로 표현했고,

로즈우드를 넣어 키 낮은 감귤 나무 가지들의

아늑함과 은은함을 더해주었다.


마지막 암브레 시드를 베이스로 추가해,

사람의 살 냄새같은 포근한 잔향을 남겼다.

이로써 농부가 가꾸는

정겨운 농장의 모습을 연출할 수 있었다.


이렇게 선택한 향료들을 적절한 비율로 조합하여

제주도의 감귤 농장을 향으로 구현할 수 있었다.


이 향을 제품화하여 테스트해 본 결과,

바디워시는 샤워볼에 문지를수록

감귤향이 진하게 올라왔고,

핸드워시를 사용하면, 물로 헹군 뒤에도

감귤향과 풀취가 은은하게 남아있다.

샴푸와도 상당히 잘 어울리는 향이었다.

머리카락 사이로 상큼함이 풍성하게 퍼져

기분 좋은 샤워를 마칠 수 있었다.


스프레이로도 잘 어울릴 향 같아서

남은 원액을 이용해 집에서 바디스프레이를 만들었다.

향이 너무 진하지 않도록

스프레이 베이스의 비율을 높였다.

그 결과 감귤농장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스프레이가 완성되었다.

확산성이 좋은 향료들로 구성되어서 그런지

한 번만 뿌려도 상큼함이 확 퍼졌다.

역시나 스프레이 제품에 아주 적합한 향이었다.


이렇게 하나의 향으로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어보고,

향에 가장 어울리는 제품 타입을 찾을 수 있었다.




[울창한 숲 속에서의 산림욕]

갈바넘으로 숲 속 나뭇잎의 진한 줄기 향을 표현했다.

비터 오렌지를 탑노트에 더해

첫 호흡에 상큼함이 퍼지도록 했다.

향이 숙성된 후에는 우디 계열의 향들이

진하게 올라와 과일향을 잡아먹을 것을 고려하여

탑 노트의 비율을 높게 설정했다.


미들노트부터는 강조하고자 하는 향을 넣었다.

싸이프레스는 화하면서도 애니멀릭한 잔향이 남아,

개운한 산림욕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기에 딱 좋았다.

여기에 시나몬 바크를 1% 가미하여

살짝의 톡 쏘는 따듯한 뉘앙스를 주었다.

또, 약간의 넛 멕으로

화하면서도 상쾌한 기운을 더했다.


베이스노트로는 샌달우드 오스트레일리아를 사용해

진한 통나무의 향을 전했다.

시더우드 아틀라스

부드럽고 포근한 숲의 여운을 완성했다.


향을 완성시키고 2주의 숙성기간을 거쳤다.

스틱 3개를 꽂아 침대 옆 탁자에 올려두자

창문 틈으로 바람이 솔솔 불어올 때마다

기분 좋은 숲 속의 나무향이 퍼져왔다.

아늑한 통나무의 향이 나를 보호해 주는 것 같으면서도

약간의 상큼함과 개운함이 피로를 풀어준다.

자고 일어났을 때 마치 숲 속에서 눈을 뜨는 것 같아

새로운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친구에게 시향을 부탁했더니

‘할머니집 마룻바닥에 숨겨둔 귤 향’ 같다고 했다.

이렇게, 같은 향도 사람마다 미묘한 차이를 느끼고,

다채롭게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분석하는 것.

그게 바로 조향의 묘미인 것 같다.




조향은 기억을 다루는 일이고,

향은 그 기억을 다시 꺼내는 언어이다.

오늘의 두 가지 향은

내가 보고 느낀 자연의 숨결을

그 언어로 옮긴 작은 시도였다.


앞으로도 조향을 하면서

그날의 온도와 바람, 계절의 냄새를 담아내어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는 향을 만들고 싶다.


한 병의 향기 속에

내가 걸어온 시간과 마음을 한 방울씩 쌓아가며

향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