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자도, 목숨값도 없는 네버엔딩게임
여름철 산행에는 특별히 신경 쓰이는 것이 있다.
호흡은 빨라지고 걸음은 느려지는 산 오름길, 흙과 돌을 누비는 개미들을 행여라도 밟을까 염려되어 육중한 내 몸은 이리 휘청 저리 휘청 갈피를 못 잡곤 한다. 가끔 밟기라도 할 때면, 등산화 바닥의 홈에 쏙 들어왔었길 소원한다. 나아가 홈이 많은 신을 사야 하나 고민에 빠져보기도 한다.
인천 천마산의 들머리 부근에는 네댓 마리의 길고양이들이 산다. 우리 딸 때문에 알게 됐는데, 푸른빛을 띠는 아이는 고등어냥이, 노란빛을 띠는 친구는 치즈냥이라고 한다. 동네 주민 소수가 밥을 챙겨주곤 하는데, 또 다른 사람들은 그 밥에 해코지하기도 한다. 해코지의 이유는 고양이가 싫어서, 주차된 차에 흠집을 내서, 약하니 괴롭히고 싶어서, 그냥... 등이 있는 것 같다.
인천 천마산의 들머리 부근에는 병원이 하나 있다. 병원 정문 옆에는 작은 무덤이 있다. 그 무덤 가장자리에 누렁이 가족이 모습을 보인 지 서너 달쯤 됐다. 무덤은 천마산과 이어져있고, 그 길은 누렁이 가족만의 길이다. 한 달 전쯤, 무덤 위에 포획틀이 설치됐고 이주 전쯤 그 장치가 사라졌다. 나에게는 누렁이 가족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들개떼였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제 오징어 게임이란 글을 발행했다.
어쩌면 이 세상은, 인간들이 만든 오징어 게임 속에 동물들을 강제로 참가시켜 놓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목숨값도, 우승자도, 게임의 엔딩도 없는...
매일 심장병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우리 집 댕아들 쵸파의 얼굴을 바라본다. 저 작은 몸으로 1년 반 가량 독한 약을 견뎌주어 고맙고 애잔하다. 바닥에 나란히 얼굴을 대고 눈빛을 마주한다. 그의 눈빛에 비친 내 모습이, 댕아들 쵸파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따습게 해 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