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배터리

희망의 작은 불빛

by 파이민

몇 달 만에 노트북 전원버튼을 눌렀다.

배터리 방전으로 불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 참 오랜만이지.

전력을 공급하니 부팅이 되었고 낯익은 화면이 눈앞에 드러났다. 고장 없이 기다려준 이 녀석이 기특했고 반가웠다.


올해 8월 말, 자발적 퇴사를 결정했고 별다른 계획 없이 실행에 옮겼다. 정확히 저번 주 일요일까지, 정말 많이 힘들었다. 체육관 폐업 후, 맨땅에 헤딩했던 것이 너구리 순한 맛이라면 최근 3개월은 오리지널 불닭볶음면과 같았다. 설상가상으로 댕아들의 병세마저 악화됐고 보내줘야 할 때인지까지 생각해야 했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가 종영됐다. 11화 중, 김부장과 김낙수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반복하여 보았다.

이번 주 월~화, 친구와 함께 제주도를 다녀왔다. 한라산도 오르고, 술도 마시고, 맛집도 가보고.

김부장 이야기와 제주도 여행,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저번 주 일요일까지의 나와는 많은 것이 달라진 느낌이다.


처한 환경은 바뀐 것 없지만, 무엇이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는 마음의 불은 켜진 것 같다.

그래, 잠시 방전됐었던 거야. 충전하자, 고장 나지 말자, 기다려준 나와 그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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