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무엇을 먹을까?

마지막 메뉴의 의미

by 파이민

만약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무엇을 먹을까?

tv를 보다 보면 유언장 쓰기, 관속 체험 등의 독특한 콘텐츠를 접할 때가 있다. 그런데 난, 먹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내 생애 '마지막 식사'에 더 관심이 일곤 했었다.


음식은 우리의 오감을 만족시켜 준다. 더하여, 메뉴 선정, 선정 이유, 함께 먹는 사람 등에 따라 다양한 추억까지 만들어준다. 난 아직도 라면냄새를 맡으면 일순위로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새벽 일찍 출근하는 아버지께서 종종 드시던 라면. 완벽히 배합된 면과 국물이, 아버지의 들숨과 만나 자아내던 소리, 좁은 단칸방을 가득 채우던 온기 가득한 쇠고기면향, 무서운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분연히 일어나 한입만! 을 외쳤을 텐데.


10대 시절, 우리 집에 놀러 왔던 친구들은 '파이민 엄마표 돈가스'를 기억할 것이다. 노마진 수준의 고기함량, 무한리필 고봉밥, 밥공기에 담긴 수프, 케첩과 마요네즈를 버무린 양배추 샐러드와 방울토마토까지.

품절될 줄 알았다면 더 실컷 먹어둘걸. 지금도 돈가스를 접할 때면, 소년시절 행복했던 추억이 살아 움직인다.


부대찌개, 홍어무침, 호두과자는 설날과 추석이 생각나는 음식이다. 명절 때면 우리 제수씨가 챙겨 오는데, 하나같이 맛이 일품이라 갈비찜, 잡채, 전 등의 전통강자들을 꺾은 지 오래다. 또, 어머니와 와이프가 종종 선보이는 반숙 계란장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포근해진다. 흰밥 위의 계란장을 반으로 가르면 치즈 같은 노른자가 흘러나오는데, 그 위에 파송송 단짠 국물을 끼얹어 한술 뜨면 세상 행복하다.


반대로, 좋지 않은 기억을 안겨줬던 음식도 있다. 성인이 된 후 친구들과 호프집에서 먹었던 알탕이 바로 그렇다. 한창 술을 즐기던 20대 시절, 처음으로 오바이트의 기억을 안겨준 음식이었다. 극복하고 다시 찾게 되는데, 족히 20년이 걸렸다. 호박죽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나는 음식이다. 생전 즐기시던 음식이었는데, 마지막에는 한술도 뜨지 못하고 황망히 돌아가셨다. 밥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던 호박죽이 가끔 생각난다.


그럼,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며, 레시피를 떠올려본다. 김치보다 많은 양의 돼지고기 앞다리를 넣고, 고아내듯 큰 냄비에 한참 끓인다. 숟가락을 든다. 서로의 숟가락을 푹 담가가며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떠먹는다.


난 어린 시절 단란한 가정에서 자라지 못하였다. 그런데, 냄비 하나에 담긴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함께 떠먹던 때에는 정말 행복했었다. 따뜻하고 화목한 가정의 일원이 된 느낌이었다. 이 쉬운 게 뭐라고 지금은 할 수 없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했던가. 우리 아이들도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퍽 좋아한다. 달라진 게 있다면, 냄비에 담긴 찌개를 함께 떠먹진 않지만, 우린 충분히 화목하다는 것이다.


사람은 매일 음식을 먹으며 살아간다. 하루하루, 마음의 허기짐 없이 차곡차곡 행복을 채워가자.

어쩌면 마지막 한 끼를 고민하는 일은, 내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자, 오늘이 당신의 마지막 날이라면, 무엇을 먹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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