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말고
* 불혹 不惑
1. 사람 나이 마흔 살을 달리 이르는 말
2. 미혹되지 아니함
과거, 태권도계 선배 사범님이 나에게 해준 이야기가 있다.
"파이민 사범님, 불혹이 왜 불혹인지 아세요? 어떤 유혹이 다가와도, 몸이 따라주지 않아 불혹이에요. 정말이야, 딱 마흔 되는 순간 그런다니까~? 하하!"
수년 후, 난 불혹이 되었다. 그런데, 코로나 19도 세트로 와주었다. 체육관 운영이 힘들어 오전에는 택배상하차를 시작하였고, 체육시설 집합금지 기간에는 건설현장에 일용직으로 일을 하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유혹이 다가와도 눈치조차 챌 수 없었다. 생리적 변화에 의한 것이든, 먹고사는 문제에 의한 것이든, 어쨌든 몸이 따라주지 않게 되었으니, 선배의 이야기는 사실이었다.
작년부터 장모님의 몸상태가 부쩍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경추와 척추에 문제가 생겨 시술도 받으셨다. 11년 전, 상견례 때의 장모님 모습이 떠오른다. 세련되고 중후한 느낌의 감색 정장을 입고 나오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루, 한 달, 1년.. 시간은 정말 빨리 간다. 그래서 11년이란 세월도 금세 지나온 것 같다. 가볍게 흐른 느낌인데, 11년의 시간이 주는 무게는 너무나도 무겁다.
우리 어머니는 수년 째 갑상선 질환을 앓고 있다. 갱년기가 더해져 추웠다 더웠다 고생이 많으시다. 7살 때였나, 비 오는 날 동네친구들과 길바닥에서 뒹굴며 놀다가 엄니한테 빗자루로 두들겨 맞고 집 밖으로 쫓겨난 적이 있다. 그때, 어머니의 젊은 기운이 그립다. 누가 갑상선 질환만 없애준다면, 관우가 휘두르는 빗자루에 백대, 천대도 맞아 줄 용의가 있는데.
결혼 후, 나와 와이프는 두세 번의 유산을 경험했다. 소파수술 후, 출산한 여성들과 한 공간에서 회복하며, 서럽게 울던 모습이 생각난다. 우린 몇 달 후 댕댕이 아들을 분양받았다. 아주 잘생긴 시츄였고, 이름은 쵸파로 지었다. 애지중지 키운 우리 쵸파는, 9살이던 작년에 이첨판질환 b2를 진단받아 약을 먹고 있다. 저번 주에는 쿠싱증후군까지 진단받았다. 매일 해주던 산책도 줄여나가고 있다. 그저, 마지막까지 최선의 사랑을 주고 책임을 다하고 싶을 뿐이다.
30년 지기들 중, 두 친구가 크게 아팠다. 한 친구는 폐암을 앓다 편마비가 왔고, 한 친구는 심장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잘 이겨내 주었다. 덕분에, 우리 친구들은 남들보다 일찍 보양식을 먹으며 모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른 나이에 건강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은, 달리 생각하면 인생의 약이 될 수도 있다. 나 또한 혈압과 통풍을 앓게 되지 않았다면, 술병으로 이미..
세월은 잘도 흐른다.
어릴 땐 주말만 빨리 가는 듯했는데, 알고 보니 평일도 빨리 가더라. 추운 겨울이 끝나간다. 따뜻한 봄이 기다려지면서도, 최대한 천천히 와주길 바라는 마음이 인다. 아니, 추운 겨울에 머물러 있어도 좋으니, 내 소중한 것들이 더 이상 약해지지 않았으면..
끝으로, 나, 너, 우리..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노래로 대신하며 마무리하고 싶다.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