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낙엽처럼

산책 중 사유

by 파이민

나는 매일 30분 산책을 한다.

코스는 아파트 인근 등산로 둘레길이다. 30분의 산책은, 하루의 피로도를 적당히 날려준다. 살이 찌는 것도 막아준다. 가장 좋은 점은, 맑은 공기를 마시며 차분히 사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 같은 길을 걷지만, 사유의 내용은 달라진다. 사실, 풍경과 소리도 매일이 다르긴 하다. 그 미묘한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도 산책의 즐거움 중 하나이다.


둘레길 초입을 걷다 보면, 산속에 터를 잡은 네다섯 마리가량의 고양이들을 볼 수 있다. 우리 딸이 말하기를, 검회색의 고양이는 고등어냥이, 노란색의 고양이는 치즈냥이라고 한다. 그들은 사람을 무척이나 경계한다. 그저, 배가 통통한지 날씬한지,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등을 빠르게 확인하며 안부인사를 하곤 한다.

이 길에는 반려견과 함께 걷는 분들도 참 많다. 산책의 속도와 리드줄 컨트롤을 통해, 반려견과 타인을 대하는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슬쩍 보이는 배변봉투는 가벼운 미소를 안겨준다.


둘레길을 지나 등산로 초입까지 걷다 보면, 각양각색의 나무와 꽃을 자세히 볼 수 있다. 어제는 유독, 나무 아래 자연스레 쌓여있던 낙엽이 눈에 들어왔다.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고, 밟을 때 바스락 소리가 나고, 여기저기 흩날려 청소해야 하는 생명을 다한 잎. 이것이 평소 낙엽에 대한 내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제의 낙엽은 달랐다. 자신이 나고 자란 나무 아래 켜켜이 쌓인 낙엽은, 추위로부터 나무의 뿌리를 보호해 주듯 따뜻한 이불처럼 덮여있었다. 구부러지듯 말린 낙엽은 똘똘 뭉쳐 그곳을 지키는 것처럼, 손잡고 어깨동무하듯 여리고 강하게 얽혀있었다. 이내 분해의 과정을 거쳐 비옥해진 토양과 함께 여러 영양분을 나무에 공급할 것이다.


매일 30분의 산책은 많은 사람들과 스쳐 지나가게 된다. 찰나의 순간, 서로의 감정과 기운도 느낀다. 따뜻한 봄이 왔건만, 사람들의 표정엔 매서운 동장군의 흔적이 여적 느껴진다. 나 또한 그렇다. 혼란한 시국, 정의가 바로 서지 못함에 일어난 분노와 불안이 그 원인이지 않을까?

가화만사성,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된다고 했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하루빨리 정상적인 대한민국이 되기를 소망한다.


자신이 나고 자란 나무 아래 얽히고설켜, 혹독한 겨울을 이겨낼 수 있게 해주는 낙엽과 같이,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손잡고 어깨동무하며 소망해 본다.

통한의 역사를 가진 우리의 대한민국이 더 이상 눈물짓지 않기를.



* 기존 1개의 글은 공모전 관계로 잠시 발행 취소 하였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ㅜ 항상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