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북이
글쓰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는 늘 완성을 향해 달렸다. 한 편의 글을 끝내는 것, 그것이 중요한 목표이자 전부였다. 마치 목적지만 바라보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듯, 빠르게 도착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처럼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글을 쓰는 시간은 언제나 긴장의 연속이었고, 완성된 글에서조차 만족을 느끼기 어려웠다.
100일 글쓰기 도전을 여러 번 하면서 나는 조금씩 달라졌다. 매일 한 문장을 쓰는 단순한 행위가 쌓이면서 글쓰기에 대한 나의 태도가 변했다. 완성이 아니라 과정이, 결과가 아니라 매일 쓰는 일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글쓰기는 내게 알려주었다. 느림이 때로는 더 정확하고 신뢰할 만하다는 사실을. 서두르기만 한 글에는 진실이 담기지 않았다. 그저 말을 늘어놓은 것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천천히 꼼꼼하게 살피며 쓴 글이 오류도 오타도 적었고, 무엇보다 내 마음과 진심을 담을 수 있었다. 빨리 완성하려고 서두르면 내 안에 있는 진짜 이야기를 놓치게 된다는 사실. 오늘 쓴 문장이 내일은 다르게 보이고, 일주일 후에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이런 변화를 지켜보는 것, 그것이 바로 과정을 즐기는 글쓰기가 아닐까?
글을 쓰는 건, 완성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일상을 긍정하고 그 안에서 발견하는 깨달음을 기록하는 과정 그 자체가 아닐까? 언젠가 완성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오늘도 한 문장을 썼다는 것, 그 문장을 통해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글쓰기는 빨리 달리기가 아니라 여유 있는 산책과 같다고 생각한다. 걷다가 예쁜 꽃을 발견하면 멈춰 서서 바라보고, 낯선 골목이 나타나면 호기심에 들어가 보고, 걷다 보이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것. 그런 산책이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듯이 글쓰기도 그런 산책이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오늘은 어떤 문장을 쓸지 미리 정하지 않는다. 펜을 들고 공책을 펼치거나, 컴퓨터를 켜고 새 문서를 열면 그때부터 나의 산책이 시작된다. 어제 읽은 책의 한 구절이 떠오를 수도 있고, 아침에 마주친 풍경이 글감이 될 수도 있다. 때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기억이 불쑥 튀어나와 나를 놀라게 하기도 한다.
글쓰기는 통제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우리의 인생처럼. 계획대로 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글쓰기를 재미있게 만든다. 내가 이끄는 것이 아니라 글이 나를 이끄는 순간들, 쓰다 보면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비로소 깨닫게 되는 순간들. 그런 순간들이 글쓰기의 진짜 기쁨이다.
물론 완성도 중요하다. 한 편의 글을 마무리하고 사람들과 나누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완성을 위해 과정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는 걸 이제는 안다. 과정이 없는 완성은 껍데기일 뿐이다. 매일의 쓰기, 매 순간의 고민, 수없이 고쳐 쓰고 지우고 다시 쓰는 시간이 모여 진짜 완성을 만들어낸다.
매일 눈에 보이지 않게 조금씩 성장하는 나무처럼, 매일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눈에 띄지 않아도 그 과정이 내 글을 달라지게 하고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지게 한다. 그 변화는 완성을 향해 달릴 때가 아니라, 오직 과정을 충실히 걸어갈 때만 일어난다.
나의 글쓰기는 완성을 기대하기보다 오늘의 글쓰기에 집중한다. 오늘 쓰는 이 한 문장을 즐긴다. 누구를 이기려고, 앞서려는 게 아니다. 그저 나의 속도로 나아가며 그 과정에서 만나는 풍경을, 그 여정에서 느끼는 감정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완성이라는 결승선을 향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문장을 음미하며 걷는 글쓰기. 그것이 내가 꿈꾸는 글쓰기다.